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 발견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환경 파괴의 위험에 처하게 됐다.
신규 광산에 대한 이야기가 마을 사람들의 입에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도 전에, 44세의 축산업자인 주앙 카소테(João Cassote)는 벌써부터 변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포르투갈 북쪽의 산악 지형에서 땅에만 의지해서 산다는 건 그로서도 힘든 일이었다. 어릴 적부터 친했던 친구들 사이에서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지 않은 것은 그가 유일했다. 그래서 2017년에 영국의 한 기업이 트라소스몽테스(Trás-os-Montes) 지역에서 리튬을 탐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카소테는 평소에 거래하던 은행에서 20만 유로를 빌렸다. 그는 존 디어(John Deere)의 트랙터와 굴삭기와 이동식 저수탱크를 구입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광업 회사인 사바나리소스(Savannah Resources)가 파견한 탐사 팀은 카소테의 농장에서부터 뻗어 나오는 언덕을 측량하고 지질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몇 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초기 계산 결과는 이곳에 은백색의 알칼리 금속인 리튬이 28만 톤 이상 묻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10년 동안 리튬을 생산하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카소테는 사바나의 현지 사무소에 연락을 취했고, 시추 테스트 현장의 물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는 투자한 돈으로 금세 수익을 얻었다. 회사의 장부에 이름이 오른 지 12개월도 되지 않았을 때, 그는 농장에서 벌던 수익의 5~6년 치에 맞먹는 돈을 벌었다.
사바나는 포르투갈의 중부와 북부에서 풍부한 리튬 매장지를 찾아 나선 수많은 광업 회사들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페트롤리우 브랑쿠(하얀 석유)’를 둘러싸고 이렇게 갑작스러울 정도의 들뜬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이 지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전기차라는 발명품 때문이었다. 리튬은 전기차를 움직이는 충전식 배터리의 핵심 활성 물질(active material)이다. 리튬은 암석이나 점토층에서는 고형 광물의 형태로, 그리고 소금물에서는 용해된 상태로 발견된다. 배터리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리튬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금속들 중에서 밀도가 가장 낮고 무게에 비해서 아주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 수단을 전기화하는 것은 저탄소의 미래로 가는 여정에서 최우선 과제가 되어 왔다. 유럽에서 자동차 배기가스는 대륙 전체의 탄소 배출량에서 약 12퍼센트를 차지한다. 파리 기후 협약을 준수하려면, 자동차와 승합차의 배출량을 2030년까지 3분의 1 이상(37.5퍼센트) 줄여야 한다. 유럽연합(EU)은 같은 기간까지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55퍼센트를 줄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 (EU의 본부가 있는) 벨기에를 비롯한 개별 회원국들은 차량 소유주들의 전기차 구입을 장려하기 위해 수백만 유로를 쏟아붓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더 나아가서 디젤 차량과 휘발유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노르웨이의 경우 빠르면 2025년부터 금지할 예정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현재 200만 대가량인 전기차 등록 대수가 2030년이 되면 4000만 대로 뛰어오를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리튬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의 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력망 규모의 전기를 저장하는 데에도 사용된다(그리고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도 쓰인다). 하지만 유럽은 한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배터리에 쓰는 리튬의 거의 1그램까지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절반 이상(55퍼센트)이 단 한 국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산되었다. 다른 주요 공급원으로는 칠레(23퍼센트), 중국(10퍼센트), 아르헨티나(8퍼센트)가 있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생산량에는 한참 못 미친다.
