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쌓은 내공
지금까지 음악과 관련된 일을 유독 많이 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PR 회사인 프레인 글로벌 근무 당시, 개인적으로 매년 참석하던 음악 페스티벌의 SNS 마케팅 담당자가 됐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일로 연결된 ‘덕업일치’의 첫 번째 경험이었다. 그 뒤로 자연스럽게 음악 관련된 일을 많이 맡게 됐다. 올윈이라는 회사에서는 프로모터 겸 MD로 일하며 옥상달빛, 카더가든, 김사월 등 좋아하는 뮤지션들과 공연, 전시 등의 문화 이벤트를 기획했고, 그 후에는 스페이스오디티의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페이스오디티 마케터로 기억할 것 같다. 그만큼 활발하게 활동했다. 처음에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2017년 올윈에서 퇴사하고 나서 1년쯤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미국 사막에서 일주일간 열리는 실험적 공동체인 버닝맨,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업 등에서 경험한 것들을 브런치에 올렸는데, 내 글을 본 스페이스오디티 대표님이 같이 일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무언가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감, 그리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 자체가 좋아서 합류를 결정했다. 3년 동안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일했다.
그렇게 재미있게 일했는데, 작년 여름 독립했다.
사실 구체적으로 독립을 고민한 건 2017년부터다. 당시에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을 쉰 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혼자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자발적인 백수로 홀로서기 실험을 한 셈이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때 일하는 방식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런 방식으로도 돈을 벌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는 생각에 스페이스오디티에 합류했지만, 2017년부터 일하는 방식의 거대한 변화 흐름을 느낀 만큼 2021년에는 주 5일 출근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여름 퇴사했으니 목표를 빨리 성취한 셈이다.
빨리 성취했다기보단 2017년부터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야 조금씩 실천하는 느낌이다. 재택근무로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고, 나만의 정체성을 더 키워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퇴사했다.
자신의 경쟁력에 확신이 있어야 독립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베르베르가 쓴 단편 중에 브랜드를 국가로 표현한 글이 있다. 국적은 달라도 특정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결국 브랜드에는 고유의 문화와 룰이 담겨 있다는 내용이다. 회사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여러 나라의 회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일, 리더의 태도 등을 접했다. 일에 대한 표본이 많아진 셈이다. 덕분에 사람들에게 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전할 수 있게 됐다.
2019년에 출간한 《퇴사는 여행》도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이라는 주제 안에서 일에 대한 고정된 편견을 깰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여행과 일, 자칫 상반된 개념 같아 보이지만 사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아닌가. 이런 면에서 일과 삶이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보다 꺼낼 수 있는 소재가 많아진 게 나만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경쟁력을 쌓는 과정에서 구축한 본인의 전문성은 무엇인가?
최근 독립해 집을 꾸미면서 깨달았는데, 정보를 분류해 구조를 짜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좀 더 정확하게는 맥락이 있는 것끼리 분류해 배치하는 일을 잘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게 모든 기획의 기본이다. 행사를 진행하거나 글을 쓸 때, 커뮤니티를 운영할 때도 모두 적용된다.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축적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무언가가 생겼을 때, 그 이야기를 들으면 좋아할 사람에게 연결하는 일도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