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으로 쓰는 트렌드 보고서
2화

요즘 것들이 지갑을 여는 원리

웨딩 스냅이라는 로망


결혼을 앞둔 30대 김송이 씨는 패닉에 빠졌다. 결혼식을 반년가량 앞둔 지금이면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평소 점찍어 뒀던 웨딩 스냅 사진작가에게 예약 문의 메시지를 보냈더니 내후년 하반기에나 예약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던 김 씨. 해당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잉하는 사람 수를 무심코 쳐다보니 무려 10만 명이 넘는다. 나의 로망은 모두의 로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스스로를 모질게 탓하며 부랴부랴 다른 작가를 알아본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이것이 단지 거대한 ‘오픈 런’ 전쟁의 서막일 뿐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오픈 런 뛰는 예비 신혼부부들

예비 신혼부부가 결혼식장과 날짜를 확정하고 곧바로 착수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사진이다. 택일의 큰 산을 넘고 숨 고를 시간도 없이 바로 그날에 필요한 다른 숙제들이 한 줄기에 매달린 고구마처럼 줄줄이 따라온다. 결혼식 당일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 줄 ‘스냅 사진’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먼저다. 취향에 따라선 사진뿐 아니라 본식 영상을 담아 줄 촬영 업체를 선정하기도 한다. 물론 둘 다 하는 경우도 많다. 날짜와 시간이 정해져 있고, 평판이 좋은 가성비 업체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각종 웨딩 카페나 블로그 등지에선 유경험자들이 신입들에게 예약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을 안내하곤 한다. 식장을 예약하고 ‘본식 스냅’과 ‘DVD 업체’를 논스톱으로 알아보는 일정이다. 김 씨는 “뭔가를 선택하는 일 자체가 동시에 그다음 선택으로 내모는 기분”이라며 결혼 준비의 어려움을 말했다.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 예약이 그다음이다. 이른바 ‘스드메’다. 스튜디오에선 모바일 청첩장 등지에 넣을 사진을 찍는다. 여기에 드레스 업체와 원본 사진을 보정해 줄 업체와, 분장 업체는 물론, 장시간 촬영하는 동안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해 줄 출장 헤어 전문가를 구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사진에 꽃을 예쁘게 연출해 주는 이른바 ‘플라워 디렉팅’도 유행이다. 물론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항목들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만만치 않다. “결혼할 사람이 없다는데 왜 예약은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결혼 준비를 하는 평범한 예비 신혼부부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예식장 구하기부터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혼인 건수는 명백하게 줄어들고 있지만, 이 속도보다 예식장이 더 빨리 줄어든 게 문제였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예식장 수는 2018년 1030개에서 2022년 759개로 줄었다. 코로나19로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은 업체들이 잇따라 폐업한 것에 반해, 결혼 시점을 살피던 예비부부들의 수요가 반짝 폭증한 것이다. 예식장으로 인기가 많은 서울 서초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내년인 2024년 하반기 예식장 상담 일정마저도 올해 몇 남지 않았다”고 답했다. 예식장을 잡기 위한 상담 일정마저도 오픈 런 하는 상황이다. 바뀐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결혼 난이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 물가도 예비 신혼부부의 오픈 런을 부채질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웨딩홀 90곳 중 65곳이 최근 1년 새 대관료를 인상했다. 예식장 식대는 물론이고 촬영비와 드레스 대여료 등이 크게 올랐고, 인건비도 올라 드레스 업체 소속 일일 도우미나 식장 소속 촬영 기사의 임금도 평균 5만 원 정도 인상됐다.
예물 반지로 사랑받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은 새해 벽두부터 줄이어 가격 인상에 나섰다. 프랑스 브랜드 ‘부쉐론(Boucheron)’은 한 달 사이 가격을 10퍼센트가량 인상했고, 스위스의 유명 브랜드 ‘쇼파드(Chopard)’도 시계와 주얼리 등 전 제품 가격을 8퍼센트가량 일괄 인상했다. ‘국민 예물 브랜드’로 알려진 ‘까르띠에(Cartier)’ 역시 시계와 주얼리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15퍼센트 이상 인상했다. 인상 소식을 들은 예비부부들은 식을 1년 이상 앞둔 시점에서도 백화점 앞에서 오픈 런을 뛰고 있다.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3년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예식홀 예약비와 웨딩 패키지 비용을 합산한 평균 예식 비용은 1390만 원으로, 1278만 원이었던 전년 대비 8퍼센트 이상 올랐다.

틈새시장 공략한 웨딩 스냅

이 모든 예약 전쟁과 가격 인상의 틈바구니에서 급성장한 파생 산업도 눈에 띈다. 앞서 패스트 트랙으로 소개한 스냅 사진 산업이다. 스냅 사진은 크고 작은 인위적인 연출 없이, 의도적으로 구성하지 않은 순간을 찍는 사진을 말한다. 웨딩 스냅이라는 파생 상품은 처음엔 갖은 결혼 준비의 굴레에 이른바 ‘현타’를 맞은 젊은 부부들의 대안으로 지목됐다. 최장 10시간에 이르는 스튜디오 촬영에 드는 노력과 비용이 부담이다 보니, 스냅 사진은 결혼을 기념하는 사진을 남긴다는 실용적 목적과 체험형 콘텐츠라는 복수의 기능을 수행한다.

