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AMA의 넥스트 레벨
2화

획기적인 아이디어들

테크 공룡들의 차세대 먹거리는 무엇인가. 투자, 인수, 고용 데이터에 기업별 핵심 전력이 숨겨져 있다.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싶은 기업의 대표들이 알파벳 ‘i’로 시작하는 단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최근 S&P 500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동안 ‘혁신(innovation)’을 언급한 횟수가 지난 10년간 언급된 양의 거의 두 배가 됐으며, 그 어떤 분야도 기술 기업만큼 혁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프린터 및 개인용 PC 제조사인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에 있어 혁신이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말하는 매물이나 영국의 토니 블레어(Tony Blair) 전 총리가 말하는 교육과 비슷한 것이 되었다.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달아서 세 번이나 말해야 하는 대상이란 거다.

이들의 주장은 지나친 것일까? 지난 10년 동안 일부 비평가들은 기술 분야가 마땅히 달성했어야 하는 정도의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여겨 왔다. 애플 팀 쿡(Tim Cook) CEO는 신형 아이폰과 맥북을 비롯해 다양한 기기 및 서비스들을 출시한 2020년이 그들에게 있어서 “역대 최고로 혁신적인 1년”이었다고 자평하기도 했지만, 비평가들은 이를 쉽게 수긍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제품들이 할 수 있는 작업과 그들이 제공하는 편리함은 분명 놀라운 성과를 상징한다. 컴퓨팅 능력은 계속해서 발전했고, 소프트웨어는 점점 더 많은 일을 해내게 됐다. 그렇지만, 하늘을 나는 자동차, 집안일을 도와주는 로봇, 사람의 마음과 섞일 수 있는 헤드셋 등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1]는 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2]에서 빅테크들의 지배력이 “혁신을 현저하게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거대 기업들은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사용자들을 유입시키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기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통해 커다란 이익을 얻는다. 또한, 그들은 잠재적인 경쟁업체들을 선제적으로 인수함으로써 각자의 영역을 지키는 해자(moat)를 더욱 공고히 한다.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쟁을 장려하기 위해 내놓은 행정 명령[3]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러한 ‘말살형 인수(killer acquisition)’를 근절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한 가지 반론은 기술업계에서 경쟁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위 빅 파이브(Big Five)라고 부르는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중에서 두 개 이상의 기업이 서로 맞붙고 있지 않은 분야를 찾기란 쉽지 않다. 또 하나의 반론은 기술 혁신 측면에서는 경쟁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컴퓨터 시대의 두 가지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transistor)와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의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4]은 모두 20세기 중반에 벨 연구소(Bell Labs)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벨 연구소의 주인이었던 AT&T가 상대한 수많은 경쟁업체가 허접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로버트 앳킨슨(Robert Atkinson) 이사장은 오늘날에도 일부는 그 당시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빅 파이브는 “차세대의 거대한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활용하는 과점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그들 모두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겪으면서도 차세대의 중대한 변화의 기회를 놓치면 미래를 결정짓는 게임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는 그들이 최근에 인수했거나 소수의 지분을 확보한 업체들의 핵심 기술, 즉 링크드인(LinkedIn)에 기록된 직원들의 프로필, 그들의 출간물 및 특허 자료 등을 포함해 빅 파이브의 활동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의 경이로운 투자 열풍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How to deal with big tech ©이코노미스트
미국 빅테크들이 연구 개발(R&D)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20년 미국에서 R&D 분야에 대한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지출은 모두 7130억 달러에 달했다. 2021년 빅 파이브는 1490억 달러를 지출했다. 비록 일부는 미국 내에서 사용된 것이 아니었지만 이는 미국이 투자한 전체 연구 개발비의 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였으며, 연방 정부 내에서 최대의 R&D 예산을 가진 조직인 펜타곤에 비해서도 상당히 많은 금액이었다.[5]

