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항공 산업의 새로운 미션
지난달 말, 항공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플라잇레이더24(Flightradar24)의 기록에 의하면, 지난 7월 20일 단 하루 동안에만 모두 26만 2000건의 비행이 이루어지면서 역사상 가장 많은 비행기가 하늘에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등유를 태우는 항공기들이 이렇게 비행을 하는 동안 수만 명의 관광객은 휴가지 숙소에서 퇴거해야만 했다. 기후 위기에 의해 더욱 거세진 산불이 남유럽의 전역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더욱 파괴적인 영향을 피하려면, 항공 여행에 대한 인류의 끝없는 탐욕 역시 해결돼야 한다. 이는 2050년 탄소 배출 순제로(net zero)에 도달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수많은 분야 중 하나다. 그러나 도로 여행을 위한 전기차(EV)나 전력을 얻기 위한 태양열 또는 풍력과는 달리, 항공 산업은 철강 및 시멘트와 같은 부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 가운데 하나이다.
그 이유는 창공을 비행하기 위해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등유를 대체할 만한 연료를 찾기는 힘들다. 엔진이나 공기역학적인 설계 개선 덕분에 연료의 전환 효율이 매년 조금씩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항공 분야의 전반적인 탄소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탑승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연간 에너지 효율은 3퍼센트씩 증가하는 데 불과한 반면, 탑승객의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기준으로 연간 약 5퍼센트씩 증가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날아가려는 여행객이 그들의 여정에서 명백하게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수단은 탄소 상쇄(carbon offset)를 구입하는 것이다. 탄소 상쇄란 비행 도중에 배출되는 1톤의 탄소마다 그에 해당하는 1톤의 탄소를 흡수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탄소 상쇄 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비영리 단체인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는 우선 탄소 상쇄의 가격대가 들쭉날쭉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또한 이산화탄소 이외에 질소산화물 및 수증기와 같은 다른 온실가스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항공업계의 탄소 상쇄 정책은 비효율적이다. 탄소 상쇄 업계의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인 베라(Verra)가 최근에 발표한 분석에 의하면, 최근에 이뤄진 열대 우림의 탄소 상쇄 분량 가운데 최대 90퍼센트가 사실상 가치가 없다고 한다.
탄소 상쇄는 또한 탈탄소 항공이라는 임무에 대하여 심리적 손상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순제로를 달성하고 싶다면,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우리가 비행하는 규모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항공환경연맹(AEF)에서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캐이트 휴이트(Cait Hewitt)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탄소 상쇄는 마치 우리가 어떻게든 기존과 같이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짓된 안식을 줍니다.”
지난 7월, 세계 3위의 대형 항공사인 유나이티드(United)의 수장은 대부분의 탄소 상쇄가 “사기(fraud)”라고 명명했다. 한편, 저가 항공사인 이지젯(easyJet)은 2022년 9월에 탄소 상쇄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탄소 상쇄는 당시까지 이 회사의 순제로 전략에서 핵심 축을 담당했다.
4. 탈탄소 항공, 세 가지 가능성
항공 산업의 상당 부분은 그들이 방출해 온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시도보다는 항공 여행의 탈탄소화라는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그러한 기술적인 해결책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전기 비행기, 수소 비행기, 그리고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이다. 이러한 세 가지의 해결책 모두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함께 상당한 단점도 갖고 있다.
전기차(EV) 부문의 혁신에 힘입어서 배터리는 매년 저렴해지며 더욱 가벼워지고 있다. 그리고 스칸디나비아항공(Scandinavian Air)을 포함한 항공사들은 100퍼센트 전기에 의한 근거리 소규모 비행을 10년 내에 시행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 의하면 앞으로 출현할 배터리들은 지나치게 무거워서 2050년이 되더라도 현재의 항공 여행을 담당하는 협폭동체(narrow-body) 또는 광폭동체(wide-body)에 추진력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수소는 2050년이 되면 (비록 장거리는 아니지만) 좀 더 긴 거리를 가는, 좀 더 큰 규모의 비행에 추진력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Airbus)는 전적으로 수소에 의해 추진되는 최초의 항공기를 2035년이 되기 전에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수소 비행기를 띄우려면 완전히 새로운 항공기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소의 누출되기 쉬운 특성과 낮은 밀도를 감당하기 위해 훨씬 더 크고 더욱 복잡한 연료 탱크가 필요할 것이다.