스튜디오 촬영에서 핵심만 추려 2시간 내로 빠르게 찍는 이른바 ‘세미 촬영’, 제주도의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간편한 드레스를 입고 찍는 ‘제주 스냅’, 창경궁이나 경복궁 같은 궁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고 촬영하는 ‘한복 스냅’은 물론, 골목이나 공원에서 드레스나 양복 같은 복장으로 구색을 맞춰 찍는 ‘빈티지 스냅’ 등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처음에는 웨딩 산업의 간소화 버전으로 등장한 웨딩 스냅은 SNS 등을 통해 급속하게 유행으로 번졌다. 웨딩 스냅 역시 너도나도 뛰어드는 필수 코스가 돼가는 모양새다. 웨딩 스냅은 비단 결혼이라는 행사가 계기가 되지 않더라도 일상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구미에도 딱 맞아떨어졌다.
문제는 가격이다. 단 한 번이라는 테마로 인해 통상 ‘가성비’를 따지기 어려운 웨딩 산업의 구미에도 스냅 사진은 맞아떨어졌다. 앞서 언급한 상품들도 아마추어 작가부터 프로 작가까지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다. 간단한 상품이라도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이 넘어가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신혼여행지 스냅)까지, 비용이 적지 않다. 전문 사진작가가 찍어 주는 이른바 ‘본식 스냅’은 보정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런 빈틈을 노려 바로 결혼식 당일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이른바 ‘아이폰 스냅’도 출현했다. 말 그대로 ‘아이폰’으로 찍어 주는 사진이다. 한 시간 남짓한 예식에 30~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업체들은 “하객처럼 입고 가서 하객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 티 내지 않고 찍어 주겠다”며 홍보 중이다. 적잖은 비용에도 ‘느낌이 좋다’, ‘감성이 괜찮다’고 입소문을 탄 업체엔 예약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포트폴리오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한 인기 작가는 밀려드는 촬영 문의에 심지어 “커플의 사연을 받아보고 찍을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말해 주목받기도 했다.

오로지 포트폴리오와 경력, 입소문으로 승부하는 스냅 사진이 돈이 된다는 소식에 사진가들도 너나없이 뛰어들었다. 통계청에 등록된 사진업의 사업체 수는 2011년 8599개에서 2021년 1만 5957개로, 종사자 수는 1만 8155명에서 2만 5567명으로 성장했다. 카메라 등 촬영 기기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이유 등으로 인해 그리 전망이 밝지 않아 보였던 사진업이 이른바 ‘폭풍 성장’하는 추세다.

기록이 추억을 규정하는 시대

힙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냅 사진의 전신은 사실 저널리즘이다. 1920년대 말, 독일의 포토 저널리스트 에리히 잘로몬(Erich Salomon)은 당시 처음 시판된 35밀리미터 카메라로 법정과 국제연맹 회의를 몰래 찍어 참여자들의 생생한 모습을 기사로 보도했다. 잘로몬의 방식은 당시 전통적 방식의 ‘기념사진적인 보도 사진’보다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숨김이 없고 솔직하다는 뜻에서 ‘캔디드 사진(candid photograph)’이라 불렀다. 캔디드 사진은 추후 스냅 사진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런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스냅 사진의 핵심은 피사체가 촬영 사실을 인지하거나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찍는다는 것이다.

사진이 갖는 본래의 의미는 세 가지 요소에서 탄생한다. 바깥에서 장면을 바라보던 사진작가, 그리고 작가의 문제의식에 포착된 사유의 이미지. 마지막으로 그 장면 속에서 세부적인 부분을 감지하는 제3자, 관객의 지각이 그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 전문 박물관이자 영화 기록 보관소인 뉴욕 조지이스트먼뮤지엄(George Eastman House)의 사진 디렉터 네이선 라이언스 (Nathan Lyons)는 “사진의 본질은 스냅숏이다.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직접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냅 사진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논의는 이렇듯 ‘작가주의’에 기반을 두고 확장해 나갔다. 그렇다면, 피사체가 돈을 주고,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채 직접 의뢰하고, 직접 포착된 이미지를 감상할 관객을 선택하고, 피사체로서 자신의 포즈를 담은 시안마저 미리 짜두고 건네는 지금, 신인류의 스냅 사진은 어떤 존재론적 의미를 도출할 수 있을까?

 

나르시시즘 한 사발 하실래요


사실 스냅 사진처럼 자신의 모습을 담은 기록에 대한 욕구와 그와 직결되는 소비 심리는 결혼이나 생일과 같은 중대사에만 몰리는 것은 아니다. SNS가 현대인들의 중요한 소통 창구가 되었다는 지점을 주목해야 한다. SNS의 시대에는 매 순간 스스로를 어떻게 기록하고, 과시하는지가 중요해졌다. SNS에서는 특별한 날이 아닌 보통의 삶, 즉 일상 그 자체가 콘텐츠로 소비된다. 인스타그램에 ‘일상’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2.6억 개에 이르고, ‘일상 스냅’으로 검색되는 게시물도 69만 개에 이른다.

선톡 오는 프로필 사진

욕망할 만한 타인이라는 존재가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으로 규정되기 시작하면서 자기 PR과 셀프 브랜딩 영역 역시 수익을 내는 부가 가치 사업으로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상품이 있다. 이른바 ‘인생 샷’으로 불리는 사진을 찍어 주는 상품이다. 다만 소중한 순간을 기억될 만한 사진으로 남긴다는 의미보다, 가공된 일상의 모습을 통해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마케팅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가 아닌 휴대 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해당 비즈니스는 고객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사진의 배경이 되는 장소와 포즈, 스타일링 등 맞춤식으로 조언하는, 이른바 이미지 컨설팅 사업으로 스스로를 정체화한다.

