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학자들은 지진을 어느 정도 예측한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은 데이터를 비껴간다.
1. 과학이 예측할 수 있는 지진
에즈기 카라소젠(Ezgi Karasozen)은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거대한 지진이 발생했다는 이메일 알림을 받았다. 그러자 그녀는 눈물을 터트렸다. 지진학자인 카라소젠은 미국 콜로라도에 살고 있지만, 튀르키예의 수도인 앙카라에서 자랐으며, 고국의 지진에 대해서 자세히 연구해 오고 있었다. 그녀는 소식을 듣자마자 진도 7.8의 지진은 참사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지진학자는 세계의 우려스러운 지역들을 인지하고 있다. 혹시 거대한 지진 소식이라도 들리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핫 스폿들이다. 이러한 우려는 비정상적으로 오랫동안 뒤틀리지 않은 단층대(斷層帶), 소위 지진공백역(地震空白域, seismic gap)이라는 지대에서 더욱 심각하다. 오랫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곳이기에 사람들의 경계심이 풀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6일[1]에 지진이 발생한 동-아나톨리아(East Anatolian) 단층의 경우, 과학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예의 주시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지난 세기에는 끔찍한 지진을 일으키지 않았다. 튀르키예는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건축 법규를 시행해 왔다. 이번 비극은 그 법규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과학자들의 오랜 우려를 다시금 부각시켰다.
지구과학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형 지진으로 인한 참사는 건축 규제를 통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비극은 그리스 신화의 카산드라(Cassandra)[2]의 예언처럼 명확하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과 투자는 경험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겨우 우리 일생 혹은 겨우 몇 세대 동안의 경험에 기반한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건축 규제 시행보다, 더욱 시급한 문제들이 전면으로 내세워지는 이유이다. 규제가 무시될 수도 있고, 오래된 구조물이 취약한 상태로 유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바로 그것이 지진의 매우 극악한 부분입니다. 어떤 단층은 천연덕스럽게 아주 오랜 세대를 기다리며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불과 몇 초에서 몇 분 만에 온통 지옥이 터져 버립니다.” 워싱턴대학교의 지진학자 해럴드 토빈(Harold Tobin)의 말이다. “단층은 다음번 지진까지 몇백 년 동안 활동하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그에 대한 기억이 없을 수도 있는 거죠.”
게다가 사람들은 특정한 위험을 예측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의도치 않게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캘리포니아의 샌 안드레아스 단층 어딘가에서 거대한 지진이 발생할 거라는 예측을 해 왔다. 1990년대 이후로 캘리포니아에서 진도 7 수준의 지진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는 아니었다.
“우리는 그런 지역들을 오랜 시간 지켜봐 왔습니다. 그 지역들이 현재는 잠잠하지만, 장전된 총처럼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상태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언제 터질 것인가?’라고 말이죠.”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지진학자 웬디 보헌(Wendy Bohon)의 말이다. “이렇게 잠을 자면서 서서히 힘과 긴장을 축적해가고 있는 거인들은 전 세계에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곳이 지진의 위험이 높은 지역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어도요.”
튀르키예는 지진 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지각판의 세 조각이 서로를 밀치는 지점에 위치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튀르키예에 있는 또 다른 단층인 북-아나톨리아(North Anatolian) 단층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이 단층을 따라 대형 지진들이 서쪽을 향해 돌진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인 이스탄불의 턱밑, 마르마라해(Sea of Marmara) 아래에 명확한 지진공백역을 남겼다.
