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툴 플레이어, 다 잘하는 쿼츠
쿼츠(Quartz)는 2012년 9월 론칭한 미국의 경제 전문 디지털 미디어다. 이 매체는 웹사이트에 명시해 놓은 것처럼 ‘글로벌 감각이 있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창의적이고 지적인 저널리즘을 제공’한다.
161년 전통의 미국 언론사 애틀랜틱미디어컴퍼니가 모바일에 최적화된 미디어 쿼츠를 론칭했을 때, 그들의 시도는 별난 실험 정도로 여겨졌다. 초기에는 PC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 없이 모바일 웹페이지만 있었다. 모바일 페이지에는 정치, 경제, 국제 식의 뉴스 구분이 아닌 ‘오브세션(Obsessions)’이라는 낯선 카테고리만 있을 뿐이었다. 오브세션은 기자의 시각이 반영된 이슈 정리인데, 항목은 수시로 바뀐다. 2018년 7월에는 육아의 기술(The Art of Parenting), 아프리카 혁신가(Africa Innovators), 에너지 쇼크(Energy Shocks), 일의 미래(Future of Work)와 같은 이름의 시리즈가 실렸다.
육아의 기술에는 이 섹션을 만든 배경이 짤막하게 쓰여 있다. “정보화 시대의 육아는 미치도록 어려운 일(maddening)입니다. 양육에 관한 데이터와 전문가의 의견은 어디에나 있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가이드는 늘 부족합니다. ‘사랑하라 그렇지만 엄하게’, ‘격려하라, 그러나 응석은 받아 주지 말 것’ 등 상반되는 조언이 쏟아집니다. 쿼츠는 육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금융, 정책, IT, 자동차 등으로 나뉘는 일반 경제 매체의 카테고리와 확실히 구별된다.
쿼츠는 론칭 4년 만인 2016년 흑자 전환했다. 2013년 매출액 380만 달러, 2014년 1000만 달러, 2015년 1860만 달러를 거쳐, 2016년 3000만 달러(약 350억 8800만 원)를 달성했다. 2017년에는 광고가 줄어든 탓에, 전년보다 감소한 276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매출 규모는 3500~38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1] 웹사이트의 월평균 순방문자 수는 2017년 2200만 명을 돌파했고, 이메일 뉴스레터 구독자 수는 2017년 한 해 동안 두 배가 늘어 70만 명에 달한다.
가파른 성장의 배경에는 꾸준한 혁신이 있었다. 2013년 8월 독자가 기사 본문에 직접 의견을 남길 수 있는 ‘주석 달기(Annotations)’ 서비스, 2015년 6월 차트 공유 플랫폼 ‘아틀라스(Atlas)’, 2016년 2월 대화형 뉴스 앱(애플 선정 ‘2016년 최고의 앱’), 2016년 7월 각종 경제 지표를 알기 쉬운 도표로 보여 주는 ‘인덱스(Index)’ 등을 차례로 공개했다. 2016년 11월에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쿼츠의 뉴스레터를 읽어 주는 서비스 ‘플래시 브리핑스(Flash Briefings)’를 시작했다. 2017년에는 ‘페이스북 메신저 봇’, AR 기술을 활용한 뉴스 등을 공개했다.
디지털 기업을 지향하는 미디어 기업답게 데이터를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데이터에 의존해 모든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제이 라우프(Jay Lauf) 발행인은 2017년 3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DIS(Digital Innovators’ Summit)에서 “쿼츠는 큰 결정을 내릴 때는 직감에 따르고, 작은 결정은 데이터에 따른다”고 말했다.[2]
브랜드 디자인도 준수하다. 암청색과 자색 위주의 간결한 비주얼은 차트와 일러스트레이션만으로도 쿼츠의 콘텐츠임을 알게 한다. 기술 스타트업으로 불릴 만한 혁신적인 서비스, 늘어나는 광고주와 트래픽, 브랜드 디자인까지, 쿼츠는 야구에서 말하는 ‘파이브 툴 플레이어(five-tool player, 정확성·파워·수비·송구·주루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로 불릴 만한 매체다.
