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코노미스트(전리오 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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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신기주, 이다혜 |
발행일 | 2021.08.25 |
리딩타임 | 25분 |
가격 |
전자책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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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이코노미스트#세계#미국#중국#중남미·아프리카·중동#정치#정책#외교·국방#민주주의#여성#다양성 |
미국은 왜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했나.
바이든은 왜 아프간 철수에서 실패했나.
미국의 적들은 미국의 실패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민주화에 실패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며, 그 누구도 그곳이 스위스가 될 거라고 상상하지는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분쟁을 끝내려 했던 심정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미국의 유권자들 대부분이 이미 오래 전에 관심을 껐을 정도로 전략적인 중요성이 크지 않은 지역에서 미국은 2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알카에다의 작전 사령부를 해체하겠다는 원래의 침공 명분은 대체로 달성했지만, 그러한 성취는 이제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아프간 정부의 몰락을 방치함으로써 미국이 변덕스러운 동맹국임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은 미국이 그곳에 머문 기간, 병력의 규모, 그들이 지출한 비용 등을 감안 할 때 다소 부풀려진 것이다. 지금은 몰락한 카불의 정권은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동맹국이 아니었다. 그들은 훨씬 약했고, 더욱 부패했으며, 생존을 위해서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질서정연하게 철수해야 했던 미국의 책임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일반인들의 복지에 대해서는 한 치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실패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 25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The Economist × BOOK JOURNALISM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실패했다. 미국은 아프간 상황을 오판했다. 2년은 버틸 거라던 아프간 정부는 2주만에 무너졌다. 카불 공항은 대탈출의 아비규환이 됐다. 탈레반은 전광석화처럼 카불을 점령했고 최강대국 미국의 군대가 도망치듯 아프간에서 패퇴하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이건 변명의 여지 없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다. 미국인들도 아프간 철군을 지지했지 아프간 패퇴를 원했던건 아니었다. 바이든의 패착이다. 바이든이 아프간 상황을 오판한건 9.11테러 20주년인 2021년 9월 이전에 아프간에서 발을 빼겠다는 정치적 목표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탈레반과의 협상에서 스스로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우매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제 시간에 쫓기는 쪽은 겨울이면 세력이 약해지는 탈레반이 아니라 가을 전에 아프간을 떠나야만 하는 미군이었다. 사이공 이후 최악이 돼 버린 카불에서의 패퇴로 미국의 영향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미국이 종이 호랑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을 포함한 미국의 우방국들은 벌써부터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미국의 적들은 진작부터 미국의 약점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바이든은 여전히 자신의 패착을 합리화하는데 급급하다. 탈레반의 공격보다 공화당의 공격을 더욱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돼 있는 미국 정치는 미국 대통령이 초당파적 외교 정책을 구사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외교력과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건 분명 중국에겐 기회다. 미국과 달리 어차피 인권에는 관심이 없는 중국은 탈레반 정권과의 협상에서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카불의 대참사로 중동에서 힘을 빼서 중국한테 힘을 쓰려던 바이든의 전략은 첫 단계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참담하게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은 아프간이 아니라 워싱턴에 있다. 바이든이 워싱턴의 진짜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당분간 아프간 실패의 수렁에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진짜 미국의 실패다.
북저널리즘 에디터 신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