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종류의 해양 빙판 불안정성은 1970년대 처음 제시된 이래 오랫동안 이론적인 가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95년 서남극 빙판에 인접한 남극 반도의 라슨(Larsen) A 빙붕이 무너졌다. 사촌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라슨 B도 2002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2017년에는 라슨 C 빙붕에 160킬로미터의 균열이 생겼다. 반도의 빙하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빙판이 녹는 속도도 그렇다. 해양 빙판의 불안정성은 이제 이론적인 것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비록 서남극 빙판의 붕괴는 동부의 이웃과 비교했을 때 경미한 수준이지만, 약 3.5미터의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을 의미한다. 몇 세기에 걸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일부 전문가들은 붕괴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6년 매사추세츠대 로버트 디콘토(Roberto DeConto)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데이비드 폴라드(David Pollard)는 빙판 가장자리에서 발견되는 얼음 절벽의 높이가 결코 100미터를 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100미터 이상의 얼음 절벽이 얼음 자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다고 결론지었다. 빙하 분리(calving)라 불리는 프로세스에 의해 빙붕이 높이 100미터 이상의 빙판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면 그 절벽은 무너질 것이고, 노출된 높은 절벽은 역시 다음 순서로 무너질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얼음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속도를 높인다. 그린란드의 야콥샤븐(Jacobshabvn) 빙하의 급속한 후퇴는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몇 가지 증거를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속된 움직임들이 서남극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그린란드에서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한다.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13만 년 전에 시작된 빙하기 가운데 1만 5000년 동안 지속된 소강 상태에서 지구 평균 해수면은 지금보다 9미터 더 높았을 것이다. 이는 서남극과 그린란드 빙판의 대부분이 붕괴되었음을 암시한다. 디콘토와 폴라드는 빙벽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지적한다. 이들은 과거의 붕괴 과정을 현재의 모델에 적용했을 때, 온실가스 수준이 현재와 같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계속 상승한다면, 남극의 붕괴만으로도 지구 평균 해수면이 2100년까지 1미터, 2200년까지 3미터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결론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은 아니다. 지난 2월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탐신 에드워즈(Tamsin Edwards)와 동료들은 큰 규모의 빙벽 붕괴가 없었던 고대 해수면의 높이를 복제한 더욱 정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좀 더 낮은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률을 제시했다. 앞선 연구가 이번 세기에 남극 빙하로 인해 1미터가 상승될 것으로 지목한 곳에서 이들은 22센티미터 상승을 전망한다. 하지만 전체 상승폭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1.5미터였다. 그리고 앞으로 수 세기 동안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은 여전히 현실적이다.
연못보다 훨씬 덜 평평한[2]
빙판 붕괴의 범위와 속도를 정확하게 밝히기 위한 노력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안데르스 레버만(Anders Levermann)이 2014년 이끈 IPCC의 해수면 연구를 통한 최신 기후 진단에서 해양 빙판의 불안정성은 각주(脚註)에 불과했다. 레버만은 당시 이 과정에 4개의 컴퓨터 모델만 있었으나 오늘날은 16개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영국과 미국의 과학자 팀은 서남극의 스웨이츠(Thwaites) 빙하와 빙판의 상단과 하단을 해저 드론을 이용해 조사하는 5년 단위의 2500만 달러(302억 6250만 원) 규모 현장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는 추가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이 거대한 규모라 하더라도, 모든 바다가 같은 정도로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남극과 그린란드 근처의 해수면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두 지역 빙판의 질량은 달의 질량이 조수를 끌어당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바다를 끌어당긴다. 빙판의 질량이 줄어들면서 바다를 당기는 인력은 약해질 것이다. 또 다른 지역적 현상은 기후 변화의 결과로 달라지는 조류의 방향으로 인한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멕시코 만류(Gulf Stream)가 약화되면 지구 평균 해수면이 전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미국 동부 해안의 해수면은 상승할 수 있다.
그리고 육지라고는 하기 어려운 땅의 상승과 하강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빙하기의 얼음덩어리에 오랫동안 눌려 있었던 북쪽의 많은 땅은 1만 5000년 전, 빙하의 무게에서 벗어난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원인의 일부는 인간의 활동이고, 일부는 지역의 특성일 수 있다. 그러나 일부는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다.