쿼츠의 혁신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걸까. 쿼츠의 편집장을 인터뷰하고 관계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의 눈길을 끈 건 쿼츠의 혁신보다 ‘애티튜드(attitude, 태도)’였다. 업무 스타일은 짧고 핵심을 짚는 그들의 콘텐츠를 닮았다. 늘 독자의 피드백에 촉을 세우고, 일 처리가 굉장히 빠르다. 쿼츠 홍보팀과 이메일을 수십 번 주고받으면서, 답장은 늘 10분 이내로 받았다. “여전히 우리는 스타트업”이라고 말하는 케빈 딜레이니(Kevin Delaney) 편집장의 소신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2018년 7월 쿼츠의 매각 소식이 들려왔다. 2008년 설립된 일본의 미디어 기업 유자베이스(Uzabase)가 7500만~1억 1000만 달러의 금액으로 쿼츠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쿼츠의 올해 매출 규모에 따라 확정될 예정이다.
쿼츠의 모기업 애틀랜틱미디어의 데이비드 브래들리(David G. Bradley) 회장은 2017년 7월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을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렌 파월 잡스가 운영하는 자선 단체 에머슨 콜렉티브(Emerson Collective)에 매각한 데 이어, 1년 만에 쿼츠를 팔았다. 브래들리 회장은 이미 수년 전 애틀랜틱미디어에 속한 매체를 차례로 매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3]
유자베이스의 주력 서비스는 스피다(Speeda)와 뉴스픽스(NewsPicks)다. 2008년 론칭한 스피다는 전 세계 금융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블룸버그 단말기(Bloomberg terminal)와 유사한 서비스다. 아시아의 560개 산업과 460만 개 기업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2013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뉴스 애그리게이터(aggregator)[4]인 뉴스픽스의 가입자 수는 일본에서만 330만 명에 달한다. 2017년에는 다우존스와 합작해 만든 뉴스픽스 미국판이 공개됐다.
쿼츠와 유자베이스의 거래는 양사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쿼츠는 유자베이스의 유료 서비스 노하우를 얻고, 유자베이스는 아시아권 밖으로의 서비스 확장에 쿼츠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쿼츠의 인력은 자체 콘텐츠 외에도 뉴스픽스 서비스 영어 버전의 제작을 맡는다.
주인이 바뀐 쿼츠는 네이티브 광고에 의존하던 기존의 수익 모델에서 유료 콘텐츠 중심의 모델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쿼츠의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과 제이 라우프 발행인은 매각 이후 공동 CEO를 맡고 있다.[5]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 인터뷰; “254개 단어, 짧은 기사에 답이 있다”
2016년 11월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쿼츠의 편집장 겸 공동 창업자 케빈 딜레이니를 처음 만났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홍콩을 거친 출장의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직접 만난 딜레이니 편집장은 20여 년 경력의 고참 기자가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자에 가까웠다. 그는 격식이 없었다. 악수를 하고 그가 건넨 첫마디는 “So, what are we gonna do?”였다. 특유의 열정도 돋보였다. 편집장은 인터뷰 중간중간 부연 설명을 위해 자신의 아이폰으로 쿼츠 기사와 인포그래픽을 보여 줬다.
쿼츠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코노미스트 웹페이지의 월평균 순방문자 수를 넘어선 비결을 묻자, 딜레이니 편집장은 패션업체 바나나 리퍼블릭에 관한 254개 단어 분량의 기사를 보여 줬다. 쿼츠는 기사를 주로 500개 단어 이내로 쓰고 적절한 이미지와 차트를 넣는데, 이것이 기사 공유 수와 트래픽을 늘리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너무나 유명한 ‘쿼츠 커브(Quartz Curve)’다. 쿼츠는 단어 500~800개 분량의 콘텐츠는 잘 공유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쿼츠의 기자들은 단어 500개 이내 또는 1000개 이상의 기사를 쓴다. ‘독자가 원하는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고민에서 분석을 시작했다고 편집장은 덧붙였다. 당시 실시한 대면 인터뷰와 최근까지 이어진 이메일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TV 프로듀서, IT 기자, 온라인 에디터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쿼츠의 뉴스룸을 이끌어 가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
쿼츠에 합류하기 전 16년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일했다. 10년간 테크놀로지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로, 나머지 6년을 뉴욕 본사에서 온라인 에디터로 일했다. 기자 시절 샌프란시스코, 파리 등지에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IT 기업들을 취재했다. 나는 스타트업들이 일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고, 그것을 익히 알고 있다. 더불어 전자 기기의 작동 방식, 디자인에 많은 관심이 있다. WSJ에서 일하면서 각종 IT 신기술을 저널리즘에 적용했다. 이런 경험들이 쿼츠에서의 활동에 도움이 됐다.
