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으로 쓰는 트렌드 보고서
1화

프롤로그 ; ‘어쩌다’ 쓰게 된 욕망 보고서

“욕망의 우주를 서로 이어 주는 텔레포트가 필요해.” 처음 〈어쩌다〉 코너를 고안할 때 나도 모르게 읊조렸던 말이다. 우리는 이른바 ‘터졌다’고 소문은 들었지만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또 왜 터졌다고 하는지도 모르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통상 화제가 된 유튜브 콘텐츠, ‘떡상’ 콘텐츠의 기준을 조회 수 백만 회 정도로 본다. 물론 막대한 숫자지만 현실에서는 하루에도 적으면 수십, 많으면 수백 개의 콘텐츠가 이 기준을 가뿐히 뛰어넘고 있다. 그들 중 상당수가 ‘내가 모르는 콘텐츠’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어디 유튜브만일까. SNS에서 난리라는 ‘유행 템’, 나 빼고 다 아는 것 같은 ‘밈’, 힙한 사람들이라면 다 안다는 ‘핫 플레이스’까지……. 우리는 이렇듯 연일 새로운 것에 둘러싸여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닐까’하는 불안과 강박을 느끼며 살아간다. 물론 트렌드로 통칭할 수 있는 이 새로운 것들은 당장 나의 생존에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고, 그간 정립해 온 ‘나’라는 존재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신경이 쓰인다. 대체 저게 뭔지, 사람들이 왜 저렇게 난리인지 알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동시대인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욕망하는지 아는 것은 내 삶에 ‘역사성’을 부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문학 이론가 르네 지라르도 말했다. “사람들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곧 동시대인의 욕망 보고서다. 다양한 종류의 트렌드를 취재하면서 특별히 사람들의 욕망이 고이는 곳을 골라낼 수 있었다. 그곳은 바로 돈이 고이는 곳이자, 시간이 쌓이는 곳, 그리고 말이 새로 생겨나는 곳들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트렌드는 우리 시대에 짙게 깔린 다양한 욕망의 징후를 성찰하고, 또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도’가 될 것이다. 1장에서는 소비자로서의 동시대인이 어디에 지갑을 열고 돈을 쓰는지에 얽힌 욕망을 엮었다. 2장에서는 나아가 이런 동시대인의 소비 욕망을 비즈니스의 재화로 승화시킨 생산자의 이야기를 다각도에서 담아냈다. 3장에서는 그 소비의 대상이 돈이 아닌 시간이 된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그래서 돈만큼이나 욕망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시간을 쓰게 만든 콘텐츠를 살펴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돈과 시간이라는 욕망의 도구를 쟁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제어하고 경영하려 하는지를 추적했다. 동시대인들이 ‘바람직한 삶’으로 추앙하는 일상의 형태는 무엇일까? 그 행동 양식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거지방’, ‘갓생’, ‘쿠팡 치료’ 등 새롭게 등장한 말에서 그 징후를 포착할 수 있었다.

‘세상에 없던 트렌드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한 연재물 〈어쩌다〉가 하나로 엮여 책으로 출간된다는 사실이 퍽 설레는 한편 두렵기도 하다. 기사를 쓰며 인터뷰로, 또 논문과 저서로 여럿과 대화를 나눴다. 그들로부터 받은 신선한 통찰을 늘 제대로 풀어놓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던 마감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매회 장문의 텍스트 기획 기사를 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어쩌다〉를 연재하면서 ‘힙한 사람’이 된 듯해 즐거운 시간이 많았다. 아직 제대로 해석되지 않은 숨은 욕망을 앞으로도 날카롭게 발견해 내고 싶다. 이 책이 트렌드를 탐험하는 동시대인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 드넓은 동시대 ‘욕망’의 우주에 좋은 텔레포트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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