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니다, 독립술집
1화

서문; 독립술집에 가면_나영석 PD

“독립술집? 독립술집!” 독립술집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생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번 되뇌다 보니 어쩐지 납득이 가는 말이라는 느낌이 왔다. 그리고 독립술집이 어떤 공간일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독립이라는 단어와 술집이라는 공간이 합해지니 제법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왜 아무도 이런 말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함도 생겼다. 어쨌든 나에게는 꽤 느낌 있게 다가오는 말이었다.

‘혼술’이 트렌드다. 혼술하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누군가의 스토리를 곁들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는 공간과 운영하는 사람의 스토리가 있는 가게를 찾아간다. 독립술집의 주인장들은 이들을 기꺼이 반기며, 자신의 공간을 보여 주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립술집을 표방하는 공간의 입구에 들어선다면,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라도 괜히 ‘말 걸어 볼 마음’이 생길 것 같다. 무언가가 궁금해지고, 그래서 말 걸고 싶고. 그렇게 사람과 공간과 스토리가 시작된다.

스토리는 사람과 공간을 타고 퍼진다. 사람들의 발걸음과 이야기가 공간에 모인다. 관계와 시간이 축적되면 신기하게도 공간에 힘이 생긴다. 나만 알고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이기지 못하게 만드는 힘. 그렇게 공간은 확장성을 가지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스토리를 담아 간다. 그 속에서 트렌드와 콘텐츠가 생겨나고 재생산된다.

독립술집들은 소위 말하는 ‘핫 플레이스’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예쁜 사진을 모으는 사람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갈증이 채워지는 사람들은 이런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세대와 상관없이 아날로그 감성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불과 한두 시간만 앉아 있어도 친구 한 명은 꼭 생길 것 같은 곳. 그런 매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공간이 독립술집이지 않을까 싶다.

학창 시절에, 혹은 사회 초년생 때 다니던 추억의 술집들을 떠올려 보았다. 아무 주제나 늘어놓으며 밤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들이었다. 술집 주인장도, 손님들도 문 닫는 시간 따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나 역시 대학교 때 동아리 선후배들과 그런 시간을 많이 보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공간들은 거의 사라졌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이라면 마음 한구석에 추억의 공간에 대한 갈증은 늘 있을 것이다.

독립술집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갈증을 독립술집이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과 경쟁, 효율성을 따지는 세상일수록 감성과 감정이 끌리는 대로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람과 스토리, 술과 함께 시간을 흘려보내기에 제격인 곳. 나는 독립술집에 간다.

나영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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