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대신 쓸 수 있는 방법은 충분치 않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의 고문인 감염학자 애니 스패로우(Annie Sparrow)는 현장 경험이 없는 모델링 담당 관료들이 검사를 받는 사람들의 심리를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확진자가 되었을 때의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려는 합리적인 동기보다 큰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스패로우와 맥도널드 모두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에 의존하는 해결책은 본질적으로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 세계의 절반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맥도널드는 데이터 활용 프로그램을 마스크나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용품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등의 보다 수월한 문제에 적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접촉자를 추적하는 빅브라더
이런 감염학자들의 주장을 인지한 구글은 접촉자 추적을 위해 위치 정보를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나 구글맵과 같은 서비스에 내재된 데이터 수집 메커니즘은 “의료 목적의 탄탄하고 신뢰할 만한 기록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으며, 데이터는 이런 목적을 위해 조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두 회사 모두 이런 임무를 얼마나 잘 수행할 수 있는지 명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정부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하지 않을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과학기술국과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했던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트레이스투게더(TraceTogether)’라는 이름의 이 앱을 사용하는 두 사람이 2미터 내에 있으면 이들의 휴대 전화는 블루투스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이런 상황이 30분 동안 지속되면 두 휴대 전화는 이들 간의 접촉을 암호화된 캐시 메모리
[3]에 기록한다. 앱 사용자 중 누군가가 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거나, 접촉 집단에 속한 것으로 판명되면 보건부는 이들에게 캐시 정보를 접촉자 추적 담당자에게 전송하라고 안내한다. 그러면 추적 담당자는 암호를 풀고 이들이 접촉한 상대방에게 정보를 알린다. 버스에 같이 탄 사람이나 같은 영화관에 있었던 사람 등 서로 모르는 사이인 접촉자들에게 특히 유용한 방법이다.
앱 개발자들은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앱 다운로드가 의무는 아니다. 전화번호는 보안 서버에 저장되며, 다른 이용자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위치 정보는 수집되지 않는다(블루투스를 사용하는 앱에 대한 구글의 운영 정책은 앱을 실행하는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위치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돕기 위해 앱의 소스 코드를 게시하고 무료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시민들은 정부를 신뢰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3월 20일 트레이스투게더가 출시된 후 전체 인구의 13퍼센트에 해당하는 73만 5000명이 앱을 다운로드했다. 싱가포르 특파원이 상업 지구에서 일하는 몇몇 싱가포르인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이들은 보건부에 대한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면 기소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를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한 상인은 “무책임한 것보다는 책임을 지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감염자를 추적하는 보안 기관에 대한 반발을 불식시키기 위해 비슷한 앱을 출시했다. 시민들이 확진자와 자신이 이전에 접촉한 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형태다. 정부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이 앱이 국가 기관과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역시 오픈 소스를 활용하는 WHO의 마이헬스 앱도 조만간 비슷한 접촉자 추적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이렇게 제각각인 글로벌 시스템에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전염병은 도시나 국가 차원이 아니라 여러 국가가 긴밀하게 논의해서 전 세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런던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컴퓨터 프라이버시를 연구하는 이브-알렉산드레 드 몽조예(Yves-Alexandre de Montjoye)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데이터 관리 협약을 맺고 여러 국가의 정보를 쉽게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인공호흡기를 확보하고 의료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것에 비하면, 어떤 정부에게도 상당히 후순위에 있는 일이다.
이것이 어려운 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과감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2주 뒤를 내다보는 생각도 필요하다. 즐거움과 편의, 연결과 보안을 위해 설계된 컴퓨터 네트워크는 화상 회의에서부터 팀워크 증진, 휴식과 회복을 위한 게임까지 모든 종류의 일상생활을 돕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과 인구 전체의 움직임을 판데믹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감지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국가는 이런 판옵티콘의 권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허둥지둥, 단편적으로 습득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쏟아 낸 시스템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 최선의 대응은 이러한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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