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홈스쿨링, 재택근무, 3대 가족을 보살피는 일 등으로 매우 바쁘다. 시간은 복잡한 방식으로 구부러지고 줄어들었다. 어떤 이들은 더 바빠진 반면, 느림이 낯선 어떤 이들에게는 나태함이 강요되었다. 비어 있는 시간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사교 모임에 서둘러 갈 필요 없고, 옷을 차려입을 필요도 없고, 모든 일을 끝낼 필요도 없다. 원해지고, 필요로 해지고, 요구되는 것은 지금은 사라져 버린 심리적 지지대였다. 이러한 새로운 현실에서, 특히 우리가 자신을 인식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의지하는 촉각과 시선의 부재 속에서, 필요를 충족시킬 새로운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금은 겁에 질려 경계하는 사회적 몸이 있다. 회피가 좌우명이 된 긴장 상태의 몸이다. 후드 티나 베일로 가려진 얼굴은 예전에는 반항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안도감을 준다. 실제로 유로스타(Eurostar) 열차에서부터 뉴욕, 프라하, 두바이, 하바나의 거리에 이르는 많은 공공장소들이 이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제 많은 사회가 그동안 터무니없이 간과되었던 몸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하는 여성의 몸, 환자들의 집을 드나드는 간병인들의 몸. 특히 공공 의료 서비스에서 마침내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불균형하게 인명 손실을 입은 흑인, 아시아인, 소수 민족의 몸들.
코로나 이전에 영국 집권당은 기꺼이 사회 보건 기금을 삭감하고, 전문 간병인, 의사, 간호사가 아닌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경영에 자금을 투입했다. 이제 사회는 병원 현장에서 일어나는 치료와 의료 전문성의 가치, 즉 의사와 간호사의 가치에 눈을 뜨고 있다. 운수 노동자, 소상공인, 음식 생산과 배달 종사자들처럼 사회 곳곳을 유지시키는 사람들은 종종 이민 1세대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묘한 사회 지형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회적 몸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여기에 있다. 새로운 사회적 몸은 과거와는 분명 다를 것이고, 지난 세월 우리의 부끄러운 무관심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가 렌즈를 청소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진전시키는 것은 많은 부분이 시민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
개인의 몸에서 사회적 몸에 이르기까지 이 몸들은 판데믹으로 어떻게 도전받고 있고, 공동의 몸 ― 국가의 몸 ― 은 어떻게 작동해 왔을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세계보건연구소(Institution for Global Health) 소장을 역임한 안토니 코스텔로(Anthony Costello) 교수는 4월 17일 보건·사회복지위원회에서 영국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고, 이는 이제 사실로 확인되었다. 코스텔로가 추정한 사망자 수는 4만 명이었다. 5월 5일 영국의 공식 집계 사망자 수는 3만 2000명을 조금 넘어섰지만, 같은 날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실제 사망자 수가 코스텔로의 추정치를 이미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런던과 잉글랜드 북서부는 다른 지역보다 사망률이 높고, 영국통계청(ONS)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가장 빈곤한 지역 사람들은 가장 부유한 지역보다 두 배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코스텔로가 코로나로 4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코로나 사태 초기에 영국의 예방 조치가 느렸기 때문이다. 코스텔로는 제러미 헌트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에게 말했지만, 헌트는 이 시기를 검사 수, 인공호흡기, 개인 보호 장비의 부족을 강조하는 데 써버렸다. 헌트는 영국 최장수 보건 장관을 지낸 인물로, 사회 복지와 의사, 간호사, 사회 복지사의 급여에 업무 책임을 지고 있었다. 더욱 경악할 만한 것은, 그가 2016년에 실시된 영국 정부의 전염병 대비 훈련인 시그너스 훈련(Exercise Cygnus)의 담당 장관이었다는 것이다.
시그너스 훈련에 대한 전체 보고서는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영국의 보건 시스템과 지역 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유출된 자료로 확인됐다. 그 훈련에서 병원과 영안실은 빠르게 포화됐고, 중환자실, 인공호흡기, 의료진의 개인 보호 장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시그너스와 같은 훈련들은 정부가 준비되어 있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헌트가 그랬던 것처럼 병상 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1] 시그너스의 대실패가 드러난 지난 3월 28일, 영국 정부는 공급망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병상, 인공호흡기, 개인 보호 장비가 부족하다고 발표했다(판데믹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공급망은 매우 빠르게 포화된다). 시그너스와 전염병에 관한 2018년 적십자회의 보고서에는 “질병 발발에 대한 재정적, 인적 비용은 엄청날 수 있고, 초기 대응이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적혀 있다. 영국 정부는 행동하지 않기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