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해진 고요의 바다
완결

모두가 달에 간다

2022년은 새로운 달 탐사 시대의 원년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지구와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향하고 있다. 

소련과 미국이 냉전 시대에 우주 경쟁을 벌이던 당시,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의 임무는 소련보다 정치적, 기술적으로 우월함을 입증하는 것에 가까웠다. 목표를 달성하자  아폴로 계획은 예상대로 공식 중단됐다. 우주 비행사들이 마지막으로 달을 밟은 지 반세기가 다 된 지금, 달 탐사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번의 목표는 단지 사람과 기계를 달 표면 혹은 그 근처에 두는 것이 아니라, 달에서 지속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전보다 더 많은 나라가 달 탐사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이 올여름 발사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올해 가을에 달에서 우주선을 운항하는 최초의 아랍 국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다른 나라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대망의 탐사선 라시드(Rashid)는 UAE 우주국이 두바이에서 제작하고 있다. 라시드에는 ‘랭뮤어 프로브’라고 불리는 탐사 장치가 탑재돼 달 표면에서 태양풍으로 인해 발생하는 하전 입자의 상태를 연구한다. 이스라엘의 비영리 민간단체 스페이스일(Space il)은 2~3년 내로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중국만이 이뤄낸 성과이다.
일본 우주 기구가 개발한 문드로이드(Moondroid)
UAE의 탐사선은 일본 기업인 아이스페이스(Ispace)가 제작한 착륙선 ‘하쿠토-R’에 실려 운반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 하쿠토-R은 미국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하쿠토-R에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야구공 크기로 개발한 탐사체 문드로이드(Moondroid)도 실릴 예정이다. 영화 〈스타워즈〉 속 드로이드처럼 생긴 이 장치는 달 표면을 굴러다닐 예정이다. 인도 역시 올해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을 세웠다. 인도는 2019년 처음 달 탐사를 시도했는데 스페이스일이 그러했듯 탐사선이 달 표면에 추락한 바 있다. 러시아 역시 달 탐사 희망 국가다. 소련 시절인 1976년, 마지막으로 루나 24호를 달에 착륙시켰던 러시아는 올해 루나 25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달을 향해 가장 야심을 드러내는 나라는 미국이다. NASA의 목표는 5년 이내로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아폴로호처럼 지구에서 달로 직항하는 대신 달의 궤도를 따라 도는 우주 정거장, 일명 ‘게이트웨이’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게이트웨이는 인간 착륙 시스템(HLS)이라 불리는 우주 왕복선을 수용할 것이며, 우주 비행사들이 지상으로 하강하기 위해 이동하는 전초 기지가 될 예정이다. 태양의 신 아폴로의 쌍둥이이자 달의 여신에서 이름을 딴 이번 ‘아르테미스 계획’은 수년간의 지연 끝에 운영이 시작됐다. 올해에만 NASA가 후원하는 최소 18개의 달 탐사 임무가 진행될 것이며, 그중 일부는 나중에 사용할 장비와 보급품도 같이 운송한다. 게이트웨이 완공은 2024년으로 예정돼 있다.

 

하늘 위가 궁금하다


게이트웨이의 주거·물류 전초 기지인 헤일로(HALO·Habitation And Logistics Outpost)를 보호할 외부 보호막이 토리노에서 제작되고 있다. 시공사는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사인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로, 유럽 우주국(ESA)이 기금을 출연했다. 이 보호막은 올해 10월 미국으로 보내질 예정으로, 헤일로 부분에 장착 후 전력 및 추진 요소(PPE)까지 차례로 연결되면 게이트웨이는 전체가 지구 궤도로 들어 올려진다. 그러고 나면 PPE가 거대한 태양 전지판으로 에너지를 흡수해 이를 이온 추진 장치로 보낸다. 게이트웨이는 지구로부터 천천히 밀려나게 되고, 11개월 후에는 달 주변 궤도에 도달하게 된다.

ESA는 게이트웨이가 일단 달 궤도에 오르면 연료를 주입할 수 있게 해주는 ESPRIT 모듈을 주도하고 있다. 캐나다는 이 게이트웨이의 기계 팔이라 할 수 있는 ‘외부 로봇 시스템’을 제작하고 있다.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는 거주 가능한 두 번째 모듈 ‘i-hab’를 JAXA, ESA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우주 정거장의 핵심인 헤일로가 안전하게 설치되고 난 후에 장착될 예정이다.