재생 에너지로부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저탄소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막대한 신규 비용 문제도 제기된다. 베인앤컴퍼니는 유럽 내 겨우 53개 공항을 수소 연료 공급 체계로 전환하는 비용이 최대 6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2050년에 비행하는 여객마일(passenger mile)[1]의 단지 5퍼센트에 연료를 공급할 저탄소 수소의 생산 비용이 최대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
각국의 규제 당국을 위한 연구 용역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자얀트 무코파다야(Jayant Mukhopadhaya) 연구원은 “비행기 개조의 더딘 속도”와
더불어 상용 항공기의 사용 수명이 일반적으로 35년 이상이기 때문에 수소 비행기와 전기 비행기의 영향력은 2050년까지 27년 동안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연료(SAF)에는 커다란 이점이 있다. 기존 비행기 모델에도 동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잉(Boeing)과 에어버스 두 회사 모두 SAF과 100퍼센트 호환 가능한 비행기를 2030년까지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제트제로(Jet Zero)’ 전략을 포함해 국가 차원의 항공 탈탄소화 프로그램은 바이오매스(biomass), 버려진 플라스틱, 사용한 식용유, 재생 전기를 활용해 만든 인공적인 이퓨얼(e-fuel)[2]을 포함하여 다양한 원료를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이들 대부분은 신기술보다 이러한 SAF에 우선순위를 둔다.
그러나 SAF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항공환경연맹(AEF)이 케이트 휴이트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면 “농업에 대한 밀어내기나 삼림 훼손을 부추기는 등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말한다. 한편, 스테이 그라운디드(Stay Grounded)[3]의 계산에 의하면 현재의 연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이퓨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재생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그 양은 현재 전 세계의 이용 가능한 재생 에너지의 5분의 2에 해당할 만큼이다.
5. 탈탄소화를 위해 필요한 가장 시급한 한 가지
한 가지의 해결책으로는 완벽하지 않겠지만, 항공 분야의 탈탄소화 작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영국의 싱크탱크 교통과 환경(Transport and Environment)의 정책 관리자인 맷 핀치(Matt Finch)에 의하면, 만약 정책 입안자 및 기업들이 진정으로 SAF를 추진한다면 2030년에는 상용 비행 분야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화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자금 지원과 규제를 통해서 진정으로 추진할 때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핀치가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안타깝게도 영국 정부는 이를 진정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트제로 정책은 2030년까지 항공 연료의 10퍼센트를 SAF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일 뿐, 이 수치를 100퍼센트로 끌어 올리도록 의무화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항공기 제조사들 역시 현재 탈탄소화에 대해 진지한 건 아닙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에 거의 모든 R&D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요. 항공 분야에서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등유로 추진되는 비행기를 개선하는 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정도입니다.”
핀치는 아직 의무화되지는 않았지만, 항공 분야의 탈탄소화에 있어 즉각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자면, 재급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연료를 싣는 탱커링(tankering)[4]이나, 영공 통과료를 절약하기 위해 거리가 더 멀더리도 특정 국가로 우회하는 관행에 대한 항공 정책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이제 항공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에 대한 문제가 남는데, 이는 영국 정부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러나 캠페인 활동가들은 다른 입장을 견지한다. 그들은 항공 분야의 탄소 배출이 세계 대부분에 불공정한 부담을 감당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한다. 즉, 세계 인구의 대략 1퍼센트가 상용 비행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 50퍼센트를 뿜어내고 있으며,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매년 2~4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AEF의 휴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항공 부문의 축소 없이는 지속 가능한 항공 부문을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는 비즈니스 목적의 비행을 줄이는 것에 대해 더욱 긍정적으로 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국가 차원의 관광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비록 영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지금까지는 실패했지만, 항공 부문을 좀 더 넓게 바라보면 희망의 조짐이 보인다.
수요 대응의 차원에서 보자면 암스테르담의 스히폴(Schiphol) 공항은 항공 여행보다 다른 형태의 교통 수단을 장려하는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 정부는 열차로 2시간 반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경로에 대한 국내선 비행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획기적인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으로 인해 SAF 분야에 대한 수십억 달러 보조금 지급이 예비되어 있다. 그와 함께 2050년에는 대략 350억 갤런에 달하는 항공 연료 수요의 100퍼센트를 SAF로 충당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가 설정돼 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CC)의 임시 위원장인 피어스 포스터(Piers Forster) 교수 역시 항공 분야가 탈탄소화 여정에서 여전히 시작점에 머물러 있으며, 거대한 변화가 임박했을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다른 부문은 어떻게 탈탄소화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항공 부문은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부문에서 성공적으로 탈탄소화가 이뤄진다면, 항공 부문에 대한 변화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포스터 교수가 《인디펜던트》와의 인티뷰에서 한 말이다. “저는 항공 업계와 20년 이상 대화를 해 왔습니다. 순제로에 대한 논의는 이제 의미 있는 투자 결정으로 옮겨가는 등 최근에 변화가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