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라벨이 세련된 기술과 연결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 퍼져 나가 가장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은 지난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ncov다. 이 바이러스는 최소 16개국에 퍼져 있다. (2020년 1월 31일 발행된) 이번 호 이코노미스트가 편집을 마감하는 시점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당국은 거의 7800명에 달하는 감염자와 170명의 사망자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에서 발생했다.
새로운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하면, 이를 막기 위한 결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고르지 못한 데이터를 근거로 이뤄지게 된다. 런던 위생·열대 의학 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의 데이비드 헤이만(David Heymann)은 이 시기를 “전쟁의 안개(the fog of war)” 단계라고 말한다. 자선 단체 웰컴 트러스트의 제레미 파러(Jeremy Farrar)는 이 단계에서 보건 당국은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먼저 새로운 바이러스의 치사율을 판단해야 한다. 첫 번째 환자들은 보통 최악의 상황에서 진단을 받는다. 사람들은 많이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카(Zika)는 가벼운 독감 같은 증상 이외에는 아무것도 유발하지 않는 모기 매개형 바이러스다. 그러나 처음 환자로 기록된 사례들은 대부분 임신 중 감염되고, 그 결과 뇌 손상을 입은 아기를 낳은 산모들이다. 보건 당국자들이 감염자 신원 확인에 적극 나서면서 가벼운 결과로 이어진 사례들이 추가되었다.
결과적으로, 초기 추정치는 새로운 질병의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와 관련해서 나타나고 있다. 1월 말에 보고된 사망은 확인된 감염의 약 2퍼센트에 해당한다.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 사람들 중 약 20퍼센트가 폐렴과 호흡기 이상으로 중병에 걸렸다. 그러나 홍콩대의 가브리엘 룽(Gabriel Leung)과 조지프 우(Joseph Wu)의 모델링에 따르면 1월 25일 현재 우한의 감염자 수는 4만 4000명(최소 2만~ 최대 7만 8000명 범위)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감염의 대부분은 경미할 것이고, 따라서 이 기준에 따른다면 바이러스의 사망률은 0.1퍼센트까지 낮아질 수 있다. 이는 미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독감보다 치명적인 수준이 아니다.
그다음으로 측정해야 할 것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전염성이다. 점점 더 많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함에 따라 특정한 패턴이 나타나게 된다. 만약 새롭게 감염된 사람들 대부분이 의료 관계자와 환자의 친척들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바이러스는 아마도 일상적인 수준이 아닌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 경우, 확산을 막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전문가들은 이어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일반적인 감기는 기침과 재채기로 나오는 바이러스성 비말(飛沫)을 통해 퍼진다. 바이러스는 불과 몇 미터밖에 이동하지 못한다. 독감과 홍역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를 타고 이동한다. 훨씬 더 전염성이 강하고 재채기 한 번으로 방 전체에 있는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전염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WHO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사스, 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이 발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말을 타고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중국과 독일에서 발생한 일부 감염은 이런 종류의 전염 결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전염성 있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며칠 동안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와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MERS)에는 모두 “슈퍼 전파자(superspreaders)”가 있었다. 예외적으로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를 다량 보유한 환자를 말한다. 2015년 한국에서는 메르스에 걸린 한 환자가 병원 응급실에 있었던 58시간 동안 81명을 감염시켰다.
세계적인 전염병의 위협은 국가들과 대도시들이 마련하고 있는 준비 계획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고 있다. 보통 매우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높은 가상의 인플루엔자 변종의 해외 유입을 가정한다. 치사율과 전염성이 모두 높은 것은 이례적인 조합으로, 1918년 전 세계에서 20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에서 도출한 특징이다.
