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의 세계
메타버스는 2000년대 초반 게임
세컨드라이프가 등장하면서 처음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컨드라이프는 3D 아바타 기반의 인터넷 가상 세계다. 참여자가 직접 3D 물체를 제작해 거래할 수 있다. 린든 달러라는 게임 화폐를 통해서다. 심지어 부동산도 사고팔 수 있다.
최근 메타버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도 3D로 구현된 아바타 때문이다. 로블록스와 제페토가 대표적이다. 마인크래프트, 동물의 숲 등 메타버스 대표 주자로 꼽히는 서비스의 핵심도 3D 아바타다. 여기에 인터넷 기반의 소셜 네트워킹과 게임, 그리고 경제가 결합하면서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다.
메타버스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였다. 스티븐슨은 아바타들이 활동하는 무대를 메타버스라고 불렀다. 아바타(avatar)는 ‘땅(terr)으로 내려오다(ava)’라는 의미의 산스크리스트어 합성어다. 새로운 땅이나 공간에 발을 디딘 존재라는 의미다. 가상 공간에서 사용자를 대신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거나 의사소통하는 분신이다. 메타버스라는 말이 만들어질 때부터 핵심은 아바타였다.
세컨드라이프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상 세계는 그래픽과 통신 등 기술적인 한계로 3D보다는 2D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마이스페이스와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유튜브, 틱톡 등이 그 예다. 현재는 기술적인 조건이 갖춰지면서 3D 공간에 아바타를 구현하는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있다. 네트워크 발전으로 더 많은 기기가 연결됐고, 안정적인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 데다, 3차원 공간 전체를 담아 현실과 흡사한 감각을 주는 360도 콘텐츠도 구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바타는 완전히 새로운 신원이다. 2D 온라인 세계에서 사용하는 프로필과 다른 점이다. 프로필은 온라인 세계의 내가 현실 세계에 실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에 실명과 이력을 입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즉 프로필은 디지털 세상이 현실 세계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반면 아바타는 보완적 존재가 아니라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자아다. 제페토, 동물의 숲, 로블록스 등의 온라인 세계에서 이용자들은 현실의 내가 누구인지 증명할 필요 없이 아바타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 온라인 세계가 현실과 더 가까워진 것이다. 2000년대의 세컨드라이프, 사이버 가수 아담처럼 어설펐던 그래픽이 훨씬 자연스럽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온라인 세계의 아바타를 진짜 나처럼 느낄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세계에서 더 편안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결국 메타버스는 온라인 세계가 더 현실 같아지고, 확장하는 흐름이다. 흔히 메타버스를 현실의 온라인화라고 착각하기 쉽다. 반대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의 확장이다. 가상현실의 현실화다.
코로나19 이후 현실 세계는 위험하고 불안한 곳이 됐다. 사람들에게는 현실 공간을 벗어나 안전한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5G 기술의 발전으로 네트워크 기술도 온라인 세계를 뒷받침할 수 있게 되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메타버스 1.0에서 메타버스 2.0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