각 업체는 상품을 이용하는 목적으로 ‘전문직 등 소득이 높은 이성에게 먼저 연락이 오게 하기 위함’, ‘헤어진 연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함’, ‘대외 비즈니스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함’ 등을 제시하고 있다. 1년 동안 계절별로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찍어 주는 세트 상품이 160만 원대에 팔리고 있고,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는 ‘일상룩’을 만들기 위한 헤어·메이크업 등 뷰티 사업 제휴도 있다. 모두 그럴듯한 일상을 만들기 위한 세트다. 단순히 외모가 잘 나오게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는 아니다. 한 업체는 인물 사진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고급 호텔임을 은근히 입증할 수 있는 ‘호텔 라운지 프로필 사진’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본 음료 두 잔을 주문하고 사진을 찍을 경우는 40만 원, 주문 메뉴가 ‘애프터눈 티 세트’일 경우는 사진을 찍어 주는 업체에 5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충분히 포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실제의 모습보다 타인이 인식하는 모습이 더 큰 가치를 가진다는 속삭임이 이런 기이한 변종 스냅 사진 업의 확장 동력이다. 시즌 예약이 개시되면 수요가 폭증해 금세 매진되곤 한다는 이런 업체들은 “외모지상주의를 겸허히 인정하고 사진 관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스스로 대접받고자 하는 욕망에 솔직한 사람”을 신청자의 요건으로 못 박아 두기도 했다.

나르시시즘 권하는 사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수입 명품과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 돈이 많이 드는 취향이 마치 별 것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앵글. 특별한 경험임에도 호들갑 떨 것 없다는 태도와 포즈. 이러한 일상 콘텐츠는 하루에도 무수히 벌어지는 생활 최전선의 지리멸렬한 일을 잘 숨겨 두기 마련이다. 요컨대,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일상은 대개 긍정적이다.

학자들은 현대인에 만연한 ‘나르시시즘’에 주목하고 있다. 자기애로도 해석되는 나르시시즘은 자기 자신에 대해 느끼는 중요성과 특별함에 집중하는 마음뿐 아니라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 그로 인한 민감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나르시시스트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드러낸 자신에 대한 타인의 구체적인 반응에 갈증을 느낀다. 지난 2014년에 출간된 한 논문[1]이 흥미롭다. 연구진이 총 28개 연구 집단에 포함됐던 1만 3450명의 자료를 대상으로 시계열별로 가중치를 곱해 분석해 보니, 한국 대학생들의 나르시시즘이 지난 1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PI 지수(Narcissistic Personality Inventory)는 40개의 강제 선택 문항으로 이뤄져 있고, 참여자에게 두 가지 문항 중 자신을 더 잘 설명하는 문항을 택하도록 돼있다. 가령 “나는 다른 사람과 비슷하다”, “나는 비범하다” 라는 두 가지 문항이 주어지면 그중 하나를 택하는 방식이다.
물론 나르시시즘의 증가는 한국 대학생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인기 팝송의 가사나 책과 논문 같은 저술에서 드러나는 주어의 형태와 비중 등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는 언어를 활용해 나르시시즘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측정한 미국 청년 세대의 나르시시즘 성향은 1982년보다 약 58퍼센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디지털 디바이스의 접근성과 숙련도, 낮은 출산율, 양육 과정에서 다인 가족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살아온 성장 환경,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 등……. 이런 나르시시즘 현상의 이면엔 선후와 인과 관계가 뒤섞인 다층적인 배경이 있다.

자기 전시는 인생의 낭비일까?

물론 전시형 SNS와 여기서 촉발되는 나르시시즘의 긍정적 측면을 연구한 논문도 있다. 적극적인 자기 노출이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긍정적 감정과 사회적 지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느슨한 연결’은 실제로 만나서 깊은 수준의 대화나 친밀감을 나누지 않더라도 적당한 호의를 갖고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다. 대략의 생활상을 서로 노출하고 공유하는 SNS는 그들에게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모두 담는 ‘기록적 자기 노출’과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화려하게 과장하고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과시적 자기 노출’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타인의 반응이 행복감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다.

신선화와 서미혜[2]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20~30대 남녀 434명을 온라인 조사한 결과, 인스타그램을 얼마나 자사용하는지가 사용자의 행복감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시의 목적일 경우 타인들의 반응(좋아요, 하트)이 저조할수록 확연히 행복 지수가 떨어졌다.

비리얼은 나를 담을 수 있을까

자기 브랜딩과 자기 PR이라는 무한 경쟁에 피로감을 느끼고, 가공된 이미지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전시형 SNS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친구들과 공유하자는 취지의 앱도 출현했다.

2019년 출시 당시부터 야금야금 입소문을 타다가 2022년에 들어 본격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비리얼(BeReal)’이 대표 주자다. 비리얼은 지난 2022년 3월 프랑스 앱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한때는 하루 이용자 수가 평균 1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비리얼은 앱 이름부터가 ‘진솔해져라’라는 뜻이다. 비리얼에는 사진을 꾸밀 수 있는 보정 필터가 없고,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가면 그 순간을 촬영해 친구들에게 공유하도록 하는 타임 어택 형태의 SNS다. 비리얼 외에도 친구들과의 긍정 피드백을 강화하게 만드는 앱도 출시됐다. ‘슬레이(Slay)’는 매일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 또는 “가장 멋진 사람은 누구인가”와 같은 이른바 칭찬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누가 나를 지목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이 앱은 출시 4일 만에 독일 애플 앱 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뿐 아니라 남이 찍은 내 사진으로만 피드를 구성할 수 있게 한 ‘포파라치(Poparazzi)’, 하루에 하나만 사진을 올릴 수 있는 ‘디스포’ 등 다양한 대안 SNS들이 출현했다. 하지만 이런 앱들 역시 SNS가 내재하는 나르시시즘을 부추기는 경향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짜(real)’ 모습을 입증할 수 있는 장벽이 더 견고해질수록 이미지 조작과 가공에 들어가는 피로도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비리얼 앱이 활성화된 유럽에선, 앱의 특성상 촬영 알람은 하루 중 무작위로 가지만,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제한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연출에 공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찰나의 진실을 포착하는 어원적 의미의 스냅 사진 역시 작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떠올리면, 피사체가 된 자신을 가급적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포착하려는 노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심리를 자극해 실제 모습과의 괴리를 넓히는 데 쓰이는 과시 소비는 더 큰 심리적 타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자기 PR이 필수가 된 시대라는 압박감이 밀려들더라도 이것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기록인가를 늘 반추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채식주의는 어떻게 트렌드가 됐을까


