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유 자전거의 비극
아마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그리고 공유 자전거 사업이 확산하는 만큼 더 늘어나고 있을 것이다. 벨리브 사업을 시행한 첫해에 파리 경찰은 센강에서 수십여 대의 자전거를 건져냈다.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공유 자전거 사업을 하던 어느 기업은 자사의 자전거들이 티베르(Tiber)강에 너무 많이 버려지는 바람에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
미국 보스턴을 비롯한 교외 지역에 자전거 공유 기업들이 설립된 직후인 2018년, 《보스턴글로브(Boston Globe)》는 “도크리스 공유 자전거들이 계속해서 물에 빠지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2019년 2월 뉴욕에서는 ‘시티바이크(Citi Bike)’의 자전거 한 대가 어느 날 갑자기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사이드(Upper West Side)에 있는 거치보관소에 나타났는데, 언뜻 보기에도 허드슨강의 물속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바퀴살은 수초에 덮여 있었고, 몸통은 따개비와 연체동물들 때문에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인터넷 매체인 《
고다미스트(Gothamist)》는 허드슨강 보존 전문가에게 그 자전거가 물속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문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핸들에 붙어 있는 여러 마리의 굴을 보면, 이 자전거는 적어도 지난해 8월부터, 길게는 6월부터 강물 속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멜번, 홍콩, 샌디에이고, 시애틀, 스웨덴의 말뫼(Malmö̈) 등을 비롯한 수많은 도시에서도 똑같이 보고되는 현상이다. 영국에서는 런던과 맨체스터의 운하에서, 그리고 템스강, 캠(Cam)강, 에이번(Avon)강, 타인(Tyne)강에서 대여 자전거들을 건져내고 있다. 2016년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수로에 대한 관리 권한을 가진 캐널앤드리버트러스트(Canal & River Trust)는 충격적인
동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이 영상을 보면 물고기가 운하의 바닥에서 수초로 덮인 자전거 바퀴 근처를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나온다.
자전거 무단 투기나 인양에 대하여 가장 놀라운 소식은 중국에서 들려왔다. 2016년과 2017년에 당시 세계 최대의 자전거 공유 업체였던 ‘오포(Ofo)’와 ‘모바이크(Mobike)’는 중국 남부의 여러 강에서 자사의 도크리스 대여 자전거를 수천 대나 건져 올렸다. 널리 공유된
동영상 하나를 보면,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어느 인도교 위에서 한 남성이 모바이크의 자전거를 상하이 황푸강(黄浦江)에 던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SNS에 올라온 다른 동영상들에서도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공유 자전거를 파손하거나 나이 든 여성이 해머를 휘두르며 공유 자전거를 내려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공유 자전거를 통째로 훔쳐 가거나 부품만 분해해서 가져가기도 하며, 자동차 바퀴 밑에 던지고, 건축 공사장에 묻어버리고, 불을 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파손 행위 때문에 중국에서도 자성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하여 2017년에 《
뉴욕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사람들이 공유 자전거를 두고 ‘조요경(照妖镜, 요괴에게 비추면 그 정체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말하는 걸 흔히 들을 수 있다. 공유 자전거가 중국인들의 본성을 드러내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거울이 우리 시대의 보다 거대한 진실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상 속 상하이의 강물에 자전거를 던지는 남성은 홍콩에서 건너온 이주민이었는데, 그는 기자들에게 자신이 추가로 아홉 대의 모바이크 자전거를 해머로 부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모바이크가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 때문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모바이크에 들어있는 칩은 안전하지 않으며, 사용자의 위치와 같은 개인정보를 노출합니다.”