해당 지출의 상당액은 제품 개발에 사용되었는데, 현행 과세 체계에서는 가능하면 R&D 항목으로 분류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 통계에 왜곡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으로 2019년 이후 연구 개발비가 34퍼센트 증가한 사실을 온전히 설명하기란 어렵다. 해당 기간에 과세 체계에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본 지출(capital expenditure)을 살펴보면 주로 데이터 센터 조성에 사용되었고, 아마존의 경우에는 주문 처리 센터(fulfilment center, FC) 구축에도 지출했는데 이 역시 계속 증가해 현재는 매년 131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빅 파이브의 현금 흐름에서 R&D 및 자본 지출에 투자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3퍼센트였다. 이에 비해서 S&P 500 기업들 전체의 중간값(median)은 32퍼센트였다.
업계의 큰손들 / R&D 지출액/ 단위: 10억 달러/ 그레이-2011년, 민트-2016년, 네이비-2021년(*추정치)/ 매출액 대비 비중(%)/ 아마존/ 알파벳/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블룸버그
이렇게 지출액이 막대한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정말로 거대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모두 합쳐서 시가총액이 9조 달러가 넘는 빅 파이브의 매출액은 2015년부터 2020년 사이에 거의 세 배가량 증가했다. 매출액과 비교하면 다소 적어 보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액수인 점은 분명 사실이다. 같은 기간 R&D 분야의 지출은 매출액 대비 약 9퍼센트에서 12퍼센트로 증가했고, 자본 지출은 4분의 1 이상 증가해 약 9퍼센트로 2퍼센트 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업들이 이렇게 막대한 R&D를 필요로 할 만큼 각자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하드웨어 부품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신형 아이폰이나 자동차 또는 가상현실(VR) 헤드셋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물류 창고 및 배송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활용하는 산업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메타의 경우, 자사의 주력 서비스인 페이스북을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기에,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차세대의 거대한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에 회사의 이름을 바꾸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6]

빅 파이브의 연구원들은 2019년까지 5년 동안 1만 6000건이 넘는 과학 논문을 발표했는데, 해당 문헌들의 주제를 살펴보면 현재의 진행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그들은 각자의 핵심 비즈니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는 ‘검색 결과에서 중복된 항목을 회피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구글 리서치(Google Research)의 연구진이 내놓은 어느 논문에서는 “인간 대뇌 피질의 측두엽에서 채취한 외과적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마다 각자의 연구 내용에 대한 공개 정책이 달라 해당 데이터만으로는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연구 내용의 공개와 관련해서는 알파벳이 비교적 관대한데, 그들은 이러한 정책을 통해 기밀 엄수를 요구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연구자들까지 끌어들이고자 한다. 덕분에 출간물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알파벳은 상당히 괜찮은 회사로 보인다. 알파벳은 과학계에서 학술 연구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의 최신 평가에서 4위 기업에 올라 있다. 참고로 1위는 스위스의 의료 기업인 로슈(Roche)이다. 애플은 연구 내용 공개에 있어서 훨씬 더 엄격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덜 혁신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자동차, 메타버스, 그리고 모든 것


애널리스트들은 빅테크들의 막대한 R&D 지출 가운데 우리가 ‘프론티어 테크놀로지(frontier technology)’라고 부르는 메타버스, 자율주행차, 의료, 우주, 로봇 공학, 핀테크, 암호화폐, 양자 컴퓨팅 등에 투입되는 금액의 비율이 5~20퍼센트 사이일 것으로 추정한다. 참고로 인공지능(AI)은 현재 매우 보편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만큼 이번 기사에서는 AI를 프론티어 테크놀로지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이들 기업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인수, 투자, 고용 관련 데이터를 살펴봤다.

리서치 업체인 피치북(PitchBook)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빅 파이브는 110여 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참고로 이 데이터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를 발표한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사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인수 계약의 정확한 규모가 공개되지 않으며, 소규모의 인수 합병은 일종의 채용 활동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아 관련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는다. 말살형 인수(killer acquisition)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인수 계약이 혁신을 가속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여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 기업이 어느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각 기업 및 관련 시장/ 빅 파이브 기업들의 프론티어 테크놀로지 관련 현황, 2019~2021년/ 차례대로 메타버스, 자동차, 의료, 우주, 로봇 공학, 핀테크, 암호화폐/ 인수 계약 건수/ 메타,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투자 계약 건수/ 메타, 애플(없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피치북, 이코노미스트
수치 자료가 포함된 40여 건의 인수 계약을 살펴보면, 해당 업체들의 회사 가치 총액은 대략 500억 달러였다. 인수된 기업들의 4분의 1 이상은 인공지능(AI)을 연구하거나 방대한 데이터 세트(data set)를 분석하는 업체들이었다. 그리고 약 4분의 1은 프론티어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 업체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통이 큰 투자자였다. 지난 4월, 그들은 의료 분야에 특화된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인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Nuance Communications)를 19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지난 3년 동안의 인수 관련 데이터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그들은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도 인수했는데, 대표적으로는 기업들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걸 도와주는 무버(Mover.io)와 클라우드 보안 관리 업체인 클라우드녹스(CloudKnox)가 있다. 클라우드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에 비해 뒤처진 구글은 액티피오(Actifio)를 포함한 클라우드 기반 스타트업 세 곳을 낚아챘다. 그들은 또 21억 달러에 핏빗(Fitbit)을 인수한 것을 포함해 웨어러블 업체 세 곳을 사들였는데, 이는 의료 분야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편단심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메타는 다른 무엇보다도 메타버스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분야에서 인수 가격이 공개된 업체들 13곳 가운데, 메타가 인수한 기업은 빅박스 VR(BigBox VR)과 다운푸어 인터랙티브(Downpour Interactive)를 포함해 8곳이었다. 나머지 5개 가운데 애플은 넥스트 VR(Next VR)과 아이키네마(IKinema)를 포함한 4곳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조사에 의하면, 애플이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2019년 이후 그들이 인수한 22개 업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AI 관련 스타트업이었다.