‘돼지고기까지가 호의’라는 오래된 경구가 있다. 소고기를 사주는 사람은 선을 넘은 호의인 만큼 그 의도를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라는 표현도 있다. 이렇듯 오랜 세월 동안 고기를 먹는 것은 이른바 좋은 대접과 호의의 동의어처럼 사용돼 왔다. 그렇다면 ‘육식주의’라는 말은 어떤가. 고기 섭취를 의식적으로 줄이려 하는 ‘채식주의’에 대응해 육식하는 문화를 일컫는 이른바 ‘미러링(mirroring)’ 표현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한 사회의 대부분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하는 소수자들의 존재와 행보는 독특한 것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반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따로 지칭할 만한 이름도 붙지 않는다.

육식주의라는 지칭이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지만, 이제 채식주의와 채식이라는 키워드는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이름이 됐다. 지금도 전국의 많은 학생이 채식으로만 구성된 급식을 경험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24년엔 모든 학생들이 한 달에 서너 번 채식 급식을 먹게 된다. 매일 채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채식 선택제 시범 학교도 40곳으로 늘어난다. 이를 두고도 논쟁이 이어진다. 성장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엔 채식 문화의 단백질 함유량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니냐는 견해와, 어려서부터 고기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려는 시도가 필요할뿐더러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에도 좋다는 견해가 부딪치는 것이다.

채식이 트렌드가 되기까지

요란한 환경주의자들의 고집으로만 여겨졌던 채식이 이렇게 급식이라는 전통적인 식문화의 중심에 오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30여 년 전부터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도 채식 운동을 전파하고 2005년 ‘한국채식연합’을 만든 이원복 대표가 그 산증인이다. 채식의 종류는 여섯 가지에 달한다. 많아 보이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분류 자체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얼마나 먹는 것을 제한하느냐에 따라 채식의 단계가 구분된다.

먼저 완전히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완전 채식이 있다. 흔히 ‘비건’이라 부른다. 그 외에 유제품까지 섭취하는 ‘락토 베지테리언’, 유제품과 달걀까지 먹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생선까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그리고 붉은 고기류를 제외한 닭고기까지 먹는 ‘세미 베지테리언’이 있다. 마지막으로 간헐적으로 붉은 고기류를 먹는 ‘플렉시테리언’이 있다.
여섯 가지 채식의 종류 ©SBS
이원복 대표는 완전히 식물성 재료만 섭취하는 비건이다. 대학 시절 육식이 가지고 있는 폐해를 불현듯 깨닫고 채식에 완전히 뛰어들었다. 건강에 부쩍 관심이 커지는 4050 중심의 채식 문화가 지금처럼 젊은 세대로 무게 추를 옮기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패닉이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봅니다. 인류에 치명적인 전염병은 대체로 육식 문화에서 촉발된 게 많습니다. 메르스, 광우병도 그렇고 돼지 독감도 마찬가지죠.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생존을 위해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자각도 가치 소비 본능을 일깨우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소비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대기업들도 채식을 입기 시작했다. 풀무원, 농심, 신세계푸드를 비롯한 대기업도 대체육 식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고, 대체육 브랜드를 사용하는 비건 식당을 론칭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채식 시장 잠재력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38억 원 수준이다. 가장 규모가 큰 미국에 비하면 약 2퍼센트 수준이다.

고기란 무엇인가, 호명 논쟁

육식에 비토(veto)하는 정신이 채식주의다 보니 축산업계와의 갈등도 잇따르고 있다. 대체육을 일컬어 고기라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대체육을 과연 축산 코너에서 팔아도 되는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름은 이렇게 중요하다.

전국한우협회 등 26개 단체는 지난해 12월 축산 코너 매대에서 대체육을 판매하고 있는 대형 마트에 ‘소비자 인식을 왜곡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콩으로 만들었으니 두부 등을 진열해 놓은 가공품목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에 식물성 대체 식품에 ‘고기’나 고기를 뜻하는 ‘육(肉)’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국내 대형 마트에서 대체육을 판매하는 매장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합쳐서 150곳 미만이다. 이 중 약 20개 매장에서 대체육을 판매 중인 이마트는 아직 냉동 축산 코너에서 대체육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매출 규모는 매우 적은 편이다. 전체 육류 매출 대비 대체육 매출 비중은 0.006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마트 측은 “축산업계에서 매대 위치를 두고 항의성 공문을 두 차례 보내 왔지만 식물성 대체육을 찾는 고객들의 접근성을 따져 배치했다”고 밝혔다.

