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우주는 미지의 세계였다. 가보지 못했고, 누군가 우주에 가는 것을 보기도 어려웠다. 어릴 적 미술 시간에 상상화에서나 그릴 법한 것이었다. 우주는 항상 우리와 함께했지만 늘 동경과 미지의 세계였고, 위대한 과학자들이 꾸준히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볼 수 없는 막연한 곳이었다.
하지만 1969년 인류 최초로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달에 발을 내딛는 장면이 TV를 통해 전 세계의 전파를 타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미지의 세계였던 우주에 인간이 갈 수 있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당시 TV를 보며 언젠간 우주에 가겠다는 꿈을 키운 어린이들도 많았다.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도 그중 한 명이었다. 달에 발을 내디뎠던 닐 암스트롱은 “개인에게는 작은 발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전의 시작”이라는 말을 남기며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
이후에도 우주에 가려는 인류의 노력은 계속됐다. 하지만 로켓을 발사할 때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문제였다. 단지 가보고 싶다는 이유로 무작정 로켓을 쏠 수는 없었다. 기술 개발이 완전하지 않아 사고도 잦았다. 1986년 1월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후 고체 연료 추진기의 이상으로 폭발해 7명의 대원이 희생되는 등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도 많았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우주 개발은 동력을 상실했다. 우주 전쟁은 미국과 소련 간 체제 경쟁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막대한 돈을 들이면서 체제의 우월함, 과학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우주로 향했다. 하지만 소련이 몰락하면서 소련에게도, 미국에게도 그래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주 산업 예산 비중이 더욱 줄었다. 2011년 7월 우주 왕복선 아틀란티스호의 33번째 비행을 끝으로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도 종료됐다. 그렇게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고, 인류의 우주여행 계획도 무산되는 듯했다.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꺼져 가던 미국을 자극한 것은 우주 굴기를 내세운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도 가보지 못한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1969년 미국 아폴로호는 달의 앞면에 착륙했다). 이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로켓을 가장 많이 쏘아 올린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다급해진 미국은 다시 우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구에서도 패권 경쟁을 하는 두 나라는 이제 우주로 전장을 넓혔다. 하지만 나사(NASA)의 경쟁력은 예전만 못하다. 예산이 계속해서 줄었기 때문이다.
이를 틈타 두 명의 천재가 서로 우주에 가겠다며 경쟁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SF 소설을 즐겨 읽고, 우주를 사랑했던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제프 베조스다. 이들은 국가가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것이 아닌, 민간 기업이 우주를 활용해 돈을 버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꿈꾼다. 이들에게 체제 경쟁은 관심사가 아니다. 우주여행, 저궤도 인공위성, 화물 운송 등을 통해 우주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는 각각 스페이스X(SpaceX)와 블루오리진(Blue Origin)을 이끌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들이다.
우주 개발 기술은 경쟁을 먹고 자라 왔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가 없었다면, 그리고 미국과 체제 전쟁 중이던 소련이 미국보다 빠르게 인공위성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미국의 우주 산업은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주 굴기를 내세우며 무섭게 추격한 중국이 없었다면, 미국은 다시 우주 산업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주를 사랑한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 간의 경쟁이 없었다면 민간 기업이 우주 산업에 참여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없었을 수도 있다. 라이벌의 존재는 꺼져 가던 우주여행의 꿈을 점차 실현하고 있다. 라이벌은 서로 그저 싸우기만 하는 관계가 아니다. 라이벌의 어원은 강(江)을 뜻하는 라틴어 ‘rivus’다. 같은 강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1] 즉, 같은 목표를 향해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관계다.
막연하기만 했던 우주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물론 누군가는 우주여행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뉴 스페이스 시대를 우주여행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제 우주는 수익을 창출한다. 상용화 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저궤도 인공위성 사업은 이미 시작됐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매달 60기의 저궤도 인공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저궤도 위성을 통한 인터넷 및 통신망 구축, 관측을 통한 지형, 환경 등의 데이터 확보 등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는 사업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회사인 테슬라와 아마존이 각각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을 통해 플랫폼 회사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인터넷, 통신망 사업뿐 아니라 플랫폼 업계의 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단순히 ‘우주 비즈니스? 음, 재미있겠다. 근데 이게 과연 가능하겠어?’라고만 생각하면 시대의 빠른 변화를 놓칠 수도 있는 시점이다. 기회는 새로운 시대가 올 때 찾아온다.
이 책은 우주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우주가 왜 중요하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인간이 우주에 진출할지를 담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우주선을 발사했고, 유인 우주선을 우주로 보냈으며, 과학 기술 선진국들은 우주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천명했다. 이제 더 이상 우주는 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상상 속에서만 과학 기술이 구현되는 막연한 공간도 아니다. 우주는 점차 우리의 삶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막연하기만 했던 우주 산업,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