큐리오시티가 그랬던 것처럼, 퍼시비어런스는 목표 지점을 향해 최대 시속 1만 9500킬로미터의 속도에 도달한 다음, 그 후에는 자동 항법 장치의 안내를 받으며 화성의 대기를 통과해서 표면에 착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순간을 공포의 7분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미션에서 부 프로젝트 매니저(deputy project manager)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 맷 월리스(Matt Wallace)의 말이다. 그다음에는 탐사 차량이 자율적으로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전파가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퍼시비어런스는 하루에 한 번만 지시를 수신하게 된다. 화성의 표면 위에서 탐사 차량은 23개의 카메라로 들어오는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처리해 방해가 되는 암석은 물론 절벽과 같은 훨씬 더 심각한 위험 요소들을 발견하고 피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자율성이 있기 때문에 이 신형 탐사 차량은 화성의 표면을 시속 약 150미터의 속도로 일상적으로, 안전하게 가로지를 수 있을 것으로 나사는 확신하고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눈뿐 아니라 귀도 갖고 있다. 한 쌍의 마이크가 탑재되어 있어서, 화성에서 바람이 부는 소리를 처음으로 들어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화성의 토양이라고 알려진 암석 부스러기인) 표토를 가로질러 움직일 때 차량의 장비들이 돌아가는 소리와 바퀴가 으스러지는 소리, 그리고 로봇 팔의 맨 끝에 있는 드릴이 연구할 암석 표본을 깰 때 나는 충격음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조사를 마친 표본들이 전부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화성 표본의 귀환(Mars Sample Return) 미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로 오기 위해 포장될 것이다. 이 미션은 나사와 유럽 우주 기구(ESA)가 10년에 걸쳐서 다섯 개의 우주선을 발사하는 협업 과정의 일환이다. 퍼시비어런스는 그 첫 번째 미션으로, 기지국이 추가로 조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화성의 암석 샘플을 대략 30개의 티타늄 원통들 중 하나에 밀봉하는 것이 임무다. 하단의 그림처럼 퍼시비어런스는 티타늄 원통들을 화성의 표면에 남겨 두면, ESA가 설계해서 2028년 초에 화성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 “회수 차량”이 수거한다. 수집된 원통들은 중계 우주선 시스템을 통해 지구로 되돌아오고, 내용물은 분석될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퍼시비어런스가 데리고 다니는 1.8킬로그램의 헬리콥터 인제뉴어티(Ingenuity)다. 이 헬기가 (지구 표면에 비해서 밀도가 1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화성의 옅은 대기 속을 날아오르는 것은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실현된, 우주선의 이착륙이 아닌 최초의 통제된 비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성공하면 향후의 미션에서 보다 정교한 드론들이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1]
퍼시비어런스에 실린 생명 탐사 장치들은 이전까지 활용된 어떤 것들보다 발전된 형태다. 그러나 퍼시비어런스가 나사의 화성 생명체 탐사 시도에서 큐리오시티 다음 단계로 계획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2월,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다가가고 있을 무렵,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나사의 행성 탐사 예산을 5분의 1로 삭감했다. 당시 미국의 과학자들은 ESA와의 협업으로 엑소마스(ExoMars)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2016년부터 생명의 흔적을 탐지하기 위한 도구를 갖춘 궤도 탐사선과 다수의 탐사 차량을 발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예산 삭감으로 미국은 엑소마스 프로그램에서 빠지게 되었다. 2012년 8월에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나사는 더 이상의 탐사 차량을 보낼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큐리오시티의 아슬아슬한 착륙이 대중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항공우주국의 국장이 상급자들에게 (예산 삭감의) 재고를 설득할 수 있었다. 예산 증액 없이 규모를 줄인 버전으로 이전 계획을 추진하게 되면서 몇 달 뒤 퍼시비어런스로 알려진 미션이 발표되었다.
