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의 느긋했던 분위기에 비하면 덜 한가해지긴 했지만, 어떤 면에서 헤드헌터들은 여전히 나태하다. 많은 헤드헌터들이 과거의 작업을 재탕해서 손쉽게 성과를 올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어느 사모 펀드의 파트너 한 명은 서로 다른 기업의 재무 책임자 자리에 동일한 후보자 명단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CEO 후보 리스트에 이례적으로 자주 보이는 몇몇 블루칩 기업의 구관들이 모두 뛰어난 성적을 올렸던 것도 아니다. (GE 출신으로 보잉(Boeing)에 건너갔던 임원들을 생각해 보라.)
고위급 헤드헌터들은 업계가 때로는 너무 성급하게 안전한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기업 이사회가 기존의 성향과는 다른 후보자에 도박을 거는 일을 망설일 때 그런 선택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아지기는 했지만, 미국 내 상위 657개 상장 기업 대표자 가운데 여성은 겨우 38명에 불과하다. 백인이 아닌 경우도 59명에 그치고 있다. 똑똑하고 젊은 인재를 찾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CEO에 취임하는 연령은 2005년 이후로 급격하게 상승해서 평균 58세에 이르고 있다.(표3 참조) 1만 6000명의 헤드헌팅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인 AESC 조사에서 헤드헌터들은 소속 회사가 2019년에 겪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일곱 번째 문제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 영입”을 꼽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로는 “디지털 인재 영입”이나 “혁신 문화 창조” 등이 있었다.
내부 탐색
헤드헌터들이 가져오는 정보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업무를 해결하기도 한다. 테크 공룡들을 포함한 많은 거대 기업들은 내부에 헤드헌팅 부서를 자체적으로 꾸린다. 이들 부서는 주로 슈렉 기업들에서 빼내온 인재들로 구성된다. 애초에는 신입 직원들을 고용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C레벨 임원 채용에 관한 업무까지도 담당하고 있다고 개리슨 젠은 말한다.
일부 기업의 회장들은 인재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왜 외부의 헤드헌터들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콘퍼런스 보드의 최근 조사에 참여한 기업 임원과 비서실장의 73퍼센트는 내부에 유력한 CEO 후보자가 있다면 굳이 외부에서 물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인재가 부족한 것 같지도 않다. 지난해 새로 임명된 S&P 500 지수 기업 대표들 가운데 5분의 4는 기업 내부에서 발탁됐다. 그중에는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도 포함되어 있다. IBM은 최근 지니 로메티 현 회장을 대체할 차기 대표로 자사의 클라우드 부문 책임자를 낙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계속해서 헤드헌팅 기업들을 활용할 것이다. 업체들의 추천 논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몇몇 의혹들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외부 검증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헤드헌팅 기업들은 흔히 발생하는 이사회 분열 상황에서 합의안을 도출하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최고의 헤드헌터들이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질은 외교관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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