만약 당신이 땅속 퇴적물에서 충분한 양의 물질을 제거한다면, 당신이 서 있는 땅의 표면은 가라앉을 것이다. 물이 빠져나가는 대수층(帶水層, 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에 수도관을 연결하기 이전인 20세기 전반기, 도쿄는 4미터나 가라앉았다. 인도네시아 주민들과 당국이 일본의 실수를 반복하면서 자카르타의 일부 지역은 현재 매년 25센티미터씩 가라앉고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만을 고려해 향후 100여 년간 예상되는 최악의 홍수로 인한 위험을 측정한 ‘100년 홍수 위험 지도’는 지반 침하를 반영한 지도에 비해 위험성을 90퍼센트나 과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이 가라앉으면, 바다는 땅을 침식시킨다. 방글라데시의 홍수 범람 지역인 찬드푸르(Chandpur) 마을에 살고 있는 콜마 사르카르(Kolma Sarkar)는 부모님이 오두막과 바다 사이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염소와 닭을 기르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녀는 말한다. “아침에 집을 나섰다 저녁에 돌아왔을 때 농작물과 동물들이 그대로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어요.”
인간의 활동은 종종 지반 침식을 악화시킨다. 위성 사진을 보면,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빈민가 거주자들이 보호 구역인 맹그로브 삼림을 덮어 포장 도로로 만들어 버린 인도 뭄바이 해변은 2000년 이후 18미터나 깎여 나갔다. 기후 변화의 다른 측면들도 영향을 미친다. 상류에서 강우량이 폭증하면 일부 저지대 해안선은 넘쳐 나는 강물이 밀려들어 간 바다에 습격당할 수 있다. 2012년 일본의 한 연구팀은 2200년이 되면 벵골(Bengal)만의 사이클론은 지금보다 31퍼센트 줄어들고, 인도 아대륙 반대편에서는 지금보다 46퍼센트 더 많은 사이클론이 나타나 아라비아해를 휘젓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간 활동의 가장 큰 부작용은 인구 밀도가 높고 부유한 세계 각국이 바닷가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더 많은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일일 것이다. 부유한 국가와 신흥 도상국에서는 콘도나 사무실 건물을 해변에 가까운 곳에 지을수록 인기가 있다. 뉴욕에서만 7만 2000채의 건물이 홍수 위험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그 건물들의 가치는 1290억 달러(156조 1545억 원)에 이른다.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Sandy)는 뉴욕이 지질학적 요건, 중력, 멕시코 만류가 결합하면 해수면이 세계 평균치의 1.5배로 높아질 수 있다는 새로운 위협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다른 도시들도 우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는 매년 네덜란드의 노하우를 배우고자 하는 뉴저지, 자카르타, 이외 주요 지역들의 조사 대표단 70명이 방문하고 있다.
차단법
위와 같은 문제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공학적 노력이 투입되고 있다. 뉴욕은 또 다른 허리케인 샌디로부터 맨해튼 하부를 보호하기 위해 공원, 벽 그리고 고가 도로가 목걸이 형태로 연결된 빅 유(Big U)에 거의 8억 달러(9700억 원)를 투입하고 있다. 뭄바이는 거대하고 값비싼 방조제 4개를 건설하고자 한다.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인구는 10배이고 경제력은 30분의 1인 삼각주 지역 국가 방글라데시는 해안 제방 시스템을 두 배로 늘리고 기존 기반 시설을 보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를 바다로부터 지키기 위해 신화 속 새 모양을 한 거대한 방벽에 400억 달러(48조 5000억 원)를 들이려 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은 계획과 실행에 수십 년이 걸린다. 실행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조건들이 계획 당시의 예상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샌디 1년 후, 빅 유가 처음 제안되었을 때만 해도 미국 동부 해안의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는 최악의 경우 1미터였다. 그러나 올해 4월 발표된 환경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1미터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네덜란드의 델타 방어선과 마찬가지로 1953년 홍수 이후 구상된 영국 런던의 템즈(Thames) 방벽은 개통된 1982년부터 1990년까지 겨우 8번 문을 닫았다. 그러나 2000년 이후의 폐문 횟수는 144차례다. 55억 유로(7조 3800억 원)의 엄청난 비용이 투입된 이탈리아 베니스의 홍수 장벽 시스템 모세(MOSE)는 바다가 50센티미터 상승한다면 매일 닫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방벽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사용하지 않을 때 수면 아래 잠겨 있게 만드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은 고려할 가치가 없을 것이다. 해수면의 높이가 1미터만 상승해도 잠수 상태에 대한 고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장 지식이 풍부한 국가인 네덜란드조차 겨우 1미터의 해수면 상승을 염두에 두고 마에슬란트 방벽을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