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기업 및 관련 시장/ 빅 파이브 기업들의 프론티어 테크놀로지 관련 현황, 2019~2021년/ 차례대로 메타버스, 자동차, 의료, 우주, 로봇 공학, 핀테크, 암호화폐/ 인수 계약 건수/ 메타,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투자 계약 건수/ 메타, 애플(없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피치북, 이코노미스트
수치 자료가 포함된 40여 건의 인수 계약을 살펴보면, 해당 업체들의 회사 가치 총액은 대략 500억 달러였다. 인수된 기업들의 4분의 1 이상은 인공지능(AI)을 연구하거나 방대한 데이터 세트(data set)를 분석하는 업체들이었다. 그리고 약 4분의 1은 프론티어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 업체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통이 큰 투자자였다. 지난 4월, 그들은 의료 분야에 특화된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인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Nuance Communications)를 19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지난 3년 동안의 인수 관련 데이터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그들은 또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도 인수했는데, 대표적으로는 기업들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걸 도와주는 무버(Mover.io)와 클라우드 보안 관리 업체인 클라우드녹스(CloudKnox)가 있다. 클라우드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에 비해 뒤처진 구글은 액티피오(Actifio)를 포함한 클라우드 기반 스타트업 세 곳을 낚아챘다. 그들은 또 21억 달러에 핏빗(Fitbit)을 인수한 것을 포함해 웨어러블 업체 세 곳을 사들였는데, 이는 의료 분야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편단심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메타는 다른 무엇보다도 메타버스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분야에서 인수 가격이 공개된 업체들 13곳 가운데, 메타가 인수한 기업은 빅박스 VR(BigBox VR)과 다운푸어 인터랙티브(Downpour Interactive)를 포함해 8곳이었다. 나머지 5개 가운데 애플은 넥스트 VR(Next VR)과 아이키네마(IKinema)를 포함한 4곳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조사에 의하면, 애플이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2019년 이후 그들이 인수한 22개 업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AI 관련 스타트업이었다.
다섯 개 회사들 가운데 4곳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창구는 그들이 소수 지분을 확보한 업체들의 분야가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피치북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3년 이상 투자하고 있는 101개 기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프론티어 테크놀로지에 적극적이었다. 여기에서 유일한 예외는 애플인데, 그들은 프론티어 테크놀로지 분야의 기업들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도 그들의 선택은 상당히 흥미롭다. 자동차 분야에서 투자를 받은 다섯 개의 업체를 살펴보자. 아마존은 오로라(Aurora)와 리비안(Rivian) 두 곳에 투자했다. 이 중 아마존이 20퍼센트의 지분을 가진 리비안은 지난해 11월 상장했는데, 현재 리비안의 기업 가치는 670억 달러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아마존은 지난해 오로라와 같은 자율주행 전문 업체인 죽스(Zoox)를 13억 달러에 인수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이 현재 자율주행차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주된 이유가 배송 서비스의 비용을 낮추고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아마존은 이미 리비안에 10만 대의 배송용 승합차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자는 그들이 2012년에 로봇 제조업체인 키바 시스템즈(Kiva Systems)를 인수했던 것과 비교할 수도 있다. 키바의 기술은 현재 아마존이 물류 창고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구글 역시 자율주행차 기업 두 곳에 투자했다. 하나는 사내 ‘문샷(moonshot)’ 프로젝트 조직인 구글 X(Google X)에서 분사한 웨이모(Waymo)이며, 다른 하나는 자율주행 배송 업체인 뉴로(Nuro)이다. 애플은 2019년에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드라이브AI(Drive.ai)를 인수했지만,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는 주로 사내에서 수행하고 있다. 애플의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은 2025년 차량 출시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번 주 런던의 자율주행차 기업인 웨이비(Wayve)에 투자하면서 이러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빅테크들의 투자액 가운데 자동차 및 이동 수단 분야에 투입된 비율이 9퍼센트인 데 반해, 벤처 캐피털(VC) 업계의 경우는 2.4퍼센트에 불과했다. 실제로 암호화폐를 제외한 프론티어 테크놀로지의 모든 분야에서 빅 파이브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VC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높았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자면, 빅테크들은 전반적으로 프론티어 테크놀로지에 37퍼센트를 투자한 반면, 벤처 투자자들은 대개 25퍼센트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별도의 투자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알파벳의 벤처 캐피털 자회사인 그래디언트 벤처스(Gradient Ventures)와 GV(舊 구글 벤처스) 및 사모 펀드 부문인 캐피털G(CapitalG)는 2019년 이후 대략 400건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약 100건은 생명 과학이나 의료 분야 기업들이었다. 기술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AI를 생물학 분야에 적용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다. 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대형 자산 관리사인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의 톰 슬레이터(Tom Slater)는 “지금은 RNA의 구조를 마치 소프트웨어의 한 부분처럼 컴퓨터에서 작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글의 벤처 캐피털들이 투자한 업체들 가운데는 유전체 편집 회사인 에디타스 메디신(Editas Medicine)과 의약품 개발 기업인 아다지오 테라퓨틱스(Adagio Therapeutics)도 포함되어 있다.
구글의 금융 부문이 투자한 또 다른 45개의 사례 가운데에는 자동화된 장부 관리 서비스인 봇키퍼(Botkeeper) 같은 핀테크 기업들도 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애플은 2020년에 결제 스타트업인 모비웨이브(Mobeewave)를 인수하면서 아이폰에 비접촉 모바일 결제 단말기 기능을 더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인도의 핀테크 기업인 퍼퓰(Perpule)을 인수했고, 현재는 자사의 대출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골드만 삭스와 협업하고 있다.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보자면 퍼퓰을 비롯한 수많은 핀테크 기업들의 사례는 또 다른 트렌드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 2019년 이후 빅테크들이 인수한 101개의 업체 가운데 24곳이 인도 출신으로, 이는 미국을 제외한 그 어느 나라들보다도 많은 수치이다. 아마존은 첸나이 소재의 온라인 금융 마켓 뱅크바자르(BankBazaar)에 대한 투자액을 더욱 늘렸다. 2020년 구글은 향후 5~7년 동안 인도의 기술 기업들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빅테크들은 미국의 VC 업체들보다도 인도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훨씬 더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