오스트리아, 세르비아, 핀란드에서도 리튬 매장지가 발견되기는 하지만, 유럽 최대의 리튬 매장지가 될 희망이 있는 곳은 포르투갈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자국의 ‘하얀 석유’를 개발하고 싶어 하는 해외의 기업들에게 리튬 채굴 면허를 발급하려 하고 있다. 유럽의 영토 내에 리튬 공급처를 갖게 되면, 대륙으로의 물류 이동이 단순해지고 가격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운송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판데믹으로 전 세계의 무역이 붕괴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판데믹 이전에도 리튬 공급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지고 있었다.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대 정치경제학자인 테아 리오프랑코스(Thea Riofrancos) 박사는 무역에서 보호주의 경향이 확산되는 것과 최근의 미중 무역 충돌을 원인으로 지적했다(그리고 당시는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의 무역 분쟁이 있기 전이었다). 판데믹 이전에 EU의 정책 입안자들이 우려했던 것이 무엇이었든 “이제는 (리튬의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수백만 배는 높아졌을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리튬 공급이 시급한 과제가 되면서 채굴 붐이 촉발되었고 하얀 석유에 대한 경쟁은 치열해졌다. 그리고 리튬이 발견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환경 파괴의 위험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리튬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EU의 환경 정책은 리튬 비즈니스에는 아주 좋은 조건이 되어 주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의 이면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리튬에 기반을 둔) 현재의 소비와 생산 모델이 실제로는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리오프랑코스의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전기차를 소유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자원을 채굴하고 정제해야 합니다. 게다가 그로 인한 또 다른 온갖 오염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트라소스몽테스의 작은 마을인 무로(Muro)에 사는 카소테도 나름의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 탐사 단계가 올해 초에 마무리되면서, 그가 새로 구입한 값비싼 기계 장비들이 농장에서 놀고 있기 때문이다. 사바나는 현재 포르투갈 정부로부터 리튬 광산에 대한 최종 승인이 내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바나는 이 사업에 1억 900만 달러(1196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산허리에 마치 깊게 파인 상처 같은 채석장이 생길 것이다. 카소테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단지 구입한 굴삭기가 다시 움직이기를 원할 뿐이다.
엄청난 파괴가 일어날 겁니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죠?
모든 이들이 카소테처럼 리튬 채굴을 갈망하는 것은 아니다. 50세의 전문 댄서인 마리우 이나시우(Mario Inacio)는 암스테르담에서 30년을 살다가 고국인 포르투갈의 깊숙한 시골 마을에 요가 휴양 시설을 지을 계획을 갖고 돌아왔다. 그는 손님들이 아침에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깨어날 수 있는 외딴 전원 마을을 구상했다.
마리우와 그의 파트너인 밀쿠 프린세(Milko Prinsze)는 포르투갈 중부 지역에서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 풀이 우거진 황무지에 버려진 47에이커(5만 8000평) 넓이의 농가 시설이었다. 본채 건물은 상당한 개보수가 필요해 보였지만, 그 외의 나머지는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진입로를 처음으로 운전해 들어가면서 이나시우는 앞으로 만들어 낼 변화된 모습을 꿈꿨다. 본채를 옆쪽으로 확장하고, 별채는 별도의 거처로 개조하며, 암반을 깎아 내서 천연 수영장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구내 전체가 내려다보이고 뒤쪽으로는 멀찌감치 떨어진 언덕도 시야에 들어오는 야트막한 오르막에는 요가 스튜디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들 커플이 이곳을 처음 주목한 지 6년이 지났고, 요가 휴양 시설 ‘퀸타 다 루아 노바(Quinta Da Lua Nova)’는 이제 본격적으로 손님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판데믹이 닥치면서 외국인 손님의 수는 줄어들었고 아홉 개의 객실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그가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한 이 사업의 걱정거리는 판데믹이 아니었다. 그가 새집의 1층에 있는 커다란 창 한쪽으로 가더니, 바깥쪽에 넓게 펼쳐진 풀이 무성한 지역을 가리켜 보였다. “이쪽에 보이는 지역은 어디든 조만간 리튬을 캐내기 위해서 파헤쳐질 수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모든 곳에 언제든 탐사 명령이 내려질 수 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의 리튬 채굴 계획을 우려하며 불안감을 느끼는 일군의 주민들이 포르투갈 전역에서 집결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적인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들 그룹은 지방 정부의 계획 담당 부서와 시청 등에 질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나시우도 문의를 했지만, 그의 요청 내용이 “담당자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더 이상의 대답은 듣지 못했다.