축산업계 항의가 빗발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조직을 결성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에 돌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체육과 배양육을 원료로 인정하기 위한 안전성 기준을 마련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명칭, 표시, 정의 등을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지를 자문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대체육에 대한 뚜렷한 지침은 고시로 마련되지 않았지만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한다는 식품표시광고법에 의거해 ‘고기’, ‘육’ 등의 표현은 규제 대상으로 유권 해석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명을 둘러싼 논쟁은 이른바 공장식 축산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더 심각한 문제였다. 텍사스주는 2021년 5월 고기의 정의를 ‘소, 돼지, 닭 또는 기타 가축에서 도축한 식용 부분’으로 한정하는 식품법을 통과시켰다. 비슷한 법이 미시시피, 미주리, 루이지애나주 등에서도 제정됐다. 이 법에 따라 콩이나 두부 같은 단백질로 만든 제품이나 벌레 또는 세포 배양을 통해 만든 제품을 ‘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등으로 부르는 것이 금지됐다. 다만 ‘버거’라는 명칭은 새로 제정된 기준에서 빠졌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도록 하기 위함”이 법 제정의 이유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20년 유럽 의회에선 ‘채식 버거’, ‘채식 소시지’ 같은 명칭을 대체육에 쓸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부결됐다. 지난해 ‘크림 같은’, ‘버터 같은’이라는 표현도 식물성 식품에 쓰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역시 부결됐다. ‘상식적 수준에서 허용 가능한 표현’이라는 이유에서다.

채식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비거니즘이 이른바 돈 되는 가치 소비재로 자리 잡으면서 패션계에서도 비건을 표방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물 가죽을 이용하거나 털을 뽑거나 깎아 만드는 의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을 최대한 지양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비건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합성 섬유 재질의 옷들이 환경에 더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폴리에스테르, PVC 소재의 합성 섬유는 결국 또 다른 환경 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이라는 논지다. 물론 ESG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면서 땅에 묻으면 썩는 재생 소재를 활용한 옷과 신발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진정한 채식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선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루 한 끼만 고기를 먹는 것으로도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실천적 방안부터,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해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채식에 익숙한 식습관을 국가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정책까지 나온다. 채식 문화도 더는 지나칠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일까? 환경론자의 담론 영역에 있던 채식은 이제 명백히 ‘취향’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

 

젊은 동년배들이 사주를 배우는 이유


사주, 운세, 토정비결은 지난해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에 좋은 준비물이다. 이제는 ‘용하다’고 입소문 탄 명당 찾아 나서는 데 필요한 노력도 부쩍 줄었다. 손에 든 휴대 전화로 다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것조차 귀찮다면 그냥 유튜브를 켜면 된다. 불안하고 초조한 당신을 위로하기 위한 수천 개의 타로 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불안 사회의 방증이라고만 말하기엔 명리, 사주, 역학, 무속과 같은 말이 정치 뉴스에 이렇게 자주 등장하는 것도 처음이다. 중국에서 발흥해 수 세기 동안 한반도 역사와 함께한 무속과 역학이 다시 뜨거운 이슈의 한복판에 떠올랐다. 이런 떡상의 배경엔 젊은 세대의 뜨거운 관심도 있다. 고루한 토속 신앙의 잔재, 낡은 세대의 전유물이라기엔 요즘 젊은이들의 사주 사랑이 유별나다. 사주는 성격 유형 검사 MBTI와 감히 쌍벽을 이루는 셀프 탐구의 도구가 됐다. 사주 역학은 어쩌다 요즘 것들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게 된 걸까?

사주 풀이도 스마트하게 하는 시대

통상 사주 역학의 원리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굿이나 점술을 뜻하는 무속과의 차별성이다. 사주 풀이의 재료는 정해져 있다. 태어난 해와 날짜, 그리고 시간이 그것이다. 연, 월, 일, 시가 굵직한 네 개의 기둥, 사주(四柱)가 된다. 그리고 이 기둥에 각각 두 글자씩, 도합 여덟 개의 글자를 팔자(八字)라 부른다. 흔히 말하는 ‘사주팔자’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리하여 사주 공부라 부르는 것을 명리(命理)에 관한 학문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이 여덟 글자는 당신의 삶을 인식하는 ‘바코드’라 할 수 있다.

해설가별로 제각각 다른 풀이와 해석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이 바코드는 모두 1900년대 고종 재위 시절 출간된 역서(달력) 만세력에 유래를 두고 있다. 만세력은 달력을 60갑자로 표기한 형태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를 계절 단위로 분절한 24절기에 따라 각 순서대로 글자의 조합이 이뤄진다. 누가 계산하든 같은 결과가 나오지만 암산에 시간이 다소 걸릴 수는 있다. ‘선생님’들이 의뢰인 앞에서 이것저것 써가며 암산 실력을 뽐냈던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각종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서도 검색어를 입력하면 만세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역술인 카페에선 “손님이 앞에 있는데 이 책, 저 책을 뒤져 가며 복잡한 계산을 하다간 체면이 손상되기 일쑤”라며 “복잡한 계산은 컴퓨터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시대를 반영하는 역술

