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구 온도가 35℃에 가까워지거나 넘어가는 일이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인도-파키스탄의 접경 지역이나 페르시아만과 멕시코만 주변에서는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모든 사례가 기록되어 보고되는 것은 아니다. 2020년에 발표된 기상관측소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그처럼 극단적으로 습한 열기는 기록되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자주 발생함을 알 수 있었는데, 대부분은 인구가 매우 적은 열대 지역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연구는 또한 1979년 이후로 그런 사례의 발생 정도가 두 배로 증가되었음을 확인했다.
극단적인 지구 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수의 연구를 이끌었던 영국 기상청의 기후학자인 리처드 베츠(Richard Betts)는 온난화가 2℃ 이상이면 인도에서 면적은 작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습구 온도가 치명적인 수준에 이를 위험성에 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2.5℃ 이상이면, “열대 지역의 거의 대부분이 1년에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 동안 극심한 수준의 열기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습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열기가 물 공급을 감소시킬 것이다. 1.5℃, 2℃, 3℃인 경우의 물 부족 현상을 모델링한 결과, 기후의 온난화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서 인류의 3분의 2가 점점 더 건조한 상황을 경험할 것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3℃ 수준이면, 현재는 100년에 한 번 일어날 정도로 예외적인 사건으로 여겨지는 심각한 건기가 아프리카의 대부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 남부, 미국의 중남부,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남아메리카의 일부에서 2-5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는 끔찍한 날씨를 맞게 될 것이다
가뭄이 가끔 발생한다면, 저수지나 지하수에 의지해서 버텨낼 수 있다. 그러나 가뭄이 장기화되거나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그런 대안들도 말라버리게 된다. 그 결과, 일부 모델링에서는 기온이 3℃ 이상 상승하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1년에 적어도 1달 이상 극심한 가뭄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의 극심한 가뭄은 생활, 위생, 관개용 물 공급에 영향을 미쳤으며, 기록적일 정도로 처참한 산불에도 불쏘시개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지구의 거대한 지역에서 가뭄이 일어날 때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를 가늠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숫자도 많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의 상황이 이 정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거의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서는 적응하는 데 훨씬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농작물이 폭염의 위험에 처한다거나, 전 세계가 구조적인 먹을거리 부족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작물을 기르기에 더욱 알맞은 수준으로 강수량이 증가하는 축복을 받게 될 것이고, 조건이 잘 맞아 떨어진 농지에서는 강수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홍수의 위험이 증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온대기후 지역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서 혜택을 누릴 것이며,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의 원재료이기 때문에 일부 작물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역시 혜택을 받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온이 3℃ 상승하면 곡물의 가격이 29퍼센트 높아지면서 1억8300명의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기근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곡물의 가격이 웬만해서는 변동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평균이 어떻든 간에, 위기가 더욱 악화될 위험성이 훨씬 더 높다. 세계 3위의 밀 생산국인 러시아에서는 2010년에 40℃ 이상의 기온이 몇 주 동안 이어지면서 1880년대 이후로 유지되어 온 여름 기온 기록이 깨졌다. 밀 생산량이 3분의 1가량 떨어졌고, 러시아는 자국의 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출을 금지했다. 이는 전 세계 식료품 시장에서의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수많은 저소득 국가들에서의 정국 불안에도 영향을 주었다.
정책적으로 좀 더 신중하게 대응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식량 쇼크(food shock)에 대한 공황상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의심의 여지없이 증가할 것이다. 영국의 외무국제개발부(FCDO)가 공동으로 후원한 어느 연구에서는 극심한 열파가 발생했을 때 그해 중국 남부의 쌀 생산량을 완전히 없애버릴 가능성을 계산했는데, 기온 상승이 1℃일 때는 100분의 1이지만, 2-3℃일 때는 10분의 1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기온 상승폭이 3℃인 경우에 해수면 높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가열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얼음이 녹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열기가 바다 속 깊이까지 들어가는 과정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해수면의 높이가 바다 표면의 온도에 반응해서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즉, 기온이 3℃까지 천천히 상승할 때보다는 빠르게 도달할 때 해수면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더 낮을 것이다.
세계의 기온 상승이 3℃에 도달하는 순간에 해수면의 높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3℃ 더워진 세계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해수면의 높이에 미치게 될 영향이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남극 서부의 대륙 빙하는 현재 가장자리가 부서지고 있다. 온난화가 2℃ 수준이 되면, 이 빙하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증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만약 그 수준을 넘어간다면, 남극 서부의 얼음 손실률이 급격하게 커지리라는 사실을 여러 증거에 의해서 알 수 있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네릴리 아브람(Nerilie Abram)의 말이다.
남극 빙하가 전부 녹는다면 해수면이 1.6미터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1세기 정도의 기간에는 그런 일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는 그것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증가할 것이다. 아브람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와 같은 기후변화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남극에서 얼음이 사라지는 속도는 불과 수십 년 안에 아주 급격하게 뛰어 오를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3℃ 상승한 세상이라면, 그린란드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우려할 수 있다.
기온이 2℃ 상승한다면 2100년에는 해수면 높이가 30-90센티미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면 수많은 도시들과 저지대에 위치한 나라들은 그러한 상황에 맞서서 싸워야 하며, 만약 그 수준이 4-5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면 그들은 아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습구 온도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기온이 일단 3℃ 상승한다면 적응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생명은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땅은 그렇지 않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현재 수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해변 도시들의 모습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그리고 북극이나 열대우림의 토착 문화들도 현재와 같은 형태로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 그랬던 지구의 모습은 상당부분 잊힐 것이며, 사라질 것이다.
방법이 있을 거야
자연도 역시 적응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동물과 식물 종들은 가능하다면 좀 더 시원한 지역으로 이주함으로써 점점 따뜻해지는 기후에 적응할 수 있다. 물고기들은 이미 특정한 종들이 열대의 수역에서 온대의 수역으로 옮겨가면서 이주를 시작하고 있으며, 온대 수역에서 좀 더 차가운 수역으로 이동하는 물고기들도 있다. 고위도 지역으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비탈진 지역에 사는 육상 동물이라면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하지 않고도 근처에서 좀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어느 정도까지만 효과가 있다. 산에는 꼭대기가 있고, 지구에도 극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후가 따뜻해지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생태계와 생물종에게만 효과가 있다. 산호초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세계의 기온이 3℃ 상승하면, 산호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삶아져서 표백되는 것도 모자라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바닷물의 산성도가 높아져서 산호가 살기에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 된다.) 이렇게 적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세계는 더욱 뜨겁게 달궈질 것이다. 이미 벌목과 불길에 의해 약화되고 있는 아마존의 열대우림 역시 그런 세상에서라면 생존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아마존은 사라져가면서 수십억 톤의 탄소를 추가로 대기 중에 방출할 것이다.
아마존이 하룻밤 만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3℃가 상승하는 미래는 이번 세기의 전반이 아니라 후반기에 닥칠 것이다. 그러나 배출량을 감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3℃ 상승을 회피하고자 하는 노력은 대기 중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를 빨아들이거나 따뜻한 태양 광선을 우주로 반사시켜 버린다던가 하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기술에 의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우리 인류는 지구공학에 의해 만들어진 바윗덩어리 행성과 아주 뜨거운 세상 사이에 갇혀서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