그밖에 다른 나라들도 아르테미스 계획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단순히 영광을 얻는 것 말고도 한 나라의 우주 비행사들에게 헤일로에 대한 접근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NASA의 주요 협력 업체인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에서 헤일로 작업을 관리하는 데이브(Dave Oberg)는 에어비앤비에 비유해 헤일로를 ‘첫 번째 우주bnb’라고 묘사했다.

우선, 게이트웨이에는 일 년에 한 달간 사람이 머무르게 될 예정이다. 나머지 기간은 자동 원격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누군가는 이 기간을 두 달로 늘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21년 넘게 우주 비행사들이 살고 있는 국제 우주 정거장(ISS)을 떠올리면 한 달이 너무 짧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ISS는 지구 상공에서 불과 약 400킬로미터 떨어진 궤도를 회전한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달에서 정거장을 지속해서 운영하는 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게이트웨이가 지구 자기장의 방사선 굴절 범위 밖에 있어 더욱 강력한 방사능 차단막이 필요하다.

 

점화 장치를 켤 차례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번째 대규모 발사인 아르테미스 1호는 몇 달 안에 플로리다 캐너버럴 곶에서 쏘아 올려질 예정이다. 이번 발사의 탑재량은 과학적으로 보통인 수준으로, 달에 존재하는 물의 양과 관련 데이터 등을 모을 13개의 작은 ‘큐브캣’이 실린다. 그러나 아르테미스 1호의 진짜 목적은 록히드마틴이 만들고 있는 NASA의 대규모 우주 발사체(SLS) 로켓과 오리온이라고 불리는 비행사 전용 캡슐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임무에서 오리온 캡슐은 달에서 6만 4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무인으로 날다가 지구로 돌아와 태평양에 떨어질 예정이다.

후속작인 아르테미스 2호는 2024년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때는 ESA가 제작한 서비스 모듈을 탑재한 오리온 캡슐을 발사한다. 이 캡슐은 캐나다인 한 명을 포함한 네 명의 우주 비행사를 지구 궤도로 수송할 것이다. 속도와 고도를 높이기 위해 두 번 선회한 후 우주선은 마지막 단을 분리하고, 대원들은 이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하며 캡슐이 실제로 어떻게 다뤄지는지 경험하고, 도킹과 같은 작전 수행을 위해 약간의 연습을 진행할 것이다. 이 임무에서 오리온 캡슐은 우주 비행사들을 달 너머 약 7400킬로미터 이상으로, 이전보다 더 멀리 사람들을 실어나르게 된다.

아르테미스 2호는 열흘 정도 비행을 지속하는데 이 기간은 최대 3주까지 연장될 수 있다. 만약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5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3호에도 청신호가 켜진다. 아르테미스 3호는 네 명의 비행사가 달 남극 근처에서 6일 동안 머물게 한다. NASA는 아르테미스 3호가 달 국경에 최초의 영구 거점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르테미스 베이스캠프라고 이름 붙여질 이 기지는 언젠가 여압 탐사선(우주복을 착용하고 단거리 이동용), 가압된 이동 플랫폼(장거리 이동용), 착륙선의 일부가 아닌 거주지로서 사람 네 명이 한 달에서 두 달 동안 머무를 수 있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 SLS는 사실 이미 예상보다 수년이 늦어졌고, 충격적일 정도로 예산을 초과했다. 스페이스X의 발사 시스템이자 로켓인 스타십에 첫 비행 타이틀을 내줄지도 모른다. 재사용이 가능한 스타십 부스터는 SLS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저렴하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착륙선이 달까지 비행사를 운송할 HLS로 선정됐으며, 게이트웨이가 제때 준비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우주 정거장을 경유하지 않고 오리온 캡슐에서 스타십 HLS로 직접 승선하는 비상 계획까지 수립되고 있다.

