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백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1월 9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퍼센트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나왔다. 이날 세계 주요 증시는 급등했다.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백신 개발은 긴 여정의 시작이다. 세계 인구가 기다리지 않고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물량이 조기에 공급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누가 먼저 맞을지를 정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개발한 백신을 개발 도상국에 언제 얼마나 분배해야 할까. 백신 개발에 기여한 국가의 국민이 먼저 맞는 것이 옳을까.
국가별 분배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 내에서도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이 먼저 맞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적다. 관건은 다음 순서다. 치명률이 높은 노인, 기대 수명이 많이 남은 아동, 집단 감염 확률이 높은 수감자 등 여러 집단의 접종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대상이 아니라 목적 중심으로 접근하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지, 백신을 투입해 얻는 효과의 총량인 기대 수명을 최대화할지, 집단 감염이 주는 사회적 영향을 우선 고려할지 등의 문제가 된다. 각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윤리적 근거가 존재하고, 우리는 그중 사회 구성원 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가 직면한 선택은 당장은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의 방식을 결정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꾸려 나갈지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두 합당해 보이는 입장과 견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지점이 분명해질 것이다.
소희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