한편, 포르투갈 소재의 루소레쿠르소스(Lusorecursos)나 사바나와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는 초기 단계의 탐사 작업이 이 나라 전역에서 목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하는 어떤 사람은 포르투갈의 환경부가 2016년에 의뢰한 리튬 자원에 대한 기술적 평가 자료를 찾아내기도 했다. 결국 정부의 대변인은 여러 광업 회사들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확실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0년 1월이 되자, 이나시우와 비슷한 우려를 가진 주민들이 만든 왓츠앱 채널과 페이스북 그룹에서 어떤 지도 하나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도 제작이 전문인 현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여러 지도를 하나로 합쳐 만든 이 지도는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보였다. 마치 태피스트리처럼 짜깁기 되어 있는 기하학적 형상이 여러 자연 보호 구역들과 인접해서 내륙 전체에 퍼져 있었다. 지난해 리스본에서 열린 행진을 포함해 지역 및 전국 단위에서 벌어진 일련의 시위는 자연 서식지를 산업적인 규모로 파괴할 가능성과 화학 물질 오염 및 소음 공해, 높은 수준의 물 소비량 문제 등을 포함해 현대적인 광업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했다. 관광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관광 산업은 2019년 연간 매출액이 184억 유로(25조 원)에 이르는 이 나라 경제의 근간이다.
이러한 모든 우려는 시민운동 진영의 연합 단체가 최근에 발표한 ‘국민 선언’에 잘 나타나 있다. 현지 언론의 떠들썩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현재까지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이 나라의 환경 운동 부문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사실이 일부 반영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포르투갈은 유럽 내에서도 그린피스의 지부가 없는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EU가 유럽 소비자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포르투갈 사람들은 친환경 브랜드의 상품에 돈을 지출할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중부의 카스텔루 브랑쿠(Castelo Branco) 지역 바르쿠(Barco) 마을 출신의 대학 강사인 43세의 마리아 카르무(Maria Carmo)는 환경에 대한 무관심이 대부분 도시나 해안가에 거주하는 포르투갈 중심부 사람들의 시골 지역 무시 경향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골 지역의 인구는 지난 50여 년 동안 꾸준히 감소해 왔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가난하고 인구도 적은 내륙 지역을 떠나서 해외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거나 포르투갈 내 해안 도시들로 이주했다. 다시 돌아온 이들은 거의 없었다.
채굴 면허 승인에 대비해 이나시우를 비롯한 소수의 완강한 핵심 지지자들은 법정에서 싸움을 이어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카르무의 입장은 확실치 않다. 카스텔루 브랑쿠에서 그녀가 참여했던 캠페인 그룹은 이미 분열되었고, 회원들의 절반은 그녀가 사는 마을의 위쪽에서 노천 리튬 광산이 허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채굴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약속을 받아 내기 위해 협상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바르쿠에는 예전에도 주석 광산이 하나 있었는데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하지만 카르무는 둘을 비교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부친과 조부는 1960년대 초에 폐광하기 전까지 마을 외곽에 있는 아르제멜라(Argemela) 주석 광산에서 일했다. 그 당시의 채굴은 소규모였고 지하의 광산이었다. 반면 신규 광산은 언덕의 절반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 산 정상에 있는 청동기 시대의 거주지 유적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주민들은 화학 물질이 누출돼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인근의 제지리(Zêzere)강이 오염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3년 동안 고군분투하면서 카르무는 이제 지쳐서 거의 항복할 지경이 되었다. 그녀는 정부가 귀를 틀어막고 있으며, 동료 시민들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파괴가 일어날 겁니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서죠? 그 대가로 파리와 베를린에 사는 환경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친환경 기술은 재생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포르투갈의 리튬 호황을 지지하는 이들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작은 희생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풍력 발전 시설이나 태양열 에너지 단지와 수력 발전소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 역시 지역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씩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바나는 개발 예정 광산이 1억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아 내기에 충분한 배터리 팩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한다(이들의 예상 수익은 초기 11년의 운영 기간에 15억 5000달러[1조 646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사바나의 CEO인 데이비드 아처(David Archer)는 한 걸음 더 나간다. 런던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이 회사가 투자하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세계 공공 이익(global commons)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방정식은 간단하다. 리튬은 배터리이고, 배터리는 전기차이며, 전기차는 결국 배기가스의 감소이며, 배기가스의 감소는 현재의 기후 비상사태에 덜 취약한 세상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현지에 (트라소스몽테스에서만 최대 800개에 이르는)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수가 더욱 증가할 것이며, 포르투갈 경제에 미치는 경기 부양 효과가 4억 3700만 유로(5843억 원)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결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포르투갈 정부도 동의한다. 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홍보 영상에서 환경부 장관은 포르투갈을 “에너지 전환에서 세계를 이끄는 나라들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 짧은 영상은 현 정부의 환경 혁신 정책에 대한 “굳은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윤이 창출되기만 한다면 지역에 미치는 환경적인 영향은 거의 언제나 간과된다고 말한다. 캠페인 그룹인 액션에이드(ActionAid)에서 지구 기후 분야를 이끌고 있는 하르지트 싱(Harjeet Singh)은 이런 딜레마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적인 기후 회담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고 말한다. 경제적 북반구(global north)는 배출량 제한 목표를 더욱 엄격히 만들고 싶어 하는 반면에, 경제적 남반구(global south)는 현재 경제성장을 원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은 당연히 기후 변화를 일으킨 당사자들인 선진국들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환경 기술은 재생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 피해가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된 이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싱의 말이다.