이론적으로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은 도시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더욱 생태적으로, 더욱 공평하고 공정하며 자유롭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수의 자전거 공유 사업이 공공과 민간의 협업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국적 은행의 후원을 받아서 그들의 로고를 자전거의 머드가드(흙받기)
[5]에 새겨놓는 경우가 많다. 도크리스 자전거 공유 산업은 기술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그들은 관련 규제나 인프라가 미처 마련되기도 전에 길거리와 인도에 자전거를 봇물처럼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런 공유 시스템은 대부분 앱 기반이다. 이는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장점이지만, 사실 이런 편의성과 편리함은 프라이버시를 내주고 얻는 대가다. 이런 앱들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며, 공유 자전거는 내장된 GPS 칩과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몇 초마다 한 번씩 전송한다. 자전거가 사용자의 활동을 감시하는 셈이다. 이는 자전거의 역사에서는 놀라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가 크게 유행하며 절정기를 누리던 19세기만 하더라도, 자전거는 사람들에게 그전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자유를 약속하는 새로운 문물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은 70여 개의 도크리스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들이 2016년과 2017년에만 수백만 대의 자전거를 여러 도시에 쏟아냈다.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면서 도시에는 자전거들이 말 그대로 쌓이게 되었다. 베이징, 상하이, 샤먼(廈門)을 비롯한 많은 도시의 외곽에는 수만 대의 자전거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그중 상당수는 완전히 새것이다. 이들은 지상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더미로 쌓여서 광활한 공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곳은 ‘자전거 공동묘지’라고 불린다. 그러나 상공에서 찍은
사진이나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그 광경은 오히려 꽃밭처럼 보이기도 한다. 밝은 노랑과 오렌지와 분홍색의 자전거 프레임들이 수천 제곱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대지에 화려한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런 사진들을 보고 17세기의 네덜란드에서 투기 광풍을 일으켰던 ‘튤립 파동(tulip mania)’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경기 순환의 흐름을 타며 기물 파손의 대상이 되는 이동수단에는 자전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도시에 도입된 전기 스쿠터 공유 비즈니스 또한 보행자들로부터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공유 스쿠터가 인도 위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화를 내며, 자동차 운전자들 역시 도로 위를 질주하는 공유 스쿠터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뉴스들은 전 세계에서 흘러넘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전기 스쿠터를 공중화장실에 쑤셔 넣거나, 모래밭에 묻거나, 바다에 던져버리는 일이 있었다. 독일의 쾰른에서는 다이버들이 라인(Rhine)강 바닥에 수백 대의 전기 스쿠터가 가라앉아 있는 걸 발견했는데, 스쿠터의 배터리 케이스로부터 오염 물질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스쿠터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버드(Bird)’나 ‘라임(Lime)’과 같은 전기 스쿠터 업계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보안을 더욱 개선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스쿠터의 브레이크 케이블을 절단하거나 QR 코드를 제거하는 등의 파손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러한 기물 파손 행위는 좀 더 거대한 전쟁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게릴라 공격으로 볼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도로에 대한 권리를 두고 벌어지는 전 세계적인 전쟁인데, 최근 몇 년 동안 각국의 도시들이 자전거 친화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을 비롯한 ‘마이크로모빌리티(micromobility, 소형 이동수단)’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는 등 자동차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전세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전은 아마도 배터리로 작동하는 모터를 장착한 전기 자전거의 출현일 것이다. 전 세계를 휩쓰는 이러한 전기 자전거의 인기는, 어쩌면 1890년대의 자전거 대유행 이후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는 자전거의 역사에서 새로운 혁명이 거의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중국에만 3억 대의 전기 자전거가 도로 위에 있으며, 2010년대 말에 거의 파산했던 중국의 자전거 공유 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주된 이유도 전기 자전거가 공유 자전거 함대에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시 사보타주(sabotage) 행위가 벌어졌다. 그 옛날 부랑아들이 훔친 이륜차를 타고 넨강을 달렸던 피터버러에서는, 전기 자전거들이 기물 파손 행위 때문에 수천 파운드 상당의 피해를 입으면서 결국 지난해 대여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한 번에 50대의 자전거가 파손된 사건도 있었다. 전 세계의 자전거 공유 산업을 조사한 2021년의 보고서를 보면, “자전거의 파손 및 도난 사례가 증가하면서 시장의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 무엇이든 간에, 대여 자전거들이 망가지거나 불에 타거나 강에 던져지거나 폐기장에 산처럼 쌓이는 현실은 21세기의 일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는 그 이야기의 의미와 그 대단원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앞으로 그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든 간에, 자전거 사체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