시 당국과 병원들은 그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 상태를 테스트하기 위한 훈련을 일상적으로 수행한다. 어떤 경우에는 정부 관료들이 회의실에 모여 계획을 수립하기도 한다. 1월 24일, 뉴욕시의 최고 관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훈련을 진행했다. 또 다른 훈련에서는 의사와 보건 관계자들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거리로 나와 대응을 연습했다. 뉴욕시는 시스템을 테스트하기 위해 의사들이 공중 보건 부처에 보고해야 할 ‘신고 대상 질병’ 증상을 연기하며 병원에 나타나는 ‘미스터리 환자(mystery patients)’를 반복적으로 활용한다.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발병이 국경을 넘어서기 시작할 때, 가장 단순한 기계적인 대응은 발병 지역에서 출발한 승객들을 공항에서 검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의료 전문가들은 그런 테스트가 시간과 돈의 낭비라고 생각한다. 캐나다는 2003년 공항에서 사스 환자를 걸러내기 위한 검사를 실시했으나 단 하나의 감염 사례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해 사스 사망자 774명 가운데 44명이 캐나다에서 나왔다.
공항의 건강 체크라는 연극은 시민의 걱정에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정치인들에게 잘 어울린다. 유럽 질병 예방 통제 센터(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의 아고리차 바카(Agoritsa Baka)는 공항에 도착하는 사람들에게 증상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고 말한다.
바카는 공항이 아니라 병원의 감염 예방 조치를 강화하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 종사자들은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가장 먼저 감염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감염된 바이러스는 가족과 다른 환자들에게 퍼져 나간다. 2002~2003년 전 세계적으로 발병한 사스의 경우 감염자의 약 3분의 1이 의료 종사자였다.
발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학 조사관들이 감염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목표는 이들을 병원과 가정으로부터 격리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자발적인 격리 생활을 당부한다. 몇몇 국가에서는 격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강제 격리할 수 있는 법원 명령을 요구할 수도 있다.
발병이 몇 건의 사례에서 전염병으로 발전할 때, 도시는 사람들을 격리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일본과 일부 유럽 국가들은 독감의 상황이 이례적으로 나쁜 것으로 추정되면 단기간 휴교령을 내린다. 2009년 멕시코시티는 신종 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술집, 영화관, 교회, 축구장을 13일간 폐쇄했다.
중국이 현재 후베이(湖北)성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인구 6000만 명에 육박하는 넓은 지역을 봉쇄하는 방법은 현대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일이다. 이런 방식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세계 개발 센터의 제레미 코닌딕(Jeremy Konyndyk)은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사태에서 얻은 한 가지 교훈을 언급한다. 격리된 사람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견디는 격리의 고통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그들은 격리 상태에서 빠져나올 것이다. 이는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전염 상황에서는 누가 감염되었는지를 파악하고, 그들이 어디에 갔고,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서 시행한 7만 명 거주 지역 웨스트포인트 격리 처분은 주민들의 폭동으로 중단되었다. 반면, 전통적인 부족 지도자들이 먼저 논의에 참여했던 시에라리온의 잘 조직된 격리 조치는 저항에 직면하지 않았다.
중국의 과감한 조치가 다른 나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몇 달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파라 박사는 말한다. 유럽과 미국의 병원들은 독감의 유행이 절정에 이르는 2월보다는 늦봄에 새로운 감염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감염의 지연은 바이러스 백신을 실험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일부는 이미 중국, 미국, 호주에서 개발되고 있다. 파라 박사는 6개월에서 12개월 안에 백신의 임상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염병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당국은 완화 모드(mitigation mode)로 들어간다. 병원이 환자로 넘쳐날 때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별도의 장소를 정하고, 의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환자를 먼저 치료해야 하는지를 선별하는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미리 시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중국은 현재 급증하는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우한에 병원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어떤 준비도 충분치 않을 때가 있다. 영국의 독감 대유행 준비 전략은 “새로운 대유행 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며, 그런 시도를 하는 것은 공중 보건 자원과 능력의 낭비일 것”이라고 시인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보건 당국은 최선의 결과를 희망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