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이뤄지는 인수 합병(M&A)의 60퍼센트 이상은 최근 급증하는 회계 현상인 ‘애드백(add-backs, 기업 실적을 포장하기 위해 영업 이익 등에 비용을 더하는 행위)’을 포함한 대출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는 인수자가 곤란한 비용을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인수하는 회사가 합병 이후에는 성공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식이다. 대출 서류는 조작된 수익 수치를 기준으로 작성된다.
경기 침체의 패자는 주로 부채가 너무 많은 기업들이다. 만약 금리 상승이 경기 침체를 촉발했다면 이런 기업들은 경기가 꺾이기 직전에 타격을 입을 것이고, 연이어 경기가 바닥을 칠 때 매출이 급감하면서 이자 비용을 마련하거나 대출 만기 연장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2007년 이후 대다수 기업의 부채는 늘었다. 유럽에서 비금융 회사들의 빚은 이제 GDP의 110퍼센트에 이른다. 2007년 이 수치는 90퍼센트를 밑돌았다. 미국 기업들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가계 부문보다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많은 돈이 경기 침체기에는 물론이고, 현재 수준의 부채도 갚을 능력이 부족한 회사들에 투입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설립된 회사 여덟 곳 중 한 곳은 원금은커녕 대출 이자를 갚기에도 부족한 이윤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의 14개 중 1개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7~2009년 경기 침체의 절반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전체 기업 부채의 40퍼센트에 달하는 19조 달러(2경 3018조 5000억 원)의 빚을 지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재닛 옐런(Janet Yellen) 전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은 “만약 경기가 침체된다면 바로 그 부채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파산할 것이다. 이는 침체를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론자들은 부채의 구조가 더욱 유연해졌다고 주장한다. 은행들은 2008년 이후 제정된 새 규제들(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더 나은 모습으로 정비됐고, 경제가 어려워져도 대출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은 대출 상환을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는 덜 까다로운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제 점점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부유한 가문의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 오피스나 연금 기금 등 은행 시스템 밖에서 대출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기업에 더 빠르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회복을 돕는다고 말한다. 이런 말은 심각하게 듣지 않는 것이 좋다. 2018년 말 시장이 잠깐 패닉에 빠졌을 때 사채를 취급하는 금융 회사들은 취약한 시스템을 드러내면서 크게 흔들렸다.
승자와 패자
누가 승자가 될까? 경기 침체가 올 때마다 승자는 있었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2007~2009년 값싸게 자산을 취득했고, JP모건체이스는 업계가 쪼그라드는 와중에 미국의 선두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BCG 헨더슨 인스티튜트(BCG Henderson Institute)의 마틴 리브스(Martin Reeves)는 경기 침체 때 번창한 회사들은 다른 기업들이 발을 뺄 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명확한 목적과 자금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기의 시험에 응하기 위해서는 관리와 문화뿐 아니라 건전한 대차 대조표가 필요하다. 애플과 몬스터 비버리지를 포함한 S&P 500 기업의 15퍼센트는 부채를 능가하는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돈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다. 사모 펀드 업계엔 2조 달러(2422조 원) 규모의 현금이 돌고 있다. 버핏이 깔고 앉은 돈만 1280억 달러(155조 80억 원)에 이른다.
결국 경기 침체는 올 것이다. 낮은 이자율만으로 버텨 왔던 회사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회사들이 팔리고, 구조 조정을 당하고, 사라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는 물론 사람들도 희생당할 것이다. 비난은 증발하고 점점 약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적인 회사들은 살아남아 더 큰 이윤을 내는 투자를 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성장을 이끌어 호황을 불러온다. 그러면 상승 흐름을 타는 경기 사이클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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