IT 분야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언론사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IT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1980년대 중반 대학생 신문의 에디터로 활동했다. 애플의 매킨토시가 시중에 나온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 우리 학보사 기자들은 매킨토시의 프로그램으로 레이아웃을 짜는 등 신문 제작에 컴퓨터를 적극 활용했다. 인터넷이 등장한 초기에는 파일 전송 전용 서비스인 FTP(File Transfer Protocol)를 이용해 신문 파일을 업로드했다. 포토샵의 첫 버전이 나왔을 때도 바로 썼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쿼츠에는 언제 합류했나?
2012년 2월에 들어왔다. 쿼츠를 정식 창간한 건 그해 9월이다.
쿼츠의 콘텐츠 하면 차트가 단연 돋보인다.
차트와 그래픽은 쿼츠 저널리즘의 핵심 요소다. 우리 기자들은 차트를 직접 만든다. 2014년 한 해 동안 4000개 이상을 제작했다. 2016년 들어 기자가 늘면서 차트 수가 급증했다. 쿼츠는 2015년 6월 차트 공유 플랫폼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이 웹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데이터를 차트 형식으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소셜 미디어 공유도 쉽다.
좋은 차트의 기준은 무엇인가?
최대한 간단해야 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몇몇 미디어는 차트를 너무 복잡하게 만든다.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기자의 시각으로 이슈를 정리하는 ‘오브세션’, 여러 기사를 엮어 하나의 주제로 편집한 ‘특집 기사(Featured)’ 같은 독특한 기사 분류가 눈에 띈다. 쿼츠의 콘텐츠 제작 과정을 설명해 달라.
쿼츠는 글로벌 경제 변동을 즉각 반영하는 뉴스룸을 운영하고자 한다. 우리는 창간 당시부터 기사 분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기사는 단순히 경제, 국제, 금융, 기업 섹션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오브세션이라는 코너로 분류된다. 가령 기술 대신 ‘기계와 뇌(의 연결)’라는 문패로 기사를 분류하고 정리한다. 이밖에도 금융 시장이라는 넓은 범위의 섹션 대신 금융 위기, 환경 대신 기후 변화, 중국 대신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와 같은 분류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 쿼츠 웹페이지는 특집 기사, 최근 기사, 인기 기사, 오브세션, 이메일 뉴스레터, 에디션, 여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오브세션을 기존 저널리즘의 문법으로 해석하자면, 기획 기사나 커버스토리 모음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편집장의 아이디어인가?
그렇다. 창간 초기에 제안했다. 아이디어는 매거진에서 가져왔다. 나는 매거진을 굉장히 좋아한다. 쿼츠를 창간하면서 좋은 잡지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오려고 했다. 동시에 좋은 잡지는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온라인 매체인 쿼츠에 적용할 만한 요소가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오브세션이다. 좋은 잡지에는 일종의 ‘집념(obsessions)’이 있다. 독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 무엇이 문제이고 핵심인지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돕고 쿼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적은 인력으로 시작한 쿼츠가 모든 분야를 다룰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이슈만 쓰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쿼츠의 창간 초기, 저널리스트는 15명밖에 안 됐다. 우리는 오브세션이라는 방식이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실제로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어떤 잡지를 좋아하나?
와이어드, 뉴욕 매거진, 뉴요커, 모노클은 매달 본다. 모노클을 특히 좋아한다.
쿼츠의 직원 규모는 얼마나 되나?
215명이다. 기자, 에디터 등 저널리스트는 100명이 넘는다. 직원의 40퍼센트는 마케팅, 영업,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나머지 25명은 개발, 디자인 인력이다. 저널리스트 중 몇 명은 기사를 쓰면서 개발, 디자인 업무도 동시에 한다.
쿼츠 웹페이지의 월평균 순방문자 수는?
2015년 12월, 1700만 명이었고 당시 이미 FT와 이코노미스트의 방문자 수를 넘어섰다. 지금은 22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메일 뉴스레터, 비디오, 모바일 앱, 구글뉴스 이용자 수를 뺀 수치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우리는 되도록 많은 독자에게 도달하고자 노력한다. 트위터, 링크드인, 야후, 트위터 계정에 기사를 적극적으로 올린다. 기자 수가 늘고 많은 기사를 쓴 덕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
공유가 잘되는 기사의 특징이 있다면.
