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의 정점/ 벤처 캐피털, 투자 총액(10억 달러 단위)/ 파란색: 미국, 하늘색: 중국, 분홍색: 유럽, 회색: 기타/ 출처: 프레킨
참패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브랜드가 없는 제품을 온라인에서 균일가 3달러에 판매하던 소매 기업 브랜드리스(Brandless)는 지난 2월에 문을 닫았다. 로봇이 만든 피자를 팔던 기업 줌(Zume)은 지난 1월 주요 사업을 접었다. 두 기업 모두 위워크와 마찬가지로 일본 테크 재벌인 소프트뱅크의 불투명한 VC 부문인 1000억 달러(121조 4000억 원) 규모 비전 펀드(Vision Fund)와 손정의 회장의 투자를 받았다. 영국의 위성 인터넷 스타트업 원웹(OneWeb)은 한때 33억 달러(4조 100억 원)의 가치 평가를 받으며 역시나 손정의 회장의 후원을 받았지만,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위워크의 대실패 이후, 똑똑한 벤처 캐피털의 자금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특히 비전 펀드의 후원을 받은 기업들에 대해서는 더 주의하게 되었다. 그들은 칭찬받던 존재에서 문제 있는 기업이 되었다. 이제 투자자와 고객, 공급 업체들은 비전 펀드에서 투자받은 기업들을 “쓰레기 기업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한 기업의 대표는 말한다. 그는 “우리는 위워크 같지 않다”는 점을 관계자들에게 계속해서 납득시키고 있다고 한다. 비전 펀드의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유감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투자한 다른 창업자들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손 회장의 제국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장되었다. 2019년 마지막 분기에 미국에서 벤처 캐피털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조달한 자본은 직전 분기에 비해 16퍼센트 이상 하락했고, 1억 달러(1200억 원)가 넘는 거액의 투자 라운드는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전 세계 10대 유니콘 중 4개를 보유한 중국은 작년에 무분별한 고객 확보를 위해 거액의 사용자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업에게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자본의 겨울’로 접어들었다. 한때 기업 가치 14억 달러(1조 7000억 원)에 달했던 P2P 대출 기업인 퇀다이왕(团贷网)을 포함해 몇몇 중국 유니콘 기업들이 파산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쇼크는 대부분의 테크 유니콘이 이미 문제를 드러내고 있던 시기에 발생했다. 가장 악명 높은 것이 위워크였을 뿐, 일부는 애초부터 그런 라벨을 붙일 자격도 없었다. 그들의 비즈니스는 기껏해야 가진 기술력에 비해 빈약한 주장이었고, 아마존이나 페이스북의 성장 이면에 있던 ‘플라이휠(flywheel)’ 효과, 즉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갖게 되면 보다 더 많은 사용자들이 기업을 매력적으로 여기게 되는 효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회사들은 진짜 테크놀로지 기업이지만, 우버나 리프트 같은 기업은 디지털 플라이휠이 멈춰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업 가치를 과장할 수 있는 불안정하고 모호한 재정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가짜 테크’에서 시작된다. 여기에는 위워크 같은 자본 집약적인 기업과(위워크는 고객을 많이 유치할수록 더 많은 사무 공간을 임대해야 한다) 멋진 침구를 판매하는 캐스퍼(Casper)처럼 소비자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소매 업체도 포함된다. 캐스퍼의 공동 창업자 닐 파리크(Neil Parikh)는 2016년에 이렇게 선언했다. “우선 우리는 스스로를 테크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주식 시장의 투자자들은 캐스퍼를 매트리스 소매 업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지난 2월, 비상장이었을 당시의 평가액 11억 달러(1조 3400억 원)의 절반에 불과한 5억 7500만 달러(7000억 원)에 상장했다.
그림의 떡
줌(Zume)을 잘 아는 VC 투자자에 따르면, 이들은 “로봇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피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트럭에서 구운 피자를 배송하는) 줌의 배송 트럭이 코너를 돌 때마다 녹은 모짜렐라 치즈가 사방으로 흘렀다. 투자자는 이렇게 회상한다. “우리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주문했는데, 맛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그럴듯한 테크 유니콘들은 그들 중 상당수가 부분적으로나마 속해 있는 물리적 현실에서는 플라이휠 효과가 삐걱거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류의 거의 절반이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다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이들의 시장은 거의 무한하다. 우버와 같은 테크 유니콘의 비즈니스 모델은 특정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린다. 어떤 도시에서 운전자가 많아지면, 승차가 쉽고 저렴해지기 때문에 승객이 많아진다. 그리고 회계 업무나 데이터 스토리지 등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아웃소싱하면 초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