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봐선 안 될 것
아이들이 무엇을 보는지 부모들과 관계 당국은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 왔다. 1970년대에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가 방영되는 데 도움을 줬던 지지자와 교육자들로 구성된 한 단체는 미국 내 어린이 TV에서의 상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들은 아이들이 프로그램의 내용과 광고를 구분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토요일 아침에 방영되는 만화에서는 제품 선전을 할 수 없었다. 1990년에 키드비드(Kid Vid, 어린이용 텔레비전 프로그램)라고 불리는 법안
[2]은 더 나아가서 방송국들이 아이들을 위해 기준 시간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내보내야 하며 광고가 방송되는 횟수에도 시간 제한을 두도록 했다. 방송국들은 이 규정을 피해 보려고 시도했지만, 규제 당국에서는 방송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다 인터넷이 도래했다. 1995년에 《
타임(Time)》은 금발의 남자아이가 키보드 앞에 있는 으스스한 모습을 표지에 실었는데, 아이의 두 눈은 저질스런 공포로 빛나고 있으며, 그 밑에는 “사이버포르노(Cyberporn)”라는 위협적인 단어가 보인다. 《타임》은 이렇게 질문했다. “아이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면 인간의 성생활에서 가장 불결한 측면에 노출되지 않을까?” 인터넷 규제안을 제정했던 국회의원들은 성과 폭력의 위협에 너무나도 집중한 나머지, 미디어에서 교육 콘텐츠의 균형이나 걷잡을 수 없는 소비지상주의가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과 같은 우려 사항에 대해서는 무시했다. 프라이버시 관련 활동가들은 은밀한 파놉티콘(panopticon, 원형감옥)을 연상시키는 구글의 쿠키(cookie)
[3]와 같은 웹 트래킹(web tracking) 기술을 우려하여 미국 의회에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을 규제할 방안을 촉구했다.
웹사이트들은 공개적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여 마케터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정보를 내놓게 했다. 영화 〈배트맨 포에버(Batman Forever)〉의 홍보 웹사이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이 착한 네티즌이라면 고든(Gordon) 국장의 고담(Gotham)시 인구 조사를 도와주세요.” 1998년에는 ‘어린이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COPPA)’이 제정되며 활동가들이 소소한 승리를 거뒀는데, 이 법안에서는 웹사이트의 타깃광고(target ad)가 13세 미만 아이들에게서 정보를 수집하는 걸 금지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텔레비전을 관리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아닌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그 권한을 부여했고, 텔레비전 방송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광고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규정은 없었다. 올드 미디어(old media)에는 출연자에 대한 규정도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아역 배우들이 TV나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했으며, 아이들이 버는 수입에 대한 기준도 설정해 뒀다. 그러나 인터넷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분명히 온라인으로 유입되고 있었으며, 그런 아이들과 함께 거대한 키즈 엔터테인먼트 복합체(kids’ entertainment complex)도 활발히 생겨나고 있었다. 유튜브는 이러한 이주 행렬을 초기에 알아봤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기 전에, 유튜브의 부사장이자 전직 카툰네트워크(Cartoon Network)의 프로듀서였던 케빈 도너휴(Kevin Donahue)는 유튜브의 창업자들
[4]에게 어린이 버전 유튜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창업자들은 먼저 사내 변호사에게 가보라고 했고, 변호사는 이 아이디어를 파기했다. 웹사이트가 아동보호 관련 규정을 지키려면 거의 곡예에 가까운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유튜브는 직원의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회사의 법무 인력들을 저작권 문제 같은 사안에 전부 투입해야만 했다. 그래서 유튜브가 생각해낸 방법은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사용자들에게 해당 콘텐츠의 시청 연령이 13세 이상임을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유튜브의 서비스 이용 규정에 의하면 이곳은 해당 연령 이상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으며, 서류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구글 역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의 오랜 강적이었던 야후(Yahoo)는 한때 야훌리건스(Yahooligans!)라는 어린이 웹사이트를 운영한 적이 있고, 구글에서도 1년에 몇 번씩 누군가는 어린이 친화적인 버전의 구글 검색 서비스를 제안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는 “무엇이 어린이 친화적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난제를 절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유튜브는 2006년 16억 5000달러에 구글에 인수되면서 그 편대에 합류했다. 자녀를 가진 직원들 몇 명은 동요 부르기나 ABC 학습, 장난감 놀이 등 명확하게 아기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동영상들을 발견했는데, 그러한 영상의 질적인 측면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당시 그곳에 근무했던 엄마 한 명은 그런 동영상들이 “완전히 쓰레기 같은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쓰레기들을 청소하기 위한 제안은 모두 유튜브의 수석 제품관리자였던 헌터 워크(Hunter Walk)를 거쳐야만 했다. 워크는 유튜브의 젊은 문화적 특징에 포용적이었으며, 아이들의 세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경영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장난감 제조사인 마텔(Mattel)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으며, 한때는 어린이 서점에서도 일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어린이 친화적인 버전의 유튜브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에 어린이용 프리미엄 자료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상태로 어린이 버전을 만들면 형편없는 케이블 텔레비전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다. 유튜브에는 ‘향수 어린’ 고전 TV 프로그램들도 있었지만, 어린이용 콘텐츠는 없었다. 물론 직원들은 유튜브 초창기에 일찌감치 스타덤에 오른
프레드 피글혼(Fred Figglehorn)[5]같은 채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TV에 싫증을 느낀 10대들이라고 확신했고, 13세 미만의 아이들은 유튜브의 작은 글자로 된 권고문에 따라 보호자의 지도하에 시청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동영상들이 점점 쌓여 가면서, 유튜브의 일부 직원들은 뭔가 해야 한다고 느꼈다. 어떤 직원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별도의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떤 직원들은 수학 강의나 기발한 과학 해설 방송 등 유튜브에 넘쳐나는 약간 나이 많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 동영상들을 홍보하려고 했다. 워크는 학교에서 유튜브를 활용할 수 있게끔 교육자와 정치인에게 로비하면서, 양질의 자료들이 상위권에 올라갈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은 건전한 콘텐츠를 홍보하던 와중에도, 자신의 담장 안에서 태어난 기이한 괴물이 또 다른 방향으로 강하게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