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게임의 시대다. 국내 게임 산업의 규모도 20조 원을 돌파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 4위에 안착했다. 모든 사람이 즐길 정도로, 또 모든 기업이 주목할 정도로 거대해진 게임 시장이지만, 무엇이 게임이라는 개념을 구성하는 규칙인지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장르와 다양한 기업, 65년에 달하는 긴 역사까지, 수많은 요소가 게임이라는 구름을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를 구성하고,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게임 전체를 가로지르는 본질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게임이라 부를까? 《세상을 바꾼 게임들》은 그 본질이 다름 아닌 새로움에서 태어나는 재미와 자극에 있다고 답한다.
게임의 역사는 감각 확장의 역사였다. 가상의 움직임을 보고, 캐릭터를 조종하고, 존재하지 않는 속도감을 느끼는 것까지, 게임을 둘러싼 모든 재미는 새로운 감각을 향해 있다. 중력과도 같은 적응과 내성을 넘어서는 것, 이 미션이 게임의 진화를 추동한 동력이었다. 덕분에 하나의 게임이 살아 남아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지나치게 어렵거나, 접근하기 힘들거나, 단순하거나,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는 새로운 자극이 아니었다. 세계의 첫 비디오 게임이라 불리는 〈테니스 포 투〉는 지금의 게임과 비교한다면 지나치게 단순한 모양새다. 그러나 모니터 속 가상의 코트에서 가상의 공을 넘기는 것은 새로웠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디아블로〉는 모두가 불문율로 여기던 복잡하고 장대한 RPG 게임의 세계관을 단순한 구성으로 바꿨다. 유저의 임무는 단순해졌지만 그 단순함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감과 스릴은 이전까지의 RPG에는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RPG를 만든 게 아니라 〈디아블로〉를 개발한 것”이라는 블리자드의 말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게임은 그 탄생부터, 오로지 사용자의 즐거움과 감각만을 위해 태어난 존재였다. 그 진화 과정에서는 새로운 문화가 태어나기도 했다. 콘솔은 거실이라는 공간을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으로 바꿨고, 휴대용 게임기는 이동이라는 비어있던 시간을 콘텐츠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최근의 모빌리티 업계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게임과 같은 콘텐츠에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와도 멀지 않다.
게임의 진화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도전, 그리고 철저한 계산이 자리했다. 기존 시장을 뚫어 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게임 시장 내부에 균열을 낸 것, 우연히 만난 사람을 마리오라는 캐릭터로 재탄생 시킨 것 모두가 도전의 역사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소소해 보이는 몇 가지 시도도 결국 미래의 게임을 바꾸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의 게임 시장 진출,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콘텐츠에 대한 열망은 지금은 이상해 보일지라도, 게임의 역사 속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계속해서 새로움을 겨냥해야 하는 지금의 크리에이터들에게, 그리고 무수히 도전해야 하는 이들에게 세상을 바꾼 게임과 사람들의 도전기는 힌트가 될 수 있다. 과거의 새로움이 지금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그래서 즐겁고, 자극적이다.
김혜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