스타십의 존재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하나는 SLS가 과연 적절한 발사체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게이트웨이처럼 달 주변을 회전하는 인프라의 가치다. 냉소론자들은 이것이 결국 힘 있는 항공 우주 회사와 정치적으로 중요한 선거구들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통로이며, 그들에게는 이것이 달 탐사를 위한 수단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일 것이라고 여긴다. 과거에 중단된 우주 계획에 다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이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만약 스타십이 2022년 발사에 성공하면 SLS과의 대비는 더 극명해질 것이며, 게이트웨이를 완전히 배제한 채 스타십이나 민간 경쟁사들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꽤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게이트웨이 구성/ 누가 무엇을 하나?*/ NASA-미국 항공우주국/ ESA-유럽 우주국/ CSA-캐나다 우주국/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CSA-게이트웨이 외부 로봇 시스템/ NASA-물류 모듈/ ESA-ESPRIT(주유기)/ NASA-동력 및 추진 요소(PPE)/ NASA-인간 착륙 시스템(HLS)/NASA, ESA, JAXA-거주 및 물류 기지(HALO)/ ESA, JAXA-국제 거주지(I-HAB)/ NASA, ESA-오리온 캡슐/ 미정-에어로크/*2021년 12월 기준 계획 ©NASA
그러나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간에, 달 궤도에서 전초 기지를 운영하고자 하는 열망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부신 발전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2021년 6월, 달 궤도에 달 기지와 우주 정거장을 공동으로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제 달 과학 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최소한 2036년 전까지 사람들이 오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의 루나 25호와 두 가지 후속 임무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아르테미스처럼 달의 여신에서 이름을 딴 중국의 ‘창어 계획’도 그렇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창어 계획의 성과는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착륙 그 이상이다. 중국은 달 표면 아래를 탐사하기 위해 레이더를 사용해 왔고, 2020년 창어 5호가 실제로 몇 가지 샘플을 챙겨 지구로 귀환했다. 2024년 창어 6호는 달에 로봇 연구소까지 세울 작정이다.

이 모든 것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신경 써야 할 장애물은 방사능이다.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는 사람뿐만 아니라 장비에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지구 근처에서 작동 중인 위성용 부품들 즉, 자기장에 의해 보호되는 부품들은 우주의 혹독한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아주 빠르게 고장이 날 수 있다. 록히드마틴 최고 디자이너인 티모시 시찬(Timothy Cichan)은 강력한 방사능 차단막에도 불구하고 오리온 캡슐에 들어가는 전자 기기에 아주 많은 이중 안전장치가 포함되며, 이로 인해 오리온 캡슐의 컴퓨터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고 설명한다.

 

더 높은 경쟁


어떤 차원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러 연합의 노력 모두 달을 향한 첫 발판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실질적이고 내구성 있는 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한데, 특히 두 가지가 유용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물이다. 2008년 인도의 충돌형 탐사선은 충돌 이후 달 표면에서 방출된 물질을 분석해 달에 얼음 형태로 물이 존재함을 입증했다. 얼음은 달 극지방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곳은 얼음의 증발을 막는 데 필요한 영구 음영 지역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2020년에 발표된 분석에 따르면 그러한 그림자 지역은 달 표면 전체에 흩어져 있다.

물에는 단순히 마시기 위한 것 이상의 가치가 들어 있다.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건 태양계의 역사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 분자는 산소와 수소로 분리될 수 있다. 전자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고 후자는 로켓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지구에서 물을 가져오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현재 지구에서 달 표면까지 물 1킬로그램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60만 달러다.

이 비용은 두 번째 자원인 달 표면 자체와도 연결된다. ‘레골리스’라고 불리는 이 찌그러진 바위는 더 많이 부서져 적당한 액체와 섞였을 때 건물 3D 프린팅에 적합한 ‘잉크’로 바뀔 수 있다. 2027년 발사 예정인 창어 8호가 이 아이디어를 시험할 예정이다. 한 가지 문제는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는 액체가 빠르게 끓는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ESA는 여러 차례 연구를 진행했고, 3D 프린터의 노즐을 가공하지 않은 레골리스 하층부에 연결하면 잉크가 충분히 굳을 수 있을 만큼 오래 잉크를 보호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다른 대안은 액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잉크를 굳히는 게 아니라 레이저나 전자파를 사용해 마른 가루를 소결하는 일부 3D 프린팅 기법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기업 아이콘(ICON)은 NASA로부터 돈을 받으며 달 표면의 레골리스를 이용해 해당 기법을 시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달 자원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1967년 미국을 포함한 111개국이 비준한 우주 조약을 살펴보면 천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유권과 소유권은 다르다. 그래서 미국과 몇몇 다른 나라들이 달에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엔 한가지 문제가 있다. 이 조약은 우주 탐사를 모든 나라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규정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단순히 탐험이 평화로워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더 광범위한 차원의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즉, 외부 자원으로 얻는 편익을 일부 우주 개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도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헤이그 국제 우주 자원 거버넌스 워킹 그룹에서는 2016년부터 이 문제를 정기적으로 논의해 왔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그곳의 결론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행동에 나섰다. 수년간 미국, UAE, 룩셈부르크(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우주 사업에 참여하는 다수 기업 유치) 정부는 기업들에 외계 자원을 추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21년 6월 일본 의회가 그 뒤를 따랐다.

