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가 금융에 던지는 질문; 은행들은 시장을 잃게 될 것인가
소비자들은 페이스북이 출시하기로 한 새 통화 리브라를 사용하는 것을 아마도 은행에 돈을 넣는 행위의 대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이 리브라를 매력적인 대안으로 생각한다면, 리브라는 성공할 것이다. 만약 오늘날 서구 국가의 모든 사람들이 은행에 넣어둔 예금의 10분의 1을 리브라로 전환한다면, 새 통화의 규모는 2조 달러(2315조 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은행들은 얼마나 걱정해야 할까?
첫 번째 단계에서 리브라는 보잘것없는 은행 시스템처럼 보인다. 리브라 준비금은 발행되는 리브라를 뒷받침하기 위해 유동성을 갖춘 안전 자산을 충분하게 보유할 것이다. 소수의 경제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은행 예금을 주택 담보 대출이나 다른 비유동성 대출로 돌리는 기존의 부분 지급 준비제 모델[1]을 대체할 수 있는 내로 뱅킹(narrow banking·협의의 은행)[2]을 주장해 왔다. 그들은 내로 뱅킹이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 리브라 준비금과 내로 뱅킹의 유일하게 명백한 차이는 리브라 준비금은 다양한 통화(아직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바스켓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아도, 리브라 준비금은 은행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로 뱅크도, 다른 형태의 은행도 될 수 없다. 리브라 준비금의 안전 자산 일부는 그 자체로 은행의 부분 지급 준비금에서 예금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은행 간의 투명한 거래에 사용되는 중앙은행 자금에는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리브라 매입이 은행의 시스템에 존재하는 예금의 규모를 축소시키지는 않는다. 한 영국인이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있는 돈으로 리브라를 산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파운드화를 리브라 준비금이나, 리브라를 판매하는 사람에게 지불해야 한다. 판매자는 판매 대금을 현금화하기 위해 파운드를 취급하는 은행을 이용할 것이다. 결국 예금은 은행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현대의 은행 시스템에서 예금은 계좌 간 이동이 가능하고 현금으로 환전할 수도 있다. 은행 대출을 갚거나 은행으로부터 자산을 매입할 수도 있다. 은행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은행은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우선 리브라 준비금이 고객 자금을 이용해 은행에서 국채 등 증권을 사들일 경우 은행의 회계 장부는 쪼그라들 수 있다. 둘째,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해외 송금 서비스 시장에서 은행의 수익을 빼앗아 올 수 있다.
셋째, 페이스북이 완전한 자격을 갖춘 은행이 되겠다고 결정할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만일 리브라가 성공을 거둔다면 유혹은 분명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보유한 개인 정보는 이미 대출 집행을 도울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리브라 준비금이 페이스북이라는 회사와 독립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페이스북은 칼리브라라는 자체적인 디지털 전자 지갑을 제공한다. 디지털 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페이스북에 전자 지갑의 열쇠를 넘길 때, 개인 금융 정보 역시 넘어간다.
개별적인 리브라 보유자는 다른 위험들에 직면한다. 하나는 통화 가치 변동성이다. 리브라 가치가 연동되는 통화 바스켓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오른다고 가정해 보자. 리브라를 보유한 일본인들은 손실을 입을 것이다. 이 새로운 통화는 이자를 지급하지도 않을 것이다. (요즘은 많은 은행 예금도 그렇지만 말이다.) 상점 입장에서는 거래할 때마다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카드 회사에서 리브라로 이동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 카드로 여러 혜택을 누렸던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다. 리브라는 정부가 보증하는 예금 보험도 제공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은 개인 정보 도용 우려와 같이 금융과 관련 없는 이유로도 리브라를 기피할 수 있다. 개인 정보 보호는 페이스북이 반복적으로 실패해 온 분야다.
그러나 페이스북 플랫폼의 강력한 힘과 리브라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제공할 인센티브는 새로운 디지털 통화를 충분히 번창시킬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은행들은 결국 스스로 리브라를 보유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칼리브라와 경쟁하기 위한 디지털 전자 지갑을 운영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페이스북은 중국의 양대 인터넷 기업인 위챗과 알리바바처럼 금융 서비스 패키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과 규제 당국이 페이스북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