칠레에서는 광업의 피해를 둘러싼 싸움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칠레 중부의 구리 생산지인 오이긴스(O’Higgins)에서 나고 자란 지역 활동가인 36세의 라몬 발카자르(Ramón Balcázar)는 대규모의 광업이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피해가 어떤 것인지를 이미 어린 나이에 깨닫고 있었다.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그의 성장배경에는 토지 사용과 용수권(water rights), 화학적 오염에 대해 오랫동안 이어져 온 논쟁이 있다. 그리고 6년 전, 그는 북쪽의 외딴 지역인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로 이주했다. 안데스 산맥에 있는 그 유명한 소금 평원의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에서는 저 멀리에 햇볕에 달궈진 하얀 결정과 뿌연 입자들이 뒤덮인 거친 표면이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는 이 거대한 사막의 하늘 아래에서 발카자르는 마침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당시엔 몰랐지만, 사실 그는 또 하나의 전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산 페드로는 북쪽으로는 볼리비아에서부터 아르헨티나의 서부에까지 펴져 있는 광산 지대의 최서단부에 위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Death Valley)보다 50배 건조한 이 지역의 바싹 마른 표면의 아래에는 풍부한 광물들이 묻혀 있는 지하 세계가 감춰져 있다. 역사적으로 광업 회사들은 수익성이 좋은 이곳의 구리 매장량은 물론이고 수익성이 낮은 편인 요오드와 질산염까지 착취해 왔다. 일부의 추정에 의하면 이곳에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이 묻혀 있다. 2010년대 중반에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소문이 모든 광산 마을에 번지던 무렵, 신규 면허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투자가 이뤄지면서 채굴 시설도 확장되었다. 이 지역은 이제 ‘리튬 삼각지(lithium triangle)’로 알려지게 되었다.
광업 회사들은 현재의 운영 방식이 지속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시티의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발카자르는 이런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대규모의 리튬 채굴이 아타카마의 연약한 자연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포르투갈과 다르게 이곳의 리튬은 소금물 안에 녹아 있기 때문에 다이너마이트나 굴삭기가 사용되지 않고, 보기 흉할 정도로 거대한 구덩이를 남길 위험도 없다. 대신에 이곳에는 수백만 리터의 소금물이 고인 거대한 웅덩이들이 마치 염전처럼 깔끔하게 구획된 모습으로 늘어서 있다. 이곳의 소금물은 지하에서 퍼 올린 것들이고 햇볕에 노출되면 증발하게 된다.
발카자르를 비롯한 주민들의 두려움은 소금물을 퍼 올리는 동굴과 지하 대수층에 집중되어 있다. 그들은 이 지점에서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소금물이 매장된 지층의 위쪽에서 별도로 발견되는 담수층이 오염될 위험도 있다.
