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낯선 문명의 도래
머지않은 미래. 적막감마저 감도는 우주선 안에서 인간들은 동면을 취하고 있고, 우주선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제어 하에서 화성으로 향하고 있다. 얼마 전 화성에 도착한 우주선이 탐사선을 내렸다는 기사가 나온 것을 보며 이렇게 인공지능 로봇이 우주선을 조종하는 영화 속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영화 속 모습만이 아니다. 현재 개발 경쟁이 치열한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반화되는 경우 사고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춰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알고리즘에 따른 주식 매매 주문, 인공지능 기반 의료 진단기기뿐만 아니라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 판사 등 미래 인공지능 로봇이 인류에게 가져다줄 편리함과 이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에게 항상 도움만 줄지는 알 수 없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생산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탑승자가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 중 사망한 사고가 거듭 일어나면서 인공지능 로봇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시각센서가 진행 방향에 있던 밝은 색상의 화물차를 주변 환경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논란은 자율주행차에서 시작되었지만,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 진단기기인 IBM사의 왓슨(Watson)이 오진을 하거나 인공지능 로봇 판사가 오판을 하는 경우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혹자는 인공지능을 인류 최후의 발명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은 인류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줄 ‘판도라의 상자’라 할 수 있다. 제우스신으로부터 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받은 상자를 스스로 열고 만 판도라처럼 많은 재능과 능력을 부여받은 인간은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해 오히려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인류가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 누리게 될 혜택의 이면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피해를 주는 경우 법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하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 또한 기다리고 있다. 제도의 공백은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대중의 정서를 부정적으로 이끌 수도 있다.
인간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을 느낀다. 인공지능 로봇이 가져다줄 많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도의 미비나 위험성에 대한 막연한 정서적 거부감으로 인해 실생활 도입이 생각보다 늦춰질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다가올 새로운 문명의 실체에 대해 정확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더욱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때까지 인류가 존재한다면, 수천 년 후 후손들은 지금 우리가 이집트 피라미드나 로마 콜로세움 같은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에 경탄하듯 인공지능 로봇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우리 생활 속에서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해 실제로 어떤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 한다. 만약 법적 분쟁이 생기면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 중 누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해보며 호기심과 막연한 두려움을 동시에 해소해 보자. 인공지능 로봇을 단순히 물건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법적 주체로, 나아가 인간과 유사한 존재로 인정할 수 있는지도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