다섯 개 회사들 가운데 4곳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창구는 그들이 소수 지분을 확보한 업체들의 분야가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피치북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3년 이상 투자하고 있는 101개 기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프론티어 테크놀로지에 적극적이었다. 여기에서 유일한 예외는 애플인데, 그들은 프론티어 테크놀로지 분야의 기업들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도 그들의 선택은 상당히 흥미롭다. 자동차 분야에서 투자를 받은 다섯 개의 업체를 살펴보자. 아마존은 오로라(Aurora)와 리비안(Rivian) 두 곳에 투자했다. 이 중 아마존이 20퍼센트의 지분을 가진 리비안은 지난해 11월 상장했는데, 현재 리비안의 기업 가치는 670억 달러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아마존은 지난해 오로라와 같은 자율주행 전문 업체인 죽스(Zoox)를 13억 달러에 인수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이 현재 자율주행차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주된 이유가 배송 서비스의 비용을 낮추고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아마존은 이미 리비안에 10만 대의 배송용 승합차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자는 그들이 2012년에 로봇 제조업체인 키바 시스템즈(Kiva Systems)를 인수했던 것과 비교할 수도 있다. 키바의 기술은 현재 아마존이 물류 창고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구글 역시 자율주행차 기업 두 곳에 투자했다. 하나는 사내 ‘문샷(moonshot)’ 프로젝트 조직인 구글 X(Google X)에서 분사한 웨이모(Waymo)이며, 다른 하나는 자율주행 배송 업체인 뉴로(Nuro)이다. 애플은 2019년에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드라이브AI(Drive.ai)를 인수했지만,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는 주로 사내에서 수행하고 있다. 애플의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은 2025년 차량 출시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번 주 런던의 자율주행차 기업인 웨이비(Wayve)에 투자하면서 이러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빅테크들의 투자액 가운데 자동차 및 이동 수단 분야에 투입된 비율이 9퍼센트인 데 반해, 벤처 캐피털(VC) 업계의 경우는 2.4퍼센트에 불과했다. 실제로 암호화폐를 제외한 프론티어 테크놀로지의 모든 분야에서 빅 파이브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VC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높았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자면, 빅테크들은 전반적으로 프론티어 테크놀로지에 37퍼센트를 투자한 반면, 벤처 투자자들은 대개 25퍼센트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별도의 투자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알파벳의 벤처 캐피털 자회사인 그래디언트 벤처스(Gradient Ventures)와 GV(舊 구글 벤처스) 및 사모 펀드 부문인 캐피털G(CapitalG)는 2019년 이후 대략 400건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약 100건은 생명 과학이나 의료 분야 기업들이었다. 기술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AI를 생물학 분야에 적용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다. 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대형 자산 관리사인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의 톰 슬레이터(Tom Slater)는 “지금은 RNA의 구조를 마치 소프트웨어의 한 부분처럼 컴퓨터에서 작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글의 벤처 캐피털들이 투자한 업체들 가운데는 유전체 편집 회사인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과 의약품 개발 기업인 아다지오 테라퓨틱스(Adagio Therapeutics)도 포함되어 있다.

