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하우스의 브레인, 제이슨 블룸
제이슨 블룸은 1993년 애로우 필름(Arrow Flims)에 입사해 처음 영화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만듦새가 매끈하지 않아도 재미만큼은 보장하는 5만 달러 미만의 장르 영화를 사들여 부가 판권 회사에 판매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 뒤 에단 호크가 세운 극단 말라파르테(Malaparte)에서 제작 총괄 감독으로 일했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였던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과 그의 동생 밥 와인스타인(Bob Weinstein)이 운영하는 미라맥스(Miramax)에서 5년간 프로듀서를 맡으며, 〈디 아더스(The Others)〉 같은 영화들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블룸의 원칙은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으면서 흥행성과 예술성을 갖춘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됐다.
미라맥스는 할리우드 메이저와는 거리를 둔 독립 제작사였다. 메이저 제작사였다면 제작조차 힘들었을 작품들로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준메이저급 제작사로 성장했다.
[4] 그러나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과 같은 대작에 손을 대고 흥행에 실패하면서 예전의 독립 영화 정신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블룸은 미라맥스에서 50여 편에 가까운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제작사의 덩치가 너무 커지면 영화 제작에 거액의 비용을 들이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감독의 창의적인 능력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크게 변별력이 없는 작품을 극장가에 내걸면서 그러그러한 제작사로 남고 만다.
블룸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는 공포물이야말로 독립 영화에 어울리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공포물은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연출이 중요하므로 역량 있고 가능성 있는 감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감독들이 창의적인 시도를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미라맥스가 전성기에 보였던 새로운 소재와 감성의 공포 영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 배급은 메이저 회사와 손을 잡아야 유리했다. 대형 배급사가 단단하게 뒷받침을 해준다면 안정적으로 스크린 수를 확보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손해를 최소화하고 수익은 크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겟 아웃〉과 〈파라노말 액티비티〉 시리즈의 배급은 각각 유니버설 픽처스(Universal Pictures)와 파라마운트 픽처스(Paramount Pictures)가 담당했다. 그렇게 블룸은 자신의 이름과 저예산 제작의 상징과도 같은 집의 영문 단어를 합쳐 블룸하우스를 설립한다.
블룸하우스의 성공에는 블룸의 직업적 배경과 뛰어난 사업 수완 외에도 변화된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 환경이 자리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 방식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먼저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화질과 완성도를 갖춘 미국 드라마가 빠르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와 같은 신생 매체들이 등장해 양질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공격적으로 서비스했다. 할리우드는 그에 대항할 만한 전략이 필요했다. 할리우드가 취한 전략은 프리퀄(prequel), 시퀄, 스핀오프(spin-off) 등 속편 제작 횟수를 늘리면서 한 세계관의 팬덤을 키우는 것이었다. 시리즈물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능력이 새로운 미디어 시대의 생존법이 되었다. 흥행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알아보고 시리즈로 이끌어 가는 안목을 갖춘 브레인, 프로듀서의 존재가 중요해졌다.
프로듀서 전성시대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순수한 팬의 마음으로 자신이 다루는 장르에 애정을 쏟는 것, 그리고 시장성 제고에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이다. 이 두 가지를 갖춘 대표적인 인물이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s)의 총괄 프로듀서 케빈 파이기(Kevin Feige)다. 케빈 파이기는 일찍이 슈퍼 히어로가 대거 등장하는 영화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엑스맨(X-Men)〉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그는 영화계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던 조스 웨던(Joss Whedon)을 2012년 〈어벤져스(Avengers)〉의 연출자로 강력히 밀어붙였다. 그는 조스 웨던이 마블 코믹스의 만화 〈어스토니싱 엑스맨(Astonishing X-Men)〉의 작가로 참여했던 점을 높이 샀다. 웨던의 경험이 다수의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캐릭터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마블 스튜디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케빈 파이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5]라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관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웨던의 사례처럼, 케빈 파이기는 잘 알려진 감독보다 스튜디오가 요구하는 바를 맞출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한다. 그리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일관성과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세계관을 끌고 간다.
