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들과 거의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병력을 급하게 철수시켰다. 그리고 아프간 정부는 미국 관계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탈레반이 나라를 장악했고, 혼란스러운 탈출 소동이 벌어졌다. 새로운 정권은 엄격한 이슬람법을 도입해 여학생들이 교육받거나 여성들이 일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다. 아프간 경제는 붕괴했고, 구호 단체들은 겨울의 식량 위기를 경고했다.
독일에서는 16년간 장기 집권해 온 기독민주연합(CDU/CSU)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총선에서 패배했다. 그들은 기독민주당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없이 선거를 치렀다.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신임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 연정은 기후 변화 및 러시아 대응에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리에서 쫓겨났다. 3월에 총선을 치른 이후 6월에 우파-중도-좌파-이슬람 연정이 구성됐고, 대표인 나프탈리 베네트(Naftali Bennett)가 총리직에 올랐다. 이러한 결과는 5월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벌어진 후 나온 것으로, 이는 2014년 이후 최악의 사태였다. 5월 충돌은 이스라엘 병력이 폭도들을 체포하기 위해 알 아크사 모스크(al-Aqsa Mosque)를 급습하면서 촉발되었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공습으로 대응했다. 이스라엘의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의 아랍인들 사이에서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페루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좌파 후보가 승리했고, 니카라과에서는 다니엘 오르테가가 야당을 탄압하면서 권력을 유지했다. 캐나다에서는 쥐스탱 트뤼도가 조기 총선을 실시했는데, 그는 자유당의 대표로서 소수 정부(minority government)
[4] 총리직에 복귀했다.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는 종교적으로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가 승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전임 총재였던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는 이탈리아의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총리직을 수락했는데, 그는 2022년 이탈리아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도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내전이 더욱 치열해졌다. 북부 주인 티그라이(Tigray)의 반군들이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를 위협하면서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외국 정부들은 자국민들에게 에티오피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민간인들에게 스스로 무장할 것도 명령했다. 민병대들은 잔학행위를 자행했다. 정부군이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긴 했지만, 교전은 지속되고 있다. 수단에서는 2년 만에 두 번의 쿠데타를 겪었다. 군부가 민간인 총리를 복귀시키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군부의 장성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
세상은 충분치 않다[5]
중국이 기술 기업들에 대한 탄압 수위를 높였다. 중국 당국은 디디글로벌(Didi Global)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이 회사를 조사했고, 더욱 엄격한 독점 금지 규정의 시행을 예고했다. 디디는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면서 결국 빅애플(뉴욕)에서의 상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CEO들은 기업들이 “공동 부유(공동의 번영)”를 추진해야 한다는 시진핑 선언을 따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0월,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으나 이내 주가가 떨어졌다. 이후 테슬라 주가도 하락했다. 올초, 테슬라는 1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는데, 디지털 화폐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이는 위험한 투자였다.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거브코인(govcoin,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디지털 화폐)의 출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10월에는 G7이 이와 관련한 정책을 발표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받아들인 첫 번째 국가가 되었는데, 그러자 환율 불안을 우려한 반비트코인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다.
전 세계에서 물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올해 내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심하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2월이 되자 입장을 전환해 내년에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직전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이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퍼센트로 인상했다.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있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높은 에너지 비용이다. 브렌트유의 배럴당 가격은 올초 50달러로 시작해 10월에 85달러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