만세력에서 추출한 팔자는 음과 양, 또 오행(五行)이라는 기운을 따른다. 오행은 우주의 질료로 일컬어지는 나무, 불, 흙, 금, 물을 뜻한다. 음양과 오행은 비단 사주뿐 아니라 풍수나 작명과 같이 동양 문화에서 전해 내려오는 중심 개념이다. 이 성질들이 추가되면서 사주 해석의 경우의 수는 더욱 방대해진다. 재밌는 지점이 있다. 만세력이 지구의 공전 궤도를 분절한 24절기를 따르기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다 보니 중국,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인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에서 태어난 이들의 사주는 조금 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지구의 어느 쪽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사주 풀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만세력을 제공하는 모바일 앱에서 사주 풀이 대상자의 출생 장소도 기입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출생지의 위도와 경도에 따라 만세력 데이터의 시차를 반영하는 것이다. 명리학의 세계화를 위한 현대적 변용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운명〉 교향곡을 작곡한 독일 출생의 위대한 작곡가 루트비히 반 베토벤의 ‘바코드’를 살펴보자. 강헌의 《명리, 운명을 읽다》 에 따르면 베토벤은 독일 본에서 1770년 12월 16일 새벽 3시 40분에 태어났다. 만세력 앱을 돌려 보니, 베토벤은 경인년 무자월 임인일, 임인시생 사주를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오행은 통상 팔자에 색깔로 표시된다. 녹색은 나무, 검정색은 물, 흰색은 금, 노란색은 흙을 뜻한다. 베토벤의 팔자는 오행 중 나무와 물의 기운이 각 세 개씩 있고, 흙과 금이 하나씩 있다. 우리 베토벤 씨는 불이 없는 팔자다.
베토벤의 사주 ©SBS
시대의 변천에 따라 해석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주 이론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구들을 살펴보면 사주의 해석 방법은 사회 경제 체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상 무역 세력을 바탕으로 세워진 고려에서는 항로와 밀접한 밤하늘 별점이 ‘관학’으로 자리한 반면, 농경이 주류였던 조선에선 절기에 맞춰 경제 활동을 이어 가는 것이 지상 과제였다. 별점과 관학의 지위를 공동 점유하던 사주는 조선 후기로 접어들수록 차츰 주류가 됐다.

봉건 사회가 점차 근대로 진보하고, 집단에서 개인으로 시대정신의 무게 추가 이동할수록 조상과 부모를 뜻하는 태어난 해(연주)에서 본인, 자아를 뜻하는 태어난 일(일주)로 사주 해석의 중심이 이동하기도 했다. 과거 문헌에도 중국 송나라 이전의 사주술은 사주 여덟 자 가운데 연주 두 글자를 중심으로 하고 일주와 월주는 보조 자료로 삼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관(官)’에 대한 해석을 들 수 있겠다. 과거엔 여자의 사주에 ‘관’이 많으면 문란하다고 해석했다. 본래 ‘관’은 관직과 벼슬을 의미하지만, 관직에 진출할 수 없었던 당시 여자가 신분 상승을 이룰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결혼이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엔 여자에게 ‘관’은 ‘남자’로 해석됐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해석이 적용될 수 있다.

스마트 시대의 언택트 점술업

요즘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현대적 해석으로 이른바 대박 내는 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IT 대기업 출신 엔지니어 두 명을 포함해 다섯 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포스텔러’는 5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 국내 460만 명을 달성했다. 2022년 2월 기준 월 방문자 수는 국내 100만 건, 해외 70만 건에 달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등장시켜 사주, 점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개개인의 성격과 범주를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게 입소문의 비결인 것 같다고 심경진 대표는 말한다. 결국 만세력과 풀이도 데이터로 환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업으로 삼던 프로그래밍 언어와 공통점이 많았던 셈이다.

포스텔러는 각각의 케이스에 대응할 수 있는 해석 알고리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현대적 변용에 가장 중점을 뒀다. 가령 시대를 역행할 수 있는 ‘현모양처’라는 표현을 모두 들어냈다. 상황에 따라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을 순화하고, 팩폭보다는 위로에 초점을 맞췄다. 사용자 데이터를 살펴보니 불안과 초조함에 정답을 찾던 방문객은 이제 마치 출석 도장을 찍듯 거의 매일 앱에 접속하고 있다. 한국 이용자들의 주간 앱 실행 횟수는 평균 여섯 번에 이른다.

사주와 운세 수요의 방대한 데이터가 점차 쌓이면서 지난 5년간 조금씩 변화한 사용자의 ‘욕망 트렌드’도 눈에 띈다.

“사실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패턴이 다각화되긴 했습니다. 다만 시즌별로 일정한 흐름이 있었습니다. 가령 1월에 가장 많이 보는 운이 ‘재회운’입니다. 연말에 사귀고 헤어지고 1월에굉장히 많은 이용자들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더라고요.”

코로나19 시국도 사용 패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애정운 수요가 굉장히 컸습니다. 설문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재물, 직장,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만 실상 사용 패턴에선 애정운이 중심이 될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저희가 준비한 애정 콘텐츠들의 반응이 굉장히 낮아지고 도리어 직업 적성이나 미래 취업 이런 것들이 확 올라갔습니다. 시대적 배경의 변화가 사주와 운세에 기대하는 바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요즘 사주 키워드, 셀프와 디테일

사주에 대한 근래 대중들의 관심은 ‘과몰입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는 MBTI 콘텐츠와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심에 둔 해석을 선호하면서도, 어디인가엔 꼭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양가적 욕망이 그것이다. 16가지 유형의 MBTI 특성과 행동 양식에 공감하며 자신의 성격과 행동을 집단의 울타리 안에서 인준받으려 하는 것처럼 명리학 역시 요즘 것들의 정체성 찾기 도구가 되고 있다. 정체성탐구의 수요는 사주 스터디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최소 5만 원, 10만 원 수준의 사실상 정찰제가 적용되고 있는 사주 시장에서 벗어나 스스로 명리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인기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을 비롯한 여러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는 자신이 사업을 해도 될지, 그 여부를 배울 수 있는 이른바 ‘비즈니스 사주’, ‘재테크 사주’ 등의 수업이 있다. 여러 구체적 상황을 타깃으로 삼고 사주 풀이를 교육하는 강의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자아 탐구의 영역은 특정한 상황 속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상상 공간으로도 뻗어 간다. 포스텔러 심경진 대표는 사주 풀이 알고리즘 위에 서양의 점성술, 별자리 운세 등 다양하게 결합할 만한 이른바 ‘혼종 아이템’도 갈수록 대세가 되고 있다고 전한다.