과학자들은 향후 수십 년 안에 이 지역에서 거대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계산하고 또 계산했다. 그리고 이것이 단지 언제가 될 것이냐는 시간의 문제일 뿐, 재앙이 과연 닥칠 것이냐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반면 동-아나톨리아 단층에서는 현대적인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진도 6 규모의 좀 더 작은 지진이 몇 차례 발생했을 뿐이다. 2020년에 카라소젠을 비롯한 과학자 팀은 동-아나톨리아 단층 파열로 인해 발생한 진도 6.8 규모의 지진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발표했다. 또한 1800년대 후반에 이 단층을 따라서 발생한 역사적인 지진들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당시 패턴과 진동에 대한 기록들을 통해 지난 지진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따라서 지난 2월에 발생한 진도 7.8의 지진은 예상 가능했다. 과학자들이 놀란 지점은 지진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더욱 강력했다는 것이다. 지진의 규모는 로그(log) 단위로 측정된다. 이는 6.8과 7.8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그 단위에서는 정수가 1 증가함에 따라 지진파의 진폭이 10배 증가하고, 에너지 방출량은 32배나 커진다.
“우리는 이 단층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습니다.” 카라소젠의 말이다.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진학 관련 데이터, 역사적인 기록이나 현지인들의 설명, 고대 지진학 등을 연구한다. 그런 과학자들조차도 때로는 지진이 발생한 뒤에야 그 패턴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때로는 우리의 예측보다 지진의 규모가 더 크기도 합니다.” 컬럼비아기후대학(Columbia Climate School) 라먼트-도허티 지구 관측소(Lamont-Doherty Earth Observatory)에 근무하는 지구물리학자 마이클 스테클러(Michael Steckler)의 말이다. 2011년 일본 도후쿠 지방에 발생한 지진에 대한 이야기다. 당초 진도 7~7.5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진도 9의 지진이 쓰나미를 일으키고 방대한 지역을 파괴했다. “다시 살펴보니, 그 지역에서는 약 1000년마다 진도 9의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 과학이 예측할 수 없는 참사
과학자들이 지진을 예측하거나 예방하지는 못할지라도, 그들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의 지진을 지켜보는 것을 매우 고통스럽게 느낀다.
“옛말에 ‘지진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건물이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가슴 아픕니다. 특히 제대로 지어진 건물은 버티고 서 있는데, 바로 옆 건물은 완전히 무너진 장면을 볼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지구물리학자 톰 파슨스(Tom Parsons)의 말이다.
건축 법규가 존재하더라도 구속력이 없거나 규제를 따르지 않아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과학자들을 괴롭게 만든다. 이스탄불 보아지치대학교(Bogazici University)에 지진공학과를 설립한 무스타파 에르딕(Mustafa Erdik)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문제는 “건축 법규의 준수 정도”에 있다고 한다. “우리의 건축 법규는 이 나라 공학 기술의 수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건물 각 층의 바닥이 서로 겹쳐져 쌓인 것 같은) 이런 식의 피해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카라소젠은 튀르키예 말라티아(Malatya) 소재의 한 건물에 대한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자기 트위터에 공유했다. 건물이 지진 관련 기준들을 준수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 건물은 지난주에 무너졌다. 카라소젠은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지구과학자이자 공학자로서,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
세계의 과학자들이 우려를 표하는 지역은 다양하다. 웬디 보헌은 아이티를 예의 주시한다. 인구 밀도와 지진의 위험성이 높고, 건물들이 취약하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하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티는 2010년 이후 두 번의 거대한 지진을 겪었고, 지금도 여전히 복구가 진행 중이다. 해럴드 토빈은 네팔 카트만두에 커다란 위험성이 있다고 여긴다. 2015년도에 진도 7.8의 지진을 겪은 곳이다. 마이클 스테클러는 인구가 밀집한 방글라데시에서 대형 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카라소젠은 주로 튀르키예에 관심을 가지지만, 그와 비슷한 단층 체계를 가진 이란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그녀는 활성 단층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주요 데이터를 조사하는 연구를 한다.
튀르키예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카라소젠은 보통 가독과 친지들이 무사한지를 확인한 후 다시 연구에 전념한다. 지진파의 전달, 지진 이후의 변형, 여진과 관련한 물리학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고국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직까지 관련 데이터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대신 자금을 모으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물론 연구 대상으로서는 흥미롭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지진은 다릅니다. 잔해 아래에 갇힌 사람들이 트윗을 올리는데, 그게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