발카자르는 지역의 생태에 미치는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서 모인 전문 과학자들과 의식 있는 시민들의 네트워크인 ‘안데스 소금 평원의 다국적 관측소(Plurinational Observatory of Andean Salt Flats)’와 함께 일해 오고 있다. 목초지의 축소, 작물의 흉작, 동식물군의 실종 등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증거들은 모두 리튬 추출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막화의 과정을 가리키고 있다. “거대하면서도 복잡한 수문학(hydrology) 체계”의 교란으로 인한 영향은 하루 이틀 관찰하는 것으로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발카자르는 말한다. “하지만 그 두 가지는 의심의 여지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칠레 법원은 최근 리튬 채굴 기업인 SQM의 사업 확장 계획을 환경 문제를 이유로 저지했지만, 관계 당국의 지원을 얻으려는 거의 모든 시도들은 실패해 왔다. 칠레에서 특정한 지역과 자연환경은 언제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희생될 수 있다”고 발카자르는 말한다.
휘발유와 디젤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유일한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는 물론 어떤 차량이든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광업 회사들이 리튬 매장 지역을 찾기 위해 전 세계의 사막과 시골을 탐사하는 동안, 굳이 채굴업자들을 파견하지 않고도 배터리 등급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연구가 병행되고 있다. 독일 작센주 시골의 들판에 둘러싸인 산업 단지에서 크리스티안 하니쉬(Christian Hanisch)는 재활용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땅에서 천연 리튬을 추출하는 대신에,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다시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지난 10년 동안 50만 톤의 리튬이 추출되고 정제됐는데, 이들 중 상당량은 현재 버려진 상태로 녹슬어 가고 있는 휴대 전화와 노트북 안에 들어 있다.
그는 브라운슈바이크 공대 박사 과정에서 연구를 하면서 뒤젠펠트(Duesenfeld)라는 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 회사의 2층에 있는 평범한 사무실에서 만난 하니쉬는 물류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상 기기들에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작은데다 다루는 것도 성가시기 때문에, 하니쉬는 사업의 편의성을 위해 중고 전기차의 배터리에 투자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중고 전기차 한 대에는 재사용할 수 있는 리튬이 약 8킬로그램 포함되어 있다). 그는 창밖을 가리켰는데, 사무실 옆 공장 외부의 아스팔트 위에는 최근에 배송된 샘플 몇 개가 쌓여 있었다. 샘플 하나의 크기는 두툼한 매트리스 정도로 보였다.
배터리를 감싸고 있는 무거운 플라스틱 케이스를 제거하는 작업은 비교적 쉽다. 문제는 배터리 셀 안쪽에 있는 리튬을 분리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이 존재한다. 배터리 셀을 섭씨 300도 수준으로 가열해서 리튬을 증발시키거나, 산(acid)이나 기타 환원제(reducing agent)를 사용해서 리튬이 스며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리튬은 (쉽게 폭발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휘발성이 아주 강하고, (전도율을 높이기 위해 첨가된) 다른 금속과도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두 가지 방식 모두 상당히 복잡하다.
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10년 동안 세계 리튬 재활용 산업의 가치가 12배 증가해서 2030년이 되면 180억 달러(19조 원) 이상이 될 정도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리튬 재활용이라는 혁신적인 방식을 둘러싼 경쟁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뒤젠펠트가 경쟁하고 있는 초기 단계의 리튬 재활용 업체들은 독일에만 최소 세 군데가 있다. 국경을 넘어서 벨기에로 넘어가면, 예전의 제련 회사에서 도시 폐기물 재활용 기업으로 변신한 유미코아(Umicore)가 있다. 현재 자체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유미코아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럽 내의 또 다른 유력한 경쟁자로는 프랑스의 SNAM이 있다.
하니쉬는 뒤젠펠트의 기술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 뒤젠펠트의 접근법은 (고도로 에너지 집약적인) 제련이나 (독성이 심각한) 침출 방식이 아니라 기계적인 분리 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기법은 배터리의 부품을 물리적으로 분해한 다음, 자력과 증류법을 결합해서 남아 있는 리튬을 추출하는 것이다.
뒤젠펠트 공장의 윙윙거리고 철컹거리는 불협화음 한가운데에는 마치 잠수함처럼 생긴 기계가 뒤쪽의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저건 크러셔(으깨는 도구)라고 하는 겁니다.” 머리에 쓰고 있는 귀마개를 뚫고 하니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에는 파이프와 깔때기, 컨베이어 벨트가 정글처럼 가득 쌓여 있었고, 끝에는 작업대가 놓여 있었다. 생산 라인의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하니쉬는 자신의 발명품을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지그시 바라보았다. “시끄럽죠. 하지만 이 안에 있는 리튬을 가장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입니다.”