제이슨 블룸은 케빈 파이기에 이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스타 프로듀서다. 그래서 블룸하우스의 케빈 파이기로 통하지만, 케빈 파이기와 몇 가지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블룸의 프로듀싱 철칙은 다음과 같다.
① 감독의 창작권을 보장한다
저예산 영화에서 감독의 역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막대한 투자를 받을 수 없어 부딪히게 되는 한계의 상당 부분을 창작자의 아이디어로 돌파해야 한다. 그러한 이유로 블룸은 감독 선정부터 공을 들인다. 영화를 기획한 후 면담을 통해 어떻게 장르적인 요소를 살려 내고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것인지 감독의 비전을 확인한다. 능력만 있다면 신인이든 경력자든 가리지 않는다. 감독으로 발탁한 뒤에는 영화 안에서 개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창작권을 보장한다.
〈겟 아웃〉의 조던 필과 〈더 기프트〉의 조엘 에저튼(Joel Edgerton)은 블룸하우스를 통해 장편 연출가로 데뷔했다. 블룸은 두 감독을 선임한 이유에 대해 “연출 경력은 없지만, 현장 경험이 충분하고 해당 프로젝트의 비전이 확실해 영화를 맡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식스 센스(The Sixth Sense)〉의 반전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다음 작품들에서 그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해 감독으로 하락세에 있던 M. 나이트 샤말란(M. Night Shyamalan)은 블룸하우스의 〈더 비지트〉와 〈23 아이덴티티〉를 통해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었다.
조던 필 감독을 캐스팅한 일화는 제이슨 블룸만의 감독 선정 방식과 안목을 보여 준다. 〈겟 아웃〉의 시나리오를 읽고 흥미를 느낀 블룸은 필과의 만남을 먼저 요청했다. 필은 첫 만남에서 〈겟 아웃〉을 ‘트럼프 시대에 흑인이 느끼는 악몽에 관한 영화’라고 한 줄로 정리했다. 블룸은 주제 의식을 명료하게 꿰뚫고 있는 그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장편 영화를 연출한 적은 없지만, 영화 현장의 스태프로 일한 경력도 감독 발탁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블룸은 450만 달러를 투자하고 여자 주인공과 어머니 역의 캐스팅을 제안했다. 그 외의 모든 결정은 필 감독에게 맡겼다. 마블 스튜디오를 비롯해 대부분의 제작사가 투자자를 안심시키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감독의 개성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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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저예산 원칙을 지킨다
블룸은 블룸하우스를 세우고 18년 동안 40편에 가까운 작품을 발표했다. 1년에 평균 두 편 이상을 제작한 셈인데, 자신이 세운 원칙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면 달성하기 어려운 성과다.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라는 저예산 제작을 위해 그가 이행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본의 양을 제한한다. 시나리오상의 대사가 한 줄 늘 때마다 배우의 추가 개런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둘째, 로케이션을 가능한 한 한군데로 정한다. 셋째, 배우 출연료는 법적 최소액으로 지급하되 수익 발생 시 러닝개런티(흥행 수입에 따라 받는 금액) 지급을 제안한다. 넷째, 정해진 제작 예산을 반드시 준수한다. 예산을 초과하는 장면이 필요할 경우에는 창조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다섯째, 영화의 결말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어 둔다. 그래야 흥행에 성공했을 때 추가 수익을 내기 쉬운 속편 제작을 고려할 수 있다.