쿼츠의 콘텐츠에는 글자 수에 대한 규칙이 있다. 기사를 단어 500개 이내 또는 1000개 이상으로 쓴다. 500~800개의 분량은 피한다. 우리는 내부 연구를 통해 그 길이의 콘텐츠가 덜 공유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특징을 쿼츠 커브라는 그래프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콘텐츠의 길이가 어느 정도일 때 독자들이 가장 읽기를 원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기사 길이가 짧다고 해서 내용이 단순한 건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면서 내용이 특별해야 한다. 기사 하나를 예로 설명하겠다. (자신의 아이폰을 보여 주며) 이 기사의 분량은 254개 단어에 불과하지만, 이미지, 차트, CEO의 발언 등을 적절히 사용해서 주요 정보를 빠짐없이 제공한다.
가능한 한 많은 독자에게 도달하고 싶다고 했는데, 쿼츠의 타깃 독자가 따로 없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렇지는 않다. 쿼츠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우리의 임무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내 아들이 15살인데, 그 또래는 우리가 고려하는 독자가 아니다. (웃음)
많은 독자에게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라면.
독자들의 성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데이터 분석 업체인 파슬리(Parse.ly)의 대쉬(Dash), 구글 애널리틱스, 킨(Keen) 등 여러 트래픽 분석 도구를 쓴다. 실시간 트래픽뿐만 아니라 독자의 연령대, 관심 이슈, 소셜 미디어 유입 정도 등 파악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들여다본다. 개발자뿐 아니라 저널리스트, 디자이너 등 쿼츠의 모든 직원이 이런 프로그램을 쓴다.
목적이 뭔가? 단지 트래픽을 위해서?
그렇다(Just for traffic). 독자가 어떤 주제를 좋아하는지 다들 관심이 많다. 기자와 에디터가 같이 보고 의논한다. 어떤 기사가 많이 읽히는지 꾸준히 추적한다. 어떤 독자가 보는지, 시장의 수요가 어떻게 되는지를 분석한다.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하는데, 이것도 독자 확보를 위한 시도인가?
쿼츠는 다양한 시도를 정말 많이 한다. 2016년 10월엔 문화, 패션, 음식, 여행, 예술 관련 콘텐츠를 담은 주간 이메일 뉴스레터 ‘쿼치(Quartzy)’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주 하나씩 발송한다. 일일 뉴스레터인 ‘데일리 브리프(Daily Brief)’가 텍스트로만 이뤄진 서비스인 것에 비해 쿼치는 이미지와 비디오를 배치해 화려함을 더했다.
우리는 저널리즘과 기술을 결합한 많은 실험을 한다. 쿼츠는 모바일 앱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다. 2016년 1월 론칭한 챗봇(Chatbot, 채팅 로봇) 서비스도 추가 개발 중이다. 쿼츠는 비영리 언론 단체인 나이트 재단(Knight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쿼츠봇 스튜디오’에서 뉴스 로봇에 관한 각종 실험을 하고 있다. 2016년 11월에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 인식 스피커가 쿼츠의 일일 뉴스레터를 읽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팟캐스트 서비스는 2016년 6월 말을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팟캐스트 서비스는 왜 중단했나?
2016년 6월까지 평균 20만 명이 구독했고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결정했고 과감히 서비스를 그만두기로 했다. 쿼츠는 이미 굉장히 많은 것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걸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인 쿼츠는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을 파악하고,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쿼츠가 여전히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나? 직원 수는 200명이 넘고, 매출 규모도 3000만 달러에 달하는데.
그렇다. 창간을 준비하던 2012년 2월부터 지금까지 쿼츠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 왔다. 물론 쿼츠는 보통의 스타트업처럼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쿼츠는 애틀랜틱미디어의 소유이고 모기업의 자본, 인력, 홍보, 법률적 지원을 받지만, 내가 처음 쿼츠에 합류했을 때 뉴욕 사무실엔 가구도 없고 인터넷 연결도 안 되어 있었다. 노트북을 맨바닥에 두고 일했다. (웃음)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창간 멤버 모두가 ‘자 이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규모가 많이 커지면서 뉴욕 맨해튼 내에서 사무실을 옮겼다. 비디오 촬영을 위한 공간도 늘렸다. 새로 옮긴 뉴스룸에서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버진그룹 회장, 닉 덴튼(Nick Denton) 고커미디어 창업자 등을 인터뷰했다.