구글의 금융 부문이 투자한 또 다른 45개의 사례 가운데에는 자동화된 장부 관리 서비스인 봇키퍼(Botkeeper) 같은 핀테크 기업들도 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애플은 2020년에 결제 스타트업인 모비웨이브(Mobeewave)를 인수하면서 아이폰에 비접촉 모바일 결제 단말기 기능을 더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인도의 핀테크 기업인 퍼퓰(Perpule)을 인수했고, 현재는 자사의 대출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골드만 삭스와 협업하고 있다.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보자면 퍼퓰을 비롯한 수많은 핀테크 기업들의 사례는 또 다른 트렌드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 2019년 이후 빅테크들이 인수한 101개의 업체 가운데 24곳이 인도 출신으로, 이는 미국을 제외한 그 어느 나라들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아마존은 첸나이 소재의 온라인 금융 마켓 뱅크바자르(BankBazaar)에 대한 투자액을 더욱 늘렸다. 2020년 구글은 향후 5~7년 동안 인도의 기술 기업들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빅테크들은 미국의 VC 업체들보다도 인도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훨씬 더 커 보인다.
아래의 목소리/ 관련 단어들이 빅테크 직원들의 링크드인 프로필에서 언급된 경우/ 2022년 1월 현재, 해당하는 전체 프로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 차례대로 메타,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로봇 공학, 의료, 메타버스, 핀테크, 자율주행차, 암호화폐, 양자 컴퓨팅 ©링크드인
빅테크들이 어디에 판돈을 걸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채용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다.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키워드를 조사하기 위해 빅 파이브 기업 직원들의 링크드인 프로필을 살펴봤다. 역시나 메타의 데이터에서는 메타버스가 두드러진다. 메타 직원들의 프로필에서 AR이나 VR과 관련한 경력이 약 2~4퍼센트라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고용에 대한 수치적 분석


리서치 기업인 싱크넘 얼터너티브 데이터(Thinknum Alternative Data)에 의하면, 빅테크들은 이들 분야에서 채용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빅 파이브 기업들의 채용 공고에서 AR이나 VR이 언급된 경우는 2020년 8월 75건에서 1월 현재 567건으로 급증했다. 메타와 아마존은 이러한 채용 공고를 현재 각각 200건 정도 올려두고 있는데, 아마존이 메타보다 전체적으로 20배 많은 사람을 고용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사실이다. 자동차 관련 채용 공고에서도 비슷한 급증세를 확인할 수 있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채용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6월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 프로젝트를 강화하기 위해 BMW 전기차 부문의 고위급 임원이었던 울리히 크란츠(Ulrich Kranz)를 영입했다. 그들은 또한 테슬라 임원 출신 두 명도 데려왔다.

비록 수치적으로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양자 컴퓨팅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링크드인 페이지에서 빅 파이브 기업 직원들이 양자 컴퓨팅을 언급한 경우는 평균적으로 약 5퍼센트였다. 특히 아마존과 알파벳은 해당 분야의 결원을 채우기 위한 광고 집행 시 양자 컴퓨팅을 언급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난해 7월 구글은 양자 컴퓨팅을 상용화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오류 억제(error suppression) 기술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케빈 스콧(Kevin Scott)은 양자 컴퓨팅에 대한 투자가 회사로서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미래에 그러한 양자 컴퓨팅 기계가 존재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런 시스템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겁니다.” 그러한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지금과 같은 거대한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형태의 데이터들도 이번 조사 결과를 상당 부분 뒷받침한다. 특허를 예로 들어보자.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은 모두 최근에 양자 컴퓨팅과 관련해 특허를 출원했다. 2019년에 메타가 출원한 특허의 절반 이상은 AR이나 VR 분야였다. 메타는 실적 보고에서도 당연히 메타버스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새로운 신기술 분야의 대부분을 뒷받침하게 될 AI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자면, ITIF의 앳킨슨 이사장을 비롯해 빅테크들의 과점을 주장하는 이들의 말처럼 이러한 투자가 사회 경제적인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은 고사하고, 빅테크들이 혁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들의 막대한 투자 규모가 세상을 재창조하려는 급진적인 시도에 대한 일종의 억제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각자 특정한 이해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많은 분야에서 실제로 상당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혁신이라는 건 누구나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단어이지만, 거액의 돈과 자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빅테크들이 그저 가만히 앉아서 임대료나 거두는 것보다는, 그 어려운 일을 하도록 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1]
United States House Judiciary Subcommittee on Antitrust, Commercial and Administrative Law
[4]
데이터의 정량화를 연구하는 응용 수학의 한 분야
[5]
2021년 미국 국방부의 연구개발(RDT&E) 예산은 약 1065억 달러였다. 관련 자료 23페이지 참조.
[6]
메타(meta)라는 단어의 의미에는 ‘다른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환경’이라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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