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과 콘셉트의 차이
그렇다면 세계관과 콘셉트는 어떻게 다를까? 우선 콘셉트는 표상의 재현물(text) 자체를 지시하는 핵심적인 특징을 말한다. 보통 상위 콘셉트에서 하위 콘셉트로 확장되는데, 상위 콘셉트가 전반적인 토대를 규정하는 구조다. 다르게 표현하면 닫힌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재현물이 등장하더라도 상위 콘셉트를 일관되게 보여 줘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보통 하나의 콘셉트를 표상한 여러 가지 광고 시안을 펼쳐 놓으며 콘셉트에 맞다, 아니다를 평가하는 이유다.
세계관은 어떤 표상의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본질에서는 콘셉트와 동일하다. 그러나 세계관은 재현물이 연결될 수 있는 모든 기반을 의미한다. 콘셉트와 같이 하위를 규정하는 상위의 개념이 뚜렷하지는 않다. 2차 창작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이야기의 구조가 다시 출발점을 규정할 수도 있는 순환적인 구조, 열린 구조다. 세계관은 마치 빅뱅(big bang)과 같이 하나의 지점에서 가능한 모든 세계로 확장하는 창발(emergence)의 과정을 거친다. 창발이란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개체가 다른 개체,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질서를 창출하는 것이다. 창발적으로 연결된 이야기 꾸러미가 세계관이고, 질서가 세계관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보통 어떤 이야기가 세계관을 확장했다거나 설정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결국 세계관의 힘은 연결(connect)의 힘이다. 트랜스미디어 세계에서는 토대를 확장할 수 있는 이용자(소비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연결된 또 다른 이야기는 기존의 소비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소비자 그룹을 만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예능인 유재석을 매개로 개별 프로젝트인 ‘유플래쉬’와 ‘유산슬’을 엮어 서로 다른 소비자 그룹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트랜스미디어의 이야기 분기 사례에 해당한다. 이야기 분기란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가 세계관 아래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놀면 뭐하니?〉의 세계관을 이루는 주요 모티프는 ‘영웅의 귀환’이다. 영화 〈스타워즈〉나 〈슈퍼맨〉과 비슷하다. 영웅은 그가 몸담았던 세계에서 어느 날 뜻밖의 소명을 알아차리고 길을 떠나 모험을 거친 후 자격을 인정받아 다시 그가 살던 세계로 돌아오는 ‘분리 → 입문 → 귀환’의 단계를 거친다. 〈무한도전〉의 예능인 유재석은 ‘릴레이 카메라’로 일상을 보내다 김태호 PD로부터 소명을 받고 드럼 연주자로 데뷔하고(유플래쉬),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중장년층을 포함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모험의 여정(유산슬)을 지났다. 이어 연남동의 어느 식당에서 인생 라면을 끓이며 ‘쿠킹 토크쇼’를 펼치고, 이제는 오케스트라 공연에 도전하고 있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은 1991년 재현물 간 상호 연결성을 파악한 마샤 킨더(Marsha Kinder)가 처음 제시했다.
[4] 이어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서 영감을 받은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에 의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다. 젠킨스에 따르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①여러 개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하나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경험하게 할 수 있으며 ②개별 이야기들이 모여 전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③각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이야기는 전체 스토리에 분명하고도 가치 있는 기여를 하는 독립적인 구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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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야기를 연결한다는 개념은 트랜스(trans)의 의미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호 작용 혹은 관계성보다는 복수성에 초점을 맞추는 멀티(multi), 상호적 관계에서 두 행위자가 각각의 공간에 정착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는 인터(inter)와 달리, 트랜스는 시공간적 움직임을 강조하며 행위자가 여러 공간을 주파하는 횡단과 초월을 뜻한다. 즉, 트랜스란 여러 대상 중 선별된 두 개 이상의 대상이 연결되고 소통하면서 복수의 관계로 발전해 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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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MU, 크로스미디어, 트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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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MU |
크로스미디어 |
트랜스미디어 |
정의 |
성공한 원작 콘텐츠를 특성에 맞춰 다른 미디어로 옮기는 과정 |
복수 매체에 대한 교차 활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야기 방법 |
시공간적으로 각각의 콘텐츠가 개별적 이야기를 표현하면서도 각 이야기가 세계관으로 수렴 |
특성 |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미디어 특성에 맞게 변환 |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는 각각의 스토리는 결말이 비어 있어 모두 결합해야만 전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음 |
미디어를 통해 표현하는 각각의 스토리가 독자성과 완결성을 가지고 있음 |
초점 |
접점 확대에 따른 이익 실현이라는 마케팅 측면 |
능동적인 행동 유발 |
스토리 확산 |
사례 |
디즈니 캐릭터가 어린이 학용품 등의 캐릭터 라이선스로 확대 |
TV 광고 안에 해당 브랜드 웹사이트 검색을 권유하는 내용 |
스타워즈 에피소드 등의 프리퀄, 마케팅 효시로는 블레어윗치 프로젝트 |
구현 방식 |
미디어 도약 |
미디어 결합 |
미디어 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