한편, ESA는 엑소마스 프로그램의 일부를 계속해서 유지하며 발사 및 하드웨어 장비와 관련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2016년 ESA는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단계인 트레이스 가스 오비터(Trace Gas Orbiter·TGO·미량 기체 궤도 탐사선)를 선보였다. TGO의 목표는 메탄, 수증기, 산화질소, 아세틸렌 등의 물질로 구성된 화성 대기의 정확한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화성 대기의 전체 부피에서 이들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퍼센트 미만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 체계의 흔적이 있을 수도 있다.
메탄은 생성 시기와 장소에 따라 화성 표면에 다르게 분포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화성의 대기에서 메탄은 오래 남아 있지 않고 우주로 빠져 나간다. 이는 메탄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원천의 존재를 시사하고 있다. 지구에서는 생명체가 영양분을 소화시킬 때 메탄을 방출한다. 하지만 메탄은 지질학적인 과정만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엑소마스 프로그램의 다음 단계는 로잘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이라는 탐사 차량이다. 로잘린드 프랭클린 역시 현재의 기회(화성과의 거리가 짧아지는 시기)를 활용한 발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지연에 코로나19의 영향이 겹치면서(코로나19의 발생으로 참여하고 있는 엔지니어 팀원들이 탐사 차량의 제조와 테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쉽게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 지구와 화성이 다시 나란히 정렬하게 되는 2022년으로 발사 일정을 연기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2023년에 화성에 도착하게 된다. 탐사 차량은 옥시아 플라눔(Oxia Planum)이라는 지역의 표면을 오갈 것이다. (생성 시기가) 약 4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점토가 있는 이 지역은 인류가 화성에서 탐사한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기록될 것이다. 점토 광물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옥시아 플라눔이 한때는 생명 친화적인 지역이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에 실린 과학 장비들은 퍼시비어런스보다도 훨씬 더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 특히 화성 유기 분자 분석기(Mars Organic Molecule Analyser, MOMA)는 효과적으로 암석과 표토의 유기 분자를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도 화성의 유기 분자를 연구하려던 시도들이 있었지만, 과염소산염(perchlorates)이라는 화학 물질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물질은 2008년에 나사의 피닉스(Phoenix) 착륙선을 통해 처음 발견됐고, 5년 뒤 큐리오시티가 그 존재를 확인했다. 지금까지의 미션에서는 화성의 표본을 오븐에 가열해서 유기물을 방출시켰다. 이 과정에서 과염소산염의 염소와 산소가 함께 방출되는데, 이들 기체가 내부에 존재하는 유기 분자의 대부분을 산화시켰다. MOMA는 자외선 레이저를 활용해 암석 표본에서 유기 분자들을 매우 빠르게 털어 냄으로서 이런 문제를 피할 것이고, 이렇게 하면 과염소산염이 존재하더라도 (염소와 산소로) 분해될 시간이 없다.
그러나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가진 가장 중요한 도구는 표면 2미터 아래에서 표본을 수집할 수 있는 드릴이다. 드릴은 유기 분자가 발견될 수 있는 물질들을 양호한 상태로 보존했다가 다시 복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화성은 대기가 옅기 때문에, 우주의 이온화 방사선(ionising radiation)이 쉽게 침투해 들어온다. 방사선은 화성의 표면에 충돌하고, 표면 아래로도 들어간다. 엑소마스의 수석 과학자인 호르헤 바고(Jorge Vago)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이온화 방사선은 수백만 년 동안 수없이 많은 작은 칼날처럼 우리가 찾으려 하는 유기 분자들의 작용기(functional groups, 유기 화합물의 성질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특정 원자단이나 구조)를 천천히 잘라 냅니다.” 하지만 드릴을 활용해서 충분히 깊게 파고든다면, 두께가 몇 미터인 암석의 아래에 있어서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은 물질을 채취할 수 있다. ESA의 연구 모델에 따르면 1.5미터 아래의 표본들은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화성 표면에서 가장 깊이 진입한 미션도 겨우 몇 센티미터 수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