“시대 전반적으로 최근 사주에 대한 관심은 ‘범주화’에 대한 욕망의 일환인 것 같아요. ‘너는 이런 타입이야, 저런 타입이야’라고 대화하는 방식이 최근 몇 년 사이 자리를 잡았죠. 자신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인지를 알아보려는 시도인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저희끼리는 취업을 준비하는 20대들 일부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저희 앱을 이용하지 않을까 한다는 얘기도 해요. 그 정도로 자신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망이 사용 패턴에서 많이 읽힙니다.”

진지한 운명론이라기엔 게임처럼 가볍고, 미신으로 치부하기엔 생각보다 더 큰 위로가 되는 성찰 도구. 2000년을 이어져 내려온 동양 철학의 분파가 요즘 것들에게 재기발랄하게 전유되고 있다.

 

허세와 문화 사이, 오마카세


매해 새로운 키워드들로 요약되는 새 책이 나올 수 있을 만큼, 트렌드의 주기와 속도는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파도치고 있다. 트렌드, 말하자면 유행이라는 건 때로 아주 작은 계기 때문에 터져 나온다. 또는 그간 차곡차곡 쏟아붓던 물독에 마침내 균열이 나듯 흘러나올 때도 있다.

몇 년간 요즘 사람들의 대명사처럼 불리고 있는 오마카세는 어떨까? 신기한 메뉴, 부자들만 먹는 메뉴였던 오마카세는 SNS에 올리기 좋은 자랑과 과시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최근 들어선 ‘분수를 모르는 소비 풍조’의 대표 아이콘으로, 오히려 조롱받는 대상이 됐다.

오마카세는 수강신청급?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 따르면 ‘오마카세’라는 표현이 한국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2002년이다. 일본 아오야마에 있는 노부 식당이 한국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동아일보》 기사가 나왔는데, 당시 다섯 가지 코스 요리가 1~2만 엔이라고 쓰여 있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10~20만 원 정도다. 그로부터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거의 연간 1~2회 단위로 언급됐던 키워드 ‘오마카세’는 언급된 기사가 2019년 98건, 2020년 144건, 2021년 22건, 2022년 413건으로 본격 폭증했다. ‘스강신청’이 시작된 것이다. 스강신청은 오마카세를 판매하는 스시야에 예약을 잡는 일이 대학교 인기 강의를 신청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일본어로, 어떤 일의 처리를 타인에게 맡기는 서비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시 오마카세가 셰프에게 그날의 메뉴를 전담시키는 것처럼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특정 서비스를 맡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는 오마카세라는 단어가 스시뿐 아니라 맞춤형 서비스를 지칭할 때도 쓰인다. 오마카세 요금제, 오마카세 배송처럼 말이다. 순화 운동 차원에서 ‘맡김’ 또는 ‘일임’ 차림으로 부르자는 캠페인도 진행 중이지만, 그래도 ‘-카세’가 아직 입에 짝짝 붙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카세’들이 속속 등장했다. 에스프레소 바 유행이 겹치면서 여러 종류의 커피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커피카세’도 있고, 음식 재료에 따라 이모님 재량껏 술상을 차려주는 ‘이모카세’도 나왔다. 그 외에도 문구 덕후를 위한 필기구 종합 세트 ‘문구카세’,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족을 겨냥한 다용도 ‘오마카세 스티커’도 등장했다. 음식 메뉴의 일종에서 일종의 문화적 코드가 된 것이다.

미식의 동네 맛집화

통상 스시 오마카세의 등급은 엔트리, 미들, 하이엔드의 세 가지로 나뉜다. 요즘엔 물가가 올라 디너 기준으로 1인에 각각 8만 원, 10만 원대, 20만 원대 이상일 경우를 일컫는 게 일반적이다. 한 끼 식사로 여전히 고가이긴 하지만, 몇 년 새 엔트리 등급 스시야가 부쩍 늘면서 접근성도 많이 높아졌다. 스시 오마카세는 보통 전식, 본식 스시, 후식의 세 구성으로 진행되는데 전체 코스의 개수와 셰프가 선택한 그날의 재료가 이 등급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다. 전식은 전복이나 문어 같은 매끄러운 질감의 재료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담백한 흰 살 생선에서 등 푸른 생선, 참치, 장어 순으로 제공되고, 스시 코스가 끝나면 우동이나 소바, 이후 디저트가 나오는 구성이 일반적이다. 가격 상방이 열려 있는 하이엔드 등급 오마카세는 재료 사용의 자유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엔트리 등급 오마카세의 경우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주류를 필수로 주문하게 하는 곳이 많다.

요식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오마카세를 처음으로 선보인 곳은 바로 신라호텔의 ‘아리아케’와 조선호텔의 ‘스시조’, 두 곳이다. 소수의 국내 미식가를 타깃으로 삼은 두 호텔은 각각 일본 유명 스시야에서 대표 셰프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며 국내 오마카세 부흥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도 성업 중인 압구정 청담 등지의 스시야는 두 호텔에서 배출한 셰프들이 독립해 차린 가게다. 오마카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선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실시간으로 전국 스시야 정보를 나눈다. 심지어는 이 집단 지성을 정리해 전국 403개 스시 오마카세 정보를(서울 216개, 경기 74개, 기타 지역 113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스프레드 시트도 유통되고 있다. 이제는 서울 및 수도권에선 구 단위로 가볼 만한 오마카세 식당을 찾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대중화된 것이다.

