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그들의 역행 기술(regurgitation)과 관련된 비유적 표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공공 서비스나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런 다음 동일한 모델을 그들만의 수익 모델로 되새김질하여 내놓는다. 2017년 리프트(Lyft)는 통근자들이 지정된 장소에서 승차를 공유하는 서비스인 셔틀(Shuttle)을 시작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버스다. 메이크스페이스(MakeSpace)는 “물리적 물건을 위한 클라우드 창고(Cloud storage for physical stuff)” 서비스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는 기존의 창고와 같다. 애플의 뉴스 큐레이터들은 기존의 편집자들이다. 위리브(WeLive)의 코리빙(co-living) 공간은 호스텔과 기숙사이고, 우버 헬스(Uber Health)는 결국 구급차다.
쳇우드가 일컫는 웰-라인(Well-line)은 언뜻 보기에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재가 민영화된 예시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이커머스의 새로운 장치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건축가 제임스 니콜스(James Nicholls)에 따르면 미래형 창고(Shed of the Future)는 주거, 소매, 운송, 물류 등을 통합한 형태가 될 것이다. 그는 말했다. “침대와 창고의 결합, 이는 19세기의 마을과 같습니다.” 일부 물류 업계 관계자들은 절반만 채워진 각기 다른 배송 업체 트럭들이 거리를 계속 혼잡하게 만든다면, 소매 업체들이 하나의 배송 업체로 통일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우편 서비스처럼 한 업체가 모든 배송을 담당하는 것이다. 부재중인 소비자들을 위해 아마존, UPS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물품 보관함은 기존의 우편 사서함(PO boxes)과 닮았다. 이런 보관함의 대안으로 동네의 식료품점, 카페 등의 장소에서 물품 보관소를 운영하거나, 생필품을 파는 잡화점에서 소액의 수수료를 받고 물품을 보관해 주는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사업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고객이 적은 비용으로 배송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아울렛 같은 공간을 만들어 기본적인 물품들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우유, 계란과 빵, 그리고 문구류와 세제 몇 가지 등이 있을 수 있겠다. 바로 이름만 없는 일반 슈퍼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돌고 돌아 제자리로 가고 있다고 믿거나, 과거의 방식이 여전히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일 수도 있다. 지각 변동은 일어났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 공유 서비스(ride-hailing)를 제공하는 회사의 버스 시스템은 대중교통을 반드시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편리한 가정 배송은 한때 우리가 직접 물건을 담아 집으로 가져오면서 스스로 공급망 역할을 하던 시절을 잊게 만든다. 당시에는 우리 스스로가 라스트 마일의 해결책이었다. 우리가 그 역할을 그만두면서, 공급망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되었다.
이는 우리가 소비를 위한 장치가 삶의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이유다. 소비의 장치들은 이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우리의 손끝에, 거리의 배송 트럭 안에 있고, 머지않아 냉장고, 세탁기, 프린터 안에 존재할 것이다. 발밑의 지하 창고와 운송 터널에, 머리 위 고층 건물에도 존재할 것이다. 아마존의 계획은 우리가 집에 없을 때 집 안에 택배를 들여놓는 것, 주차된 차량의 트렁크를 열어 그 안에 택배를 남기는 것, 가정용 카트가 배송 트럭으로부터 물건을 전달 받아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마법처럼 우리를 위한 선물들이 그곳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배달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완전히 잊어버릴 때, 배송 서비스는 마침내 승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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