③ 성공한 공포 영화의 문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블룸하우스의 작품 목록을 살펴보면 과거 영화 팬들이 열광했던 공포물의 특정 요소를 현대에 맞게 재창조한 경우가 많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1999년 〈블레어 윗치(The Blair Witch Project)〉의 파운드 푸티지 방식을 집 안으로 끌어와 기념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겟 아웃〉의 신체 강탈 테마는 1962년 작품인 〈맨츄리안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에서, 인간 개조 테마는 1978년 작품인 〈분노의 악령(The Fury)〉에서 먼저 활용해 주목받은 적이 있다. 조던 필은 이 테마에 흑인 차별이라는 현실을 반영해 호응을 얻었다. 〈해피 데스데이〉의 반복되는 죽음 설정은 〈사랑의 블랙홀〉의 테마를 공포 장르와 접목했고, 〈인시디어스〉 시리즈의 오컬트적인 요소는 1973년 작품 〈엑소시스트(The Exorcist)〉와 연결된다.
신인과 경력을 가리지 않고 적임자라고 판단되는 감독에게 전권 부여, 저예산 제작을 위한 원칙 이행, 흥행이 검증된 과거 사례의 현대적 재창조. 이 세 가지 프로듀싱 철칙이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과 블룸하우스의 시스템을 가르는 차이다.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은 흥행에 성공한 요소를 답습하지만, 블룸하우스는 이를 재창조한다. 제이슨 블룸은 저예산과 검증된 흥행 요소라는 이중의 안전장치 안에서 감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환경을 제공한다.
블룸은 공포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 장르의 열광적인 팬은 아니다. 편식하지 않고 여러 장르의 작품을 즐겨 보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블룸하우스에는 코믹 호러 〈해피 데스데이〉, 10대들의 일상이 반영된 〈트루스 오어 데어〉, 스릴러 요소가 강한 〈23 아이덴티티〉, 사회 문제를 담은 〈겟 아웃〉 등 공포 장르만으로 묶을 수 없는 작품들이 다수 존재한다. 블룸의 개인적인 특성이 다양한 소재와 감성을 접목한 블룸하우스의 라인업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위플래쉬(Whiplash)〉는 드럼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학생과 그를 최고의 드럼 연주자로 키우기 위해 스파르타식 교육을 하는 선생의 광기 어린 신경전을 다룬다. 일반적인 공포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발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전통적인 공포물의 방식을 따르지 않음에도 제이슨 블룸이 〈위플래쉬〉를 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공포 영화는 사람들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공포를 의식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불편한 감정을 갖는 걸 즐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관객을 미치게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블룸에게 영화는 단순한 돈벌이 대상이 아니다. 그는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블룸하우스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과 영화라는 문화를 공유하고 싶어 한다. 영화와 직업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다음의 발언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투자자는 흥행 수익에 관심이 있다. 영화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이들과 함께하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저예산 영화를 좋아하는 건 나의 이익과 감독의 이익과 배우의 이익과 스태프의 이익을 사이좋게 나눠 가질 수 있어서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창조적인 결정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면, 영화 작업 이외의 수익에는 관심이 없다.” 블룸의 목표는 공포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다. 공포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그의 야망은 이제 공포 영화를 넘어, 다양한 매체와 장르로 향하고 있다.
블룸하우스의 브랜드 파워
블룸하우스는 앞선 영화들 외에도 꾸준히 신작을 내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의 주요 연예 매체들은 2018년 여름,〈더 퍼지〉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더 퍼스트 퍼지(The First Purge)〉의 북미 개봉 전야 흥행 소식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보냈다. 7월 4일 저녁 7시, 2350개의 스크린에서 공개된 〈더 퍼스트 퍼지〉는 하루에만 2만 5000달러의 극장 수익을 올리며, 공포 영화 시리즈 역사상 4위에 해당하는 전야 흥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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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하우스는 스크린을 넘어 TV 드라마 분야로도 영향력을 높여 갈 전망이다. 먼저 영화 쪽으로는 제이슨 블룸이 가장 좋아하는 공포 영화로 알려진 〈핼러윈(Halloween)〉의 리부트
[8]가 2018년 9월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M. 나이트 샤말란의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과 〈23 아이덴티티〉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글래스(Glass)〉는 2019년 1월로 개봉을 확정했다. 작품의 평가는 떨어져도 젊은 관객의 호응을 받은 〈해피 데스데이〉는 시퀄 제작을 확정했고, 〈겟 아웃〉의 시퀄도 조던 필 감독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 쪽으로는 미니 시리즈 〈날카로운 것들(Sharp Objects)〉의 첫 번째 시즌이 2018년 7월 HBO에서 방영됐다. 〈더 퍼지〉 시리즈의 드라마 버전도 현재 촬영 중이다. 블룸하우스의 차기작 목록은 2021년까지 꽉 차 있다.
