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404
사업자: 홈즈컴퍼니
가격: 2022년 기준 월 100만 원대(2020년 기준 80만 원대)
1인 가구는 보통 작은 공간에 살지만 그 공간을 기술로 효과적으로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사물인터넷은 주로 4인 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나 값비싼 거주 공간에서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만큼 누구보다 기술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1인 가구일지 모른다. 코리빙 하우스라면 혼자 살면서도 기술의 수혜를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선정릉에 위치한 ‘홈즈 스튜디오(HOMES Studio)’는 단연 ‘기술 친화적인 코리빙’이라 부를 만했다. 쇼룸 투어에서 느낀 점은 독립 공간과 공유 공간 모두 ‘내 공간’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게끔 설계됐다는 것이다.
안내에 따라 처음 다다른 곳은 13층에 위치한 홈즈 리빙 라운지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것은 큰 모니터였는데, 그곳에는 각 공유 공간의 공기 상태와 건물 밖의 기상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더욱 깊숙이 들어가 보니 다양한 IoT 가전제품 및 스마트 자판기는 물론, 천장에는 공유 거실 무인 운영을 원활하게 할 센서까지 붙어 있었다. 가장 미래적인 코리빙 하우스라는 인상을 받았다. 홈즈 스튜디오의 기술은 작게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부터 크게는 내 방과 공유 거실 곳곳의 IoT 시스템까지 포괄한다. 섬세한 기술이 입주민들의 모든 일상에 함께하고 있었다. “혼삶을 풍요롭게 해줄 모든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꿈꾼다”는 매니저의 말을 들으니,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공실이 거의 없는 입주 상황이 단번에 이해됐다. 한편으로는 기술이 입주민 개개인 차원을 넘어 입주민들을 얼기설기 모으고 서로 교류하게끔 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가면 좋겠다 싶었다.
혼자 사는 것만큼 편하고 자유로운 게 없지만, 동시에 혼자 사는 것만큼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없다. 집주인과의 연락, 월세와 공과금 납부부터 시작해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과 공간을 혼자 관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신경 쓰인다. 홈즈 스튜디오는 놀랍게도 이러한 영역까지 기술로 해결하고자 했다. 이는 홈즈 스튜디오가 개발과 중개, 임대 관리, 공간 기획까지의 전 과정에 개입하는 부동산 스타트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실제 사는 사람과 그들의 생활 방식, 건물의 특성을 고려해 공간을 만들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고충을 이해해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홈즈 스튜디오 앱을 통해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모두 듣고 답한다는 점은 1인 가구 입장에서 가장 솔깃한 부분이었다. 이러한 서비스는 2022년 10월 임대 관리 자동화 서비스인 ‘홈즈 케어’라는 이름으로 더욱 확장됐다. 청구와 수납 관리를 모바일로 쉽게 진행할 수 있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혼삶을 시작할 수 있다.
감각적인 이름도 눈에 띈다. 홈즈 스튜디오는 리빙 라운지 구성을 나무 블록을 활용해 설명하는데, 리빙 라운지의 이름은 ‘우리동네 내 거실’이다. 리빙 라운지를 구성하는 ‘각자의 거실’, ‘우리의 주방’, ‘당신만의 방’ 등의 이름에서 개인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시하겠다는 포부가 읽힌다. 강남과 선정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라운지의 경치는 고급스러우면서 안락한 느낌을 준다.
홈즈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박태원의 1938년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이 생각났다. 무기력한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삶과 지금의 1인 가구의 삶은 경제 형편부터 목적 의식까지 많은 부분 오버랩되기도 한다. 억지스러운 생각이지만 구보 씨가 홈즈 스튜디오의 입주민이라면 그의 일기가 어땠을지를 상상해 봤다.
“홈즈 스튜디오 생활 4개월 차, 주말이라 입주민 전용 소카Socar를 빌려 드라이브를 가려 했는데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하니 나가기가 싫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의 홈즈 패밀리 앱 알람은 오늘 엘리베이터 공사와 월세 납부가 일주일 남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리 건강과 카드값을 생각하니 오늘 나가는 것은 사치다. 나는 계획을 변경해 13층 거실로 가서 하루종일 뒹굴며 넷플릭스를 볼 생각이다. 홈즈 앱에서 TV 방 사용을 예약하고 거실에 도착해 스마트 자판기에서 간단하게 먹을 만두를 사 데워지기를 기다리니 벌써 신이 난다.”
- 입주민 구보 씨의 일일
셀립 순라 ; 종로의 아름다움을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