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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페이스북이 만드는 글로벌 통화, 부작용은 없을까

리브라[1]를 저울에 달다

©Bloomberg
과거 수년 동안 월가의 거물들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 금융 시장을 대대적으로 개혁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개혁의 방안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페이스북은 2020년 리브라라는 디지털 통화[2]를 출시한다.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이끄는 이 회사는 과거 결제 서비스를 내놨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무엇보다 이 회사는 습관적인 사생활 침해 문제를 일으켜 왔다. 사람들의 돈을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하기에는 결격 사유가 있다. 하지만 이 회사를 좋아하는 싫어하든, 이번 프로젝트는 관심을 끌 만하다.

리브라의 통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바스켓의 가치와 연동(peg)[3]될 것이고,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처리하게 될 것이다. 이미 28개 기업이 이 디지털 통화를 지지하는 컨소시엄(리브라 협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일 24억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물건을 사거나 송금을 하기 위해 리브라를 쓰기 시작한다면,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금융 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는 소비자 혁명의 전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경제 주권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페이스북의 관심사는 일단 살아남는 것이다. 이 새로운 금융 도구는 소셜 미디어 및 채팅 앱 이용자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수십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더 적은 비용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 결제가 일상이 된 중국 소비자들은 거의 무료로 채팅 앱 송금을 이용한다. 반면 미국에선 매년 180억 장의 수표에 서명이 이뤄진다. 또 일반적인 해외 송금을 할 때는 5퍼센트의 수수료가 붙는다. 세계 3대 신용 카드사(마스터카드, 비자, 유로페이)는 글로벌 거래 1건당 0.25퍼센트의 수수료를 떼 간다. 이는 연간 300억 달러(34조 7250억 원)가 넘는 규모다.

서양식 금융 시스템을 재설계하려는 시도는 많지만, 신뢰도는 떨어진다. 내재 가치도 없고 중앙 감독 시스템도 없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는 사기에 취약하고, 전기와 컴퓨터의 성능을 소모시킨다. 페이팔이나 애플페이 같은 디지털 결제 시스템은 직불·신용 카드를 대체하기보다 오히려 기존의 시스템에 편승했다. 2015년 페이스북이 은행 직불 카드를 기반으로 내놓은 결제 서비스 역시 완전히 실패했다.

리브라는 이런 함정들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리브라는 주로 국채에 투자하는 준비금으로 단단히 지탱되고 있다. 이로써 리브라 가격 변동성은 제한된다. 이 디지털 통화는 익명으로 기록된 거래 기록이 수집된 데이터베이스를 감독하는 독립적인 기구(리브라 협회)에 의해 관리된다. 시스템은 개방돼 있어서, 어떤 회사든 자유롭게 전자 지갑을 개설하고 리브라를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 대기업 가운데 우버, 보다폰, 그리고 스포티파이 등이 협회의 론칭 파트너로 참여했다. 회원사들이 투자한 자금은 리브라를 취급하는 상점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부작용은 없을까? 저커버그가 멘로 파크(Menlo Park)[4]에서 18개월 동안 연구해 온 이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3화 참조) 첫 번째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는 5000만 명의 디지털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리브라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이보다 10배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만일 서양의 모든 은행 예금자가 계좌에 있는 돈의 10분의 1만 리브라로 옮긴다 해도 리브라 준비금 규모는 2조 달러(2315조 원)를 뛰어넘는다. 채권 시장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예금이 리브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갑작스럽게 경험하게 될 은행들은 지불 능력이 취약해지면서 무방비로 비상 상태에 노출될 수 있다. 은행들은 곧장 대출을 축소할 것이다. 대규모 자금 유출이 예상되는 신흥 시장에선 국제 수지(balance of payments) 적자 위험이 커진다.

이것이 두 번째 위험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바로 리브라의 규제 문제다. 이 디지털 통화는 초기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스위스 소재 리브라 협회가 운영할 것이다. 얼핏 제임스 본드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 조직 ‘스펙터(SPECTRE)’가 떠오르는 조직이다. 이 협회는 페이스북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다. 물론 리브라 이용자를 대량 공급하면서 결국 지배력을 행사하게 되는 쪽은 페이스북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규제 당국자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궁극적으로 리브라는 정부와 중앙은행들을 초월해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제대로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보호 책임은 개인에게 있겠지만 말이다.

저커버그는 그동안 페이스북의 모토로 “빨리 움직여서 낡은 틀을 깨뜨리는 것(Move fast and break things)”을 강조해 왔다. 이번에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사전 공지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으로 디지털 통화가 끼칠 부정적 영향을 숨길 수는 없다. 세계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잠재력이 있다고 해도 그렇다. 정부는 소셜 미디어가 활개 치고 다니도록 방치하고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돈을 다루는 일에 있어서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이제 막 발견하기 시작했다.
[1]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2020년에 출시하기로 한 새 디지털 통화의 이름이다. 별자리에서는 저울을 상징하는 천칭자리를 뜻한다.
[2]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화폐를 일컫는 용어는 암호 화폐, 가상 화폐, 가상 통화 등 다양하지만 페이스북이 출시하기로 한 리브라는 ‘디지털 통화’로 통일한다.
[3]
하나의 통화 가치를 특정 국가의 통화에 고정하고, 정해진 환율로 교환하는 고정 환율 제도.
[4]
페이스북의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머테이오(San Mateo) 카운티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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