이 목록에는 공포물뿐만 아니라 범죄, 스포츠, 안티 히어로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된다.
[9] 한국에서는 ‘블룸하우스의 첫 번째 액션 영화’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업그레이드(Upgrade)〉가 2018년 9월 6일 개봉했다. 〈업그레이드〉는 아내를 잃고 몸까지 쓰지 못하게 된 남편이 ‘스템’이라는 칩을 몸에 이식한 후 폭발적인 신체 활용 능력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복수를 감행한다는 내용의 액션물이다. 미국에서는 6월에 개봉해 제작비 대비 두 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제이슨 블룸의 야심은 단순히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해 수익을 올리는 데에만 있지 않다. 블룸은 〈위플래쉬〉를 두고 ‘공포 영화의 선댄스 버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선댄스 영화제는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서 자신이 연기했던 선댄스 키드의 이름을 가져와 1978년 독립 영화 활성화를 위해 만든 영화제다. 블룸은 2014년 〈위플래쉬〉를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했고,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까지 2관왕을 거머쥐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2018년 8월 미국에서 개봉한 〈블랙클랜스맨(BlacKkKlansman)〉은 ‘블룸하우스의 칸 영화제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매년 5월 열리는 칸 영화제는 영화를 잘 만드는, 세계적 인지도가 있는 유명 감독들의 화제작을 총집결한다. 〈블랙클랜스맨〉을 연출한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말콤X(Malcolm X)〉, 〈정글 피버(Jungle Fever)〉,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 등 할리우드에서 가장 직설적이고 도발적이고 문제적인 영화들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침체를 겪던 그는 블룸하우스와 손잡고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단에 잠입한 흑인 형사의 실제 사연을 기초로 한 〈블랙클랜스맨〉으로 2018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겟 아웃〉이 각본상을 받았다. 이로써 블룸하우스는 작품성, 화제성, 영향력을 모두 가진 독립 제작사로 자리매김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원작으로 유명한 〈그것(It)〉, 시리즈물로 큰 사랑을 받은 〈컨저링〉 등을 제작한 뉴 라인 시네마(New Line Cinema)와 블룸하우스를 함께 묶어 호러 명가라 부른다. 두 제작사의 활약으로 저예산 호러 영화는 2016년 처음으로 1조 원대 매출을 넘겼다. 2017년에는 1조 3700억 원까지 성장했다. 블룸하우스의 약진을 통해 공포 영화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물론 마블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 한 편으로 전 세계에서 2조 원이 넘는 수익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메이저 스튜디오와 독립 영화 제작사의 규모 차이는 현저하다. 그러나 1조 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와 다르게 저예산으로 장르의 경계를 넓혀 가는 블룸하우스의 행보는 여느 대형 제작사 부럽지 않을 정도다. 오히려 참신한 소재와 감성, 새로운 감독으로 무장한 영화를 앞세워 무시무시한 흥행 성적을 올리고,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룸하우스가 손을 댄 영화는 재미있거나 완성도가 높거나 흥행과 작품성을 겸비한 영화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블룸하우스의 브랜드 파워는 이러한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다. 블룸하우스라는 브랜드가 공포물을 넘어 다양한 장르 위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 본문의 박스오피스 총수익 및 순위는 영화 흥행 정보 사이트
〈박스 오피스 모조〉를 참조했다.
※ 제이슨 블룸의 인터뷰는 연예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와
〈버라이어티(Variety)〉를 참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