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복권/ 유전적 요소로 측정되는 유병률*/ 연령별 발병률(%)/ 위험성/ 붉은 선-상위 3%, 하늘색 선-가운데 40~60%, 파란 선-하위 3%/ 관상 동맥성 심장 질환/ 남성만 해당/ 유방암/ 여성만 해당/ 출처: 제노믹스/ * 유럽인 혈통 대상
UK 바이오뱅크의 지원으로 수행된 또 다른 연구는 조금 달랐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이 연구는 GWAS가 비의료적인 형질도 분석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이 연구는 영국 내의 거주지 이동을 분석했다. 광산이 있었던 지역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높은 학업 성취도와 관련된 스닙 패턴을 갖고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들은 경제적으로 붕괴한 도시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유형의 사람들이다.
교육 수준은 유전 가능성이 환경에 따라서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는지 보여 주는 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서는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교육이 확대되면서 교육 수준의 유전 가능성이 상승했다. 요즘에는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느 정도 동등한 기회를 갖기 때문에 환경적인 요소들은 대체로 제외된다. 그래서 유전적 요소들이 가지는 효과는 지속적으로 부풀려져 왔다.
앞선 두 가지 사례는 GWAS 기법에 의한 유전학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암시하고 있다. 국내 거주지 이동에 관한 연구가 보여 주는 것은 그곳을 떠난 사람들에 비해서 남겨진 사람들의 처지가 평균적으로 더 암울하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에 관한 연구 역시 학업 성적이 좋고, (보수가 가장 많은) 최고의 직업을 낚아챌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아니라 그 성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유전적 엘리트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이 정도는 한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진짜 지뢰밭으로 들어가게 된다. 현재의 유전자 데이터의 대부분은 유럽인 혈통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그에 기반한 예측력은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발휘되기 어렵다. 매사추세츠 브로드 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의 알리시아 마틴(Alicia Martin)과 동료들은 유럽인 및 유럽 혈통 인구에 대한 연구로 추출한 스닙을 기반으로 서아프리카인들의 키를 예측하는 다원 유전자 점수를 매겼다. 점수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인보다 키가 작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비유럽인 혈통의 사람들의 유전자 배열에 대한 데이터가 늘면 이러한 문제는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나은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집단 기반의 차이가 나타나거나 지속된다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키와 같은 요소들에서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단순한 농담거리를 넘어 편견의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교육 수준과 같은 기준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면, 정치적 동기를 가진 그룹들이 인종적 우월성의 근거로 악용하려 할 수 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끔찍한 경험을 떠올리고 있다. 그들은 우생학이라는 오래된 망령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학교의 내서니얼 컴포트(Nathaniel Comfort)는 이렇게 설명한다. “IQ 테스트는 원래 학업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이른바 ‘정신 박약아’를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죠. 학교뿐 아니라 유전자 풀(pool)에서 제거하려고 했습니다.” 다원 유전자 점수가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어떤 배아를 착상시킬지 결정하는 데 적용된다면 유전적 계층화에 대한 우려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제노믹 프리딕션은 바로 이 시술을 하려고 한다.
멋진 신세계
제노믹 프리딕션 외에도 마이옴(MyOme)이라는 회사가 배아의 유전체에 대한 정확한 청사진을 그려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옴은 아직 고객을 받지는 않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작업이 까다로운 이유는 배아에서 추출한 몇 개의 세포 안에 들어 있는 극히 적은 수의 DNA만으로 염기 서열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어진 염기 서열은 대부분 오류투성이다. 두 기업은 생물학적 부모의 유전자와 배아의 염기 서열을 비교함으로써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배아 안에 들어 있는 DNA는 모두 부모 중 한 명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므로, 부모의 DNA를 분석한 데이터를 배아의 DNA와 자세히 비교할 수 있고, 배아의 정확한 염기 서열을 만든다. 이렇게 해서 배아의 스닙 패턴을 밝혀낼 수 있다.
그래서 제노믹 프리딕션은 시험관 시술을 하는 부모에게 각 배아의 1형 당뇨, 2형 당뇨, 유방암, 고환암, 전립선암, 기저 세포암, 악성 흑색종, 심장 마비, 심방세동, 관상 동맥 질환,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대한 다원 유전자 위험 점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키나 학업 성취도 같은 비의료적 형질에 대한 점수는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공하려고 한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