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d board는 취향의 용광로다
무드보드라는 이름, 꽤나 직관적입니다. 무드(mood)를 보드(board)에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무드보드는 본래 디자이너와 작가의 영역이었습니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마구 모아 콜라주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일종의 재료였죠. 디지털의 출현 전, 디자이너들은 물리적인 무드보드를 만들었습니다. 잡지와 신문 기사의 일부를 메스로 자르고, 폼 보드 위에 사진과 텍스트를 올려 뒀습니다. 완성된 무드보드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잘 보이는 곳에 전시됐습니다. 웨스턴 무드의 외투를 디자인하려는 패션 디자이너의 무드보드에는 말과 석양, 회전초와 선인장이 담겼을 겁니다. 떄로는 직접 뜯어 낸 카우보이 밧줄의 질감이 붙었을 수도 있습니다. 무드보드는 아이디어의 완성을 향해 가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그런 무드보드가 새로운 세대를 만났습니다. 바로 Z세대와 알파세대입니다. 이들은 일기장보다 SNS가 익숙합니다. 일기장에 작은 자물쇠가 달렸던 것과 달리, SNS에는 친구들의 관심과 좋아요가 달리죠. 또 하나의 특성이 있습니다. 일기장이 대개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선형적 구조를 취하는 데 반해, SNS의 피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피드 페이지를 보는 순간, 이 사람의 관심 분야가 전달하는 무드(분위기)가 보이죠. 인스타그램 세대인 잘파(Z+Alpha) 세대에게 취향의 전시는 당연한 감각입니다. 무드보드는 잘파 세대가 자신의 취향을 마구 넣고, 뒤섞고, 전시하는 취향의 용광로가 됐습니다. 그런 잘파 세대에게 무드보드는 과정이나 도구보다는 완성품이자 목표에 가깝습니다.
LOOKS OF, Mood board
최근 잘파 세대 사이에서 소소하게 인기를 끄는 한 어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
랜딩(Landing)'이라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엘리(Ellie)와 미리(Miri), 두 여성 창업자가 만든 플랫폼 랜딩은 "집단적 영감, 진정한 표현, 의미 있는 연결의 교차점에서 역동적인 경험을 창출하기를 열망"하는 플랫폼입니다. 거창한 목표지만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플랫폼 랜딩에서는 버추얼 무드보드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랜딩은 수많은 이미지를 태그로 분류하여 제공합니다. 같은 종류의 피사체를 담은 사진이어도, 그 이미지가 전달하는 무드는 제각각입니다.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고양이, 락앤롤 느낌을 주는 고양이, 웃긴 표정을 한 코믹한 고양이까지 말이죠. 그래서 태그가 필요합니다. 랜딩에서는 이미지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데요, 저는 최근 유행하는 y2k를 검색해 저만의 무드보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