하니쉬는 니더작센의 시골 농가에서 자랐는데,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배경이 있었기에 친환경적인 야망을 품을 수 있었다. 올해 초 그는 컨설팅 벤처인 ‘노 카나리아(No Canary)’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료 단계에서부터 최종 폐기할 때까지 전기차의 수명 전체에서 탄소를 줄이는 방법을 컨설팅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옳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취임 기념 웨비나(webinar)에서 청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탈탄소(decarbonisation) 문제에 있어서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휘발유와 디젤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유일한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는 물론 어떤 차량이든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차체에 쓰일 강철을 제련하는 데에도 석탄이 사용되고, 대양을 가로질러서 전자 부품을 배로 실어 나르는 데에도 디젤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제조 과정에서 추가적인 재료와 에너지가 투입된다는 사실은 현재로서는 전기차의 생산과 관련한 탄소 배출량이 휘발유나 경유로 운행되는 차량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일부 계산 결과들을 살펴보면 38퍼센트 정도 더 많다. 국가 전체의 전력망이 완전히 재생 에너지 기반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는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쓰는 화력 발전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튬은 배터리 전체의 비용에서 작은 부분이다. 제조업체들이 굳이 다른 대안을 찾을 만한 이유가 적다. 사실, 리튬을 재활용하는 것보다는 땅속에 파내는 것이 더 저렴하다. 하니쉬의 작업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 중 하나는 재활용 상태의 황산리튬(lithium sulphate)에서 복원한 리튬을 배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인 탄산리튬(lithium carbonate)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뒤젠펠트는 자체적인 화학 공장을 구축할 여력이 없다. 이곳에서 만드는 최종 산출물은 ‘블랙 매스(black mass)’라고 하는 알갱이 형태의 값비싼 금속 물질이다. 회사는 이 물질을 습식 제련(hydrometallurgy) 시설로 보내서 마지막 가공 과정을 거친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아르곤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에서 근무하는 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전문가인 린다 그레인스(Linda Gaines)에 따르면 기존의 재활용 공장에서 리튬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의 주된 목적은 코발트와 니켈, 구리를 회수하는 것입니다. 리튬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풍력 터빈이나 태양광 패널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규모를 키우게 되면 재활용 리튬의 가격도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가정하에 살펴보면 현재로서는 극복해야 하는 공급과 수요 사이의 격차가 상당히 큰 수준이다. 판데믹 이전의 추정에서 전기차의 총 매출은 향후 5년 동안 네 배 이상 증가해서 1100만 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에 따라 리튬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2020년대 중반에는 리튬의 연간 소비량이 70만 톤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뒤젠펠트를 포함해 모든 경쟁 업체들이 나서서 지난 10년 동안 생산된 리튬을 단 1그램도 놓치지 않고 전부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2025년 기준으로 9개월분의 신규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 물량에 그칠 것이다.
기업은 산업이 끼치는 모든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기업은 피해에 대해 보상이라는 이익으로 균형을 맞추겠다고 약속한다.
