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도심 녹지 구상안을 공개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착안해 도심에 총 2000킬로미터의 녹지 공간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용산 르네상스와 세운지구 개발에도 재시동을 걸었으며 최근엔 마포구 상암동에 대관람차 ‘서울링’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공간을 활용한 도시 브랜딩은 지금만의 얘기가 아니다. 박원순 전 시장은 뉴욕의 하이 라인을 레퍼런스 삼아 서울로 공사를 추진했고 이명박 전 시장은 청계천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인상을 만들고 일상을 바꾸는 디자인들이 많았으나, 때때로 지속하기 어려운 혹은 시민의 삶과 유리된 프로젝트들도 등장했다. 그 과정에서 도시와 시민 간의 거리는 벌어졌고, 공공 공간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쉽게 식었다.
이에 저자는 디자인의 역할에 질문을 던진다. 머물고 싶은 도시는 무엇이 다른가. 공공디자인의 가치는 기존에 제시된 랜드마크들의 상징성과는 사뭇 다르다. 심미적인 것, 탁월한 것 이전에 목적 의식을 찾는다. 사용자 입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최선의 과정과 결과물을 고민하는 것. 모든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공공디자인의 힘은 다음 일곱 가지 솔루션으로 드러난다. 제도 침술을 통해 기존 디자인을 수정·보완하고 ESG 침술을 통해 기업의 브랜드 액티비즘을 독려한다. 또 시민 침술과 배려 침술로 기능하며 당사자와 함께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한다. 방지 침술로 도시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재생 침술로 오래된 공간에 숨을 불어넣으며, 정서 침술로 시민이 도시를 사랑하도록 만든다. 아픈 곳에 뾰족하지만 세밀한 침을 맞고 낫는 것처럼, 도시는 공공디자인의 구체적인 침술들을 통해 더 나은 형태로 빚어진다.
나만을 위한 디자인, 혹은 확고한 취향을 찾아다니는 세대가 ‘공공’이란 단어가 들어간 정책이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모든 게 스크롤과 클릭으로 성사되는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의 잠재력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며 수많은 활동과 만남은 공유의 공간을 전제로 발생한다. 공공 공간의 디자인은 그 사회의 가치와 철학을 담고, 이는 우리 삶과 사고의 패턴으로 연결된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은 단순히 거대한 건축물, 화려한 조형물을 가시적인 형태로 구현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모든 실천을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비가시적인 서비스나 프로젝트 등이 해당한다. 이때 도시에 필요한 것은 행정가의 엄밀함도 건축가의 미감도 아닌, 시민의 구체적이고 애정 어린 관심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시민 자신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아트를 넘어 솔루션이 되는 시대에서, 멀어진 도시와의 간극을 좁히는 열쇠는 전문가가 아닌 우리에게 있다.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내가 생각하는 좋은 도시의 조건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순간, 새로운 디자인의 시대가 열린다.
이다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