소셜 미디어 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쿼츠 웹페이지의 트래픽 중 70퍼센트가 소셜 미디어에서 온다는 분석이 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이 있지는 않을까.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바꾸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
웹사이트 트래픽에서 소셜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70퍼센트였고 지금은 그 이상일 것이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링크트인, 레딧, 트위터 등 여러 소셜 미디어의 유입량을 합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정책과 알고리즘을 바꾼다고 해서 쿼츠가 큰 영향을 받는다? 그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월간 이용자 수는 17억 명에 달한다. 여전히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뉴스피드의 알고리즘을 수시로 바꾼다. 쿼츠의 콘텐츠는 페이스북에 최적화된 게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전략은 우리 웹사이트의 트래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챗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실험하는 ‘쿼츠봇 스튜디오’는 어떤 성과를 냈나?
2017년 3월 공개한 ‘쿽봇(Quackbot)’이 한 예다. 이 툴은 작성 중인 기사의 클리셰(상투적인 표현)를 거르고 열어 본 페이지의 URL을 자동 저장하고, 기사 주제에 맞는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PDF 파일의 텍스트와 차트를 기사 본문에 쓸 수 있도록 추출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 당시 쿼츠의 보도를 눈여겨봤다. CNN과 USA투데이가 웹페이지 첫 화면에서 선거 결과를 비디오로 생중계한 것에 비해 쿼츠의 보도는 다소 정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우리는 속보보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에 집중했다. 선거 당일 쿼츠가 내놓은 콘텐츠는 50여 개다. 우리 웹페이지인 qz.com의 첫 화면에는 라이브 영상이 없었지만, 별도로 라이브 블로그를 운영했다. 사실 우리는 홈페이지에 크게 관심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콘텐츠가 어디로 가고, 얼마나 공유되는가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그것에 주력한다.[6]
2017년 10월 새로 공개한 ‘쿼츠 앳 워크(Quartz At Work)’는 어떤 서비스인가?
일은 우리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다. 많은 사람에게 자부심일 뿐 아니라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쿼츠의 새로운 에디션 쿼츠 앳 워크는 당신이 더 나은 매니저가 되고, 경력을 설계하고 세련된 직장을 탐색하기 위한 지침이다. 각종 정보를 work.qz.com에서 찾을 수 있다. 쿼츠 앳 워크 제작을 위해 비즈니스, 금융, 경영 분야를 10년 이상 취재한 저널리스트로 구성된 전담팀을 만들었다. 우리는 쿼츠의 독자가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유능한 비즈니스 전문가임을 알고 있다. 우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독자 대다수가 지금의 경영 관리 분야 콘텐츠에 만족하지 않는다. 너무 전통적이거나 충분히 정교하지 않은 기사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쿼츠 앳 워크를 만들었다. 우리는 독자의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환영한다.[7]
쿼츠는 새로운 뉴스레터 서비스를 꾸준히 공개한다. 뉴스레터 서비스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7년 9월에는 매일 오후 4시에 도착하는 새 뉴스레터 서비스 쿼츠 오브세션(Quartz Obsession)을 선보였다. 이 뉴스레터에는 차트, 통계, 퀴즈, 투표와 같은 콘텐츠가 제공된다. 아침 뉴스레터인 쿼츠 데일리 브리프가 주요 기사 20개를 제공한다면, 오후 뉴스레터인 쿼츠 오브세션은 독자가 틈새 영역의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도록 돕는다. 쿼츠는 이 밖에도 문화 콘텐츠 주간 뉴스레터 쿼치, 차트를 모아서 보여 주는 주간 뉴스레터 인덱스(Index) 등을 제공한다.
쿼츠는 2018년에도 뉴스레터를 강화할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다보스 포럼, CES(국제 전자 제품 박람회),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칸 영화제,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등 국제 행사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팝업 뉴스레터’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쿼츠 데일리 브리프의 평균 오픈율은 40퍼센트인데, 2017년에 제공한 다보스 뉴스레터는 63퍼센트에 달했다. 이메일 서비스는 잠재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쿼츠의 뉴스레터 구독자 수는 70만 명으로, 2017년 한 해 동안 규모가 두 배 늘었다.
2015년부터 아프리카와 인도 지역 특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확대 제공할 계획이 있나?
아시아 지역의 독자들이 매년 늘고 있다. 쿼츠 홍콩 지부에는 8명의 풀타임 직원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까지 아시아 지역의 언어로 된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은 없다.
쿼츠는 창간 초기부터 지금껏 여러 혁신 사례를 내놨다. 기술 분야에 능한 저널리스트를 선호하나?
코딩을 다루는 기자를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코더가 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저널리스트들에게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는 글로벌 경제를 주로 다루고, 세계 각 지역의 비즈니스 종사자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현지 상황과 언어를 아는 유능한 기자를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