폭증한 관심엔 코로나19 영향도 컸다. 전 연령대 사용자를 기준으로 네이버 포털에서 검색한 키워드 트렌드를 들여다보니 2020년을 기해 ‘뷔페’와 ‘오마카세’의 검색량이 교차했고 그 이후로 눈에 띄게 검색량이 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1~2부의 소수 정예로 운영되는 착석 시스템과 줄어든 외식 빈도에 한 끼라도 더 고급 음식을 먹자는 식의 보상 심리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마카세는 식당 창업의 정답일까

공급 차원에서 ‘오마카세 대세기’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막 가게를 연 젊은 요리사들 다수가 여러 전략적인 이유로 오마카세를 선택하면서 접근성이 대폭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스시야가 테이블 좌석이 아닌 바(bar) 형태의 카운터 석을 운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서 손님들을 받을 수 있어 공간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하이엔드 스시야에서 시작한 예약 보증금 제도가 안착하면서 재고 관리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스시를 만드는 거의 전 과정을 고객들에게 보여 주면서 대화를 통해 라포를 형성하기도 쉽고, 고객과의 가까운 거리 덕에 홀 서빙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 부담도 대폭 줄어들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주방장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기 쉽고, 여러 역할을 주방장 혼자 해결해야 하는 작은 스시야의 경우 체력적으로 고되다는 문제점은 있을 수 있다. 다만 ‘작더라도 확실한 장점’을 원하는 요즘 세대 젊은 사장님들에게 오마카세는 너무나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의견이 많다.

6년 전 경기 화성시에 미들급 스시야를 연 백승엽 셰프도 “생존을 위해 창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마카세가 가장 적절해 보였다”고 운을 뗐다. 창업 당시엔 고가의 식대 때문에 타깃 고객층을 ‘비즈니스 접객’으로 잡았지만 지금 대부분 고객은 20~30대 연인들 또는 가족들이다. 23년째 일식에 종사하고 있는 A씨도 2020년 독립해 처음으로 도전한 창업 메뉴로 오마카세를 선택했다. 재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대부분 손님들이 30대다. 단골층이 두텁다. 가격과 재료의 질에 가장 주안점을 두는 편이다. 지금 한국에는 오마카세 식당이 너무 많다. 80퍼센트는 거의 유행을 좇아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력을 못 갖췄는데도 가게를 연 사람들이 많고, 대부분 자기 메뉴가 아니라 잘 나가는 셰프들의 메뉴나 트렌드를 따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후토마키(스시 코스가 끝날 무렵에 나오는 일본식 김밥)가 그렇다.”

오마카세, 허세냐 문화냐

대세가 된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따른다. 요약하면, 오마카세가 이렇듯 대중에게 소비될 만큼 평범한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엔트리급이라 해도 한 끼에 8만 원 정도의 비용이 부담 없는 수준은 아니니 말이다. 한 부동산 유튜버는 오마카세 유행을 일컬어 ‘허세의 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썼다. SNS 등을 통해 전파된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가 젊은이들이 자산을 모으는 데 악영향을 끼친다는 논리에서다. 그 표현이 유행하면서 오마카세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치 풍조를 상징하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때로는 계급 의식을 조장하는 맥락에서 쓰이기도 한다. 소속을 인증하고 가입할 수 있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한 의사 유저가 유명한 스시야를 예약하기 어려우니 월 소득이 세후 4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은 오마카세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시글을 올려 열띤 토론이 붙기도 했다.

다만 한국 사람들의 미식 문화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오마카세 열풍을 단순 허세로 규정하는 건 납작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마카세 유행을 “기존 문화에서 해결해 주지 못했던 결핍의 해소 창구”로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정해진 규격과 규칙처럼 식사를 주고받는 기능을 수행한 그간 주류 한국 식사 문화에서, (오마카세는) 일종의 쌍방성을 획득한 경우라고 본다.” 소비자들이 음식을 먹는 행위를 목적 수행 차원에서 인식하기보다 일종의 콘텐츠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셰프들도 근래 고물가에 ‘짠테크’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지만 아직은 가게 경영 상황이 경기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전해 왔다. 오히려 경쟁자가 늘어 오마카세 구성의 재료 질과 참신함이 중요해졌다. 즉 셰프의 실력으로 금세 도태될 곳과 성공할 곳이 확연히 나누어지는 게 추세라는 말이다. 부산에서 가게 문을 연 지 1년 반이 되었다는 김준호 셰프는 “경기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한 번 높아진 입맛은 내려가지 않는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마카세가 유행을 탄 건 맞지만 입맛의 수준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4~5년 전 식당에서 일할 때만 해도 사람들이 등 푸른 생선에 대한 선입견과 활어만 좋다는 인식 때문인지 고등어는 빼달라고 했지만, 요즘엔 고등어만 따로 찾는 손님들이 생길 정도다. 숙성 회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미식에 대한 수준이 높아졌다.”

체험한 걸 과시하고 알리려는 욕망은 인간의 역사 어느 때라도 있었다는 반박도 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다만 SNS라는 도구가 그 욕망 실현을 조금 더 쉽게 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일 뿐”이라며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경험의 확산이 꼭 나쁜 것으로 치부될 순 없고 이를 통해 실제로 얻는 효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마카세 유행은 ‘무지출 챌린지’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남아 뿌리내린 미식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매년 새롭게 나올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과연 오마카세의 인기는 여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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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 외 3인, 〈한국 대학생들의 나르시시즘 증가: 시교차적 메타분석(1999-2014)〉, 《한국심리학회지》 33(3), 2014.
[2]
신선화·서미애,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나르시시즘이 자기 노출을 거쳐 주관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과 긍정적 피드백의 조절효과: 기록적, 과시적 자기노출의 차이를 중심으로〉,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37(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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