판데믹 이후의 불경기는 환경 운동가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있다. 신규 리튬 광산을 개발해야 할 시급한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반대 진영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잠잠해졌다.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차량 구입은 대다수 사람들의 최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친환경적인 차량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자동차 제조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비록 일시적인 현상이라 하더라도 전 세계의 시장에 리튬이 넘치게 된다. 이에 따라 하얀 석유를 채굴하려는 열기도 주춤해졌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리튬의 장기적인 전망을 여전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의 정권 교체가 예정된 가운데, 기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에 다시 지원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미국 대선 이후 2주 동안, 칠레에 본사를 둔 리튬 채굴 기업인 앨버말(Albermarle)의 주가는 20퍼센트 이상 상승했다.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총리가 디젤 차량과 휘발유 차량의 신규 생산을 금지하는 조치의 적용 시기를 2030년으로 앞당긴다고 발표하면서 리튬 산업에 활력이 생기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리튬 공급을 여전히 자력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지난 9월, 슬로바키아의 외교관이자 EU 집행위원회의 부위원장인 마로슈 셰프초비치(Maroš Šefčovič)는 포르투갈의 계획안이 자동차 분야에 “필수적”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했다. 게다가 그는 유럽투자은행(EIB)의 포르투갈 지원을 약속했다. 이러한 발언은 EU 차원에서 원자재 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새로운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이 전략에서 EU는 제3의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유럽 자체의 리튬 공급량을 2030년까지 18배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포르투갈의 리튬 광산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지만, 셰프초비치는 반대 진영의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안이 될 만한 이야기도 했다. 그는 광산에 대한 결정은 “지역 공동체와의” 대화를 통해서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엄청나게 중요한 것일 뿐만 아니라 지역과 나라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지역 사회가 확신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책임을 주장하는 현대 사회의 움직임은 다음과 같은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째, 기업은 산업이 끼치는 모든 부정적인 영향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에 기업은 그러한 문제들을 ‘관리’하고,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모든 피해에 대해서는 (셰프초비치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상이라는 ‘이익’으로 균형을 맞추겠다고 약속한다. 포르투갈 북부에서 광산을 추진하고 있는 사바나의 경우를 보면, 이 회사는 개발 사업이 지역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지역에 대한 투자, 일자리 창출, 지역 사회 프로젝트 등) 개발의 이익이 피해보다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런던의 왕립예술대에 재직 중인 포르투갈의 환경 건축가 고도프레두 페레이라(Godofredo Pereira)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는 칠레의 소금 평원 착취 현장을 직접 목격했는데, 대화 제의가 피상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주민 그룹에게 “자유롭게 결정하라”며 “주민의 관심사가 우선이며, 정보에 입각한 합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국제적인 합의가 있는 아타카마에서조차 발카자르와 같은 반대 진영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채굴에 찬성하는 지역 단체의 의견은 쉽게 접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의무 사항은 리튬을 국가의 “전략적”이거나 “중요한” 가치를 가진 자원으로 규정함으로써 간단히 무력화될 수 있다. 리튬이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고 공기를 더욱 깨끗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충분히 쉽게 일어날 수 있다.
페레이라에 따르면, 사전에 약속한 절충안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상당히 다른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기업의 책임은 자발적인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광산 회사들은 가능하다면 언제든 합의를 철회할 수 있다. 지역 단체들이 협상을 통해서 고정된 로열티를 얻어 내는 데 성공한 경우라 하더라도(아타카마의 주요 채굴 현장 한 곳의 경우에는 매출의 3.5퍼센트이다), 이후에는 전리품을 둘러싸고 싸움이 벌어지면서 지역 사회가 분열되는 일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친환경 기술이라는 미명하에 포르투갈의 산들을 파헤치는 일은 여전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논란이 적은 대안적 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그린 수소(green hydrogen)는 유럽의 배출량을 최대 10퍼센트까지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좀 더 즉각적인 해결책은 우리가 이동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프로비던스대의 테아 리오프랑코스가 지적했듯이, 사람들이 기차, 트램, 전기 버스, 자전거, 공유 차량 등의 “합리적인 형태의 이동 방식”을 받아들인다면 모든 종류의 승용차에 대한 수요가 하룻밤 사이에 급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광산 반대 진영에게는 시간이 없다. 고도프레두는 “개발 모델에 대해서 대화를 하고 싶다면” 시민들이 그런 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더욱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면 여론을 그들 편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고, 결국엔 이 나라의 리튬 광산 개발 계획이 보류될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 포르투갈 녹색당이 최근에 광산 정책의 국가적인 영향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포르투갈의 시위대는 녹색 성장을 반대하는 것이 국가의 발전을 막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륙 지역에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주앙 카소테가 사는 인근 마을의 운동장 울타리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는 “광산에 반대한다(Não à Mina)”라는 문구 옆에 “삶에 찬성한다(Sim à Vida)”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마리우 이나시우와 마리아 카르무를 비롯해 광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삶’에는 생태 관광, 재생 농업, 로컬 공급망 구축과 같은 저탄소 생활을 위한 조건들이 포함돼 있다. 카소테에게 삶이란 괜찮은 직업과 괜찮은 임금을 의미한다. 녹색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비전 모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