적어도 미국은 말을 행동으로 옮긴다. NASA는 달 탐사선 등 하드웨어에 통신을 제공하기 위해 콜로라도에 있는 로봇 회사 루나 아웃포스트와 계약을 맺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 진행된다면 2022년 말 아르테미스 계획을 위해 4G 통신 장비를 탑재한 이 회사 탐사선이 달 남극 근처에 착륙한다. 부가적으로 이 탐사선은 레골리스를 삽으로 퍼 사진을 찍고, 그것을 다시 NASA에 전송할 예정이다. 이는 달 표면 물질에 대한 소유권을 NASA에 이전하는 것으로 루나 아웃포스트는 80센트를 지급받는다. 회사 운영 책임자인 줄리안 사이러스는 이 거래가 우주에서의 첫 자원 판매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케팅 대란이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은 민간 영역이 지구와 달 사이에 신흥 경제 체계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지금까지 이것은 대부분 정부 예산에 달린 문제였지만 이제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0년간 지구 궤도에서 상업적 차원의 기회가 확대되었듯, 누군가는 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달에 가는 로봇을 개발하려면 약 7년이 걸렸다. 캐나다 우주국의 우주 탐사 개발 책임자인 에릭 뒤푸이스는 이제 3, 4년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캐나다의 항공 우주 회사들이 달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고안된 1억 1700만 달러의 기금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국경을 위한 고지전


문러시(Moonrush)는 기회를 가져다주는 동시에 지정학적 충돌을 야기한다. 유럽의 우주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과학적 목표가 여전히 중요한 사항이지만, 일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폴로호 시절의 권력 전환에 가깝다. 프랑스 파리의 싱크탱크인 전략연구재단(Foundation for Strategic Research, Foundation for Strategic Research)의 대표 사비에르 파스코는 특히 인도가 이웃 국가이자 경쟁국인 파키스탄과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우주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가진 우주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잠식하려는 중국의 욕망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우주 정책 및 안보 전문가인 파벨 루진은 자국이 핵무기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 행사처럼 우주 전력을 국력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일부 관측가들은 우주 탐사계가 점점 더 대립하는 두 진영으로 나뉘고 있다고 본다. 그중 하나는 미국 달 프로그램에 참여한 13개 국가다. 이들은 이른바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했는데, 이 협정에는 공간의 평화적 이용, 데이터 공유, 상호 원조 등에 관한 일련의 중요 원칙이 들어 있다. 이보다는 덜 형식적인 나머지 진영은 중국이 주도하고 러시아가 하위 파트너로 존재하는 형태다. 국제 우주 정책 연구소의 마르코 알리베르티는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진영에 들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군사적 위험도 존재한다. 현재 우주 조약은 우주에서 핵이나 기타 대량 살상 무기의 사용을 금지한다. 런던 우주 정책법 연구소의 사이드 모스테샤르는 새로운 양상의 우주 전력 양극화로 인해 우주 개발에 대한 상호 존중, 무기 배치에 대한 일반적인 금기도 도전받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 본다.

미국의 군사 연구 기관 다르파(DARPA)는 지구와 달 사이의 우주 공간을 ‘새로운 고지’라고 지칭했다. 그 어떤 힘도 상대에게 선뜻 양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2월 중국은 UN 우주 사무국에 자국이 건설 중인 우주 정거장 톈궁과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네트워크 소속 위성 사이에서 일어난 두 번의 충돌 위기를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새로운 고지에서 일어난 사건은 아니었지만, 우주 외교 분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에 미국 공군 연구소는 조직 내 최신 창설 부서인 미국 우주군을 지원하기 위해 지구와 달 사이 궤도에 적합한 ‘고속도로 순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세부 사항은 비밀에 부쳐졌지만, 이 연구소의 우주 탐사선 책임자 제이미 스턴은 이번 계획과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안전하게 달을 오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NASA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듯하다. 2020년 NASA는 다른 어떤 것보다 달 탐사선 보호를 최우선으로 강화하기 위해 우주군과 협정을 맺었다. 최근까지 군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책임이 지구로부터 3만 6000킬로미터 밖에 떨어진, 이른바 정지궤도 위성에서 끝난다고 여겼다. 그러나 NASA와 체결한 협정에 따르면 국방부가 주시해야 할 우주의 면적은 천 배 이상 확장됐다. 결백의 시대는 지났다. 실험적으로 그러나 계획적으로 최후의 국경이 지금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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