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택시 서비스의 품질은 플랫폼사들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과제는 택시 요금의 현실적 인상이다. 서비스 공급자의 안정적인 수입 확보는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다행히 서울의 경우 기본 요금 인상 및 다양한 인센티브제 도입을 통해 택시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분명히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적으로 공급 다양화를 통해 서비스 차별화 및 효율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인공지능으로 교통 정체 상황을 분석해 도착 시간 적중률을 높이고, 탑승자의 정확한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른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이동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디바이스를 차별화하다
앞으로 택시 시장은 고급 택시를 확대하고, 앱 미터기와 같은 IT 기술을 활발히 적용하며, 데이터를 활용해 이동의 효율을 높이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우선 GPS 택시 앱 미터기가 본격 도입될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지도를 기반으로 자동 할증이 적용되는 앱 미터기 기술도 주목된다. 기존 기계식 미터기에선 운행 완료 후 택시 요금을 잘못 입력해 잘못 결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또 유료 도로를 이용하거나 시계 외 할증 이동으로 추가 요금이 발생할 경우, 운전사가 수기로 할증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카카오 T 블루는 운행 완료 이후 앱 미터기를 통한 자동 요금 입력 및 결제 방식을 도입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했다. 기사가 수기로 입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운행 안정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승객과의 요금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최근 카카오 벤티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고급·대형 택시 시장이다. 넓고 안락한 내부 공간을 제공하고 강제 배차를 통해 호출 대기 시간을 줄임으로써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욱이 요금이 고정된 중형 택시와는 달리 가격 탄력성이라는 장점에 주목해 더 많은 사업자들이 고급·대형 택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주요 사업자로는 카카오모빌리티, 진모빌리티, 타다가 꼽힌다. 각 회사는 현재 운행 중인 고급·대형 택시를 비롯해 1500대 내외의 차량을 확보해 서울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 인천권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각 회사는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의 경우 택시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개인택시 기사와의 제휴를 통해 차량을 확대하는 플랫폼 회사의 특성을 보인다. 반면 아이엠을 운영하는 진모빌리티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법인 택시 기사를 기반으로 운전사를 직접 고용하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각 회사의 태생에 따른 차이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는 자산을 소유하지 않는 에셋라이트(asset light) 사업 모델을 표방하는 반면, 진모빌리티는 법인 택시 면허와 차량을 보유하고 직접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차량 확대에서도 기존 택시사로부터 면허 및 차량을 매입한 뒤, 별도 기사 고용으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는 연결성에 주목해 개인택시 사업자의 면허 전환과 차량 확보를 통한 가맹 사업으로 확장한다. 반면 진모빌리티는 서비스의 직접 사업자로서 사업을 운영한다. 지난 2022년 초 800억 원 투자 유치 후 삼광교통과 경안운수, 대한상운을 잇따라 인수하며 총 1200개의 택시 면허를 보유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 택시 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두 가지만 꼽자면 다양한 이동 디바이스와 데이터다. 데이터에 기반해 승객의 탑승 시각 및 위치를 예측한다면, 승객 실차율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기사에게 제공 중인 ‘프로멤버십’은 데이터를 활용해 실차율을 개선한다. 기사 입장에선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수요 지도를 보며 호출 수가 많은 지역이 어딘지 알고 효율적인 동선으로 일할 수 있다. 승객 입장에선 다양한 공간 유형을 가진 택시를 타는 것은 물론 최적 경로를 통해 시간을 단축하고, 사전 예약으로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
차량 차별화 또한 택시 시장의 무기다. 디바이스상 편안한 공간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전망이다. 또한 앱을 통해 승객의 데이터를 미리 파악해 승객 맞춤형 광고를 택시 내부에 도입하고, 이동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나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며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앱 내 자동 결제 기술을 연계함으로써 영유아 카시트 택시, 수면 택시와 같이 맞춤형 서비스가 연동되고 심리스한 결제가 가능해진다.
최근 규제가 완화되고, 요금이 인상되며 택시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더불어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위축과 택시 호출 플랫폼의 독점 이슈는 주요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시장 독점이라는 이슈로 인해 2021년 및 2022년 국정 감사 기간 동안 많은 견제와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브랜드 카카오 T 블루는 2022년 8월 기준 3만 3108대의 차량을 보유하며, 8만 4803대가 운용 중인 전체 법인 택시 시장의 약 39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또 택시 호출앱 시장에서도 2021년 말 기준 카카오 T의 점유율은 95퍼센트로 압도적이다.[11] 독점 이슈는 앞으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확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카카오 T 블루 가입 수는 과거와 같은 상승폭은 지속하기 어려워 보이며 이에 따른 심야 이동, 공항 이동 수요와 같이 가격 민감도가 낮고 고급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타다의 경우 2020년 4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하고 2021년 토스로 인수됐다. 이후 모빌리티와 금융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프리미엄 서비스인 ‘타다 넥스트’를 선보였으나, 2022년 7월 기준 운영 차량 수 350여 대에 그치며 인수 후에도 실질적인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유의미한 서비스를 적용하거나 비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차량 규모 확대와 같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2023년 2월 초 타다와 진모빌리티의 합병 검토 소식이 나온 것 또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생각된다. 실제 합병까지 이뤄질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에셋라이트(asset light) 회사와 에셋헤비(asset heavy) 회사의 결합에선 서로 다른 사업 방향성을 고려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2019년 이후 킥보드는 서울 도심 어디든 쉽게 볼 수 있는 이동 수단이 됐다. 기기 수가 늘고 고속 운행자가 많아짐에 따라 킥보드가 보행자나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 건수는 2019년 878건에서 2021년 2177건으로 2.5배 증가했다. 그로 인해 킥보드에 대한 인식은 ‘편리한 이동 수단’에서 ‘위험한 이동 수단’으로 변했다.[12] 더욱이 이곳저곳에 무질서하게 주차된 킥보드는 도시 미관을 해치며 킥보드 전반의 이미지를 악화했다. 결국 도로교통법에 따라 킥보드 규제는 2020년 12월에 이어 2021년 5월에 한차례 더 강화됐다.
킥보드로 대표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영역은 다른 모빌리티 분야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다. 따라서 해당 시장을 평가하는 목소리도 엇갈린다. 우선 마이크로 모빌리티에서 말하는 ‘마이크로’의 기준은 무엇인가? 마이크로의 개념은 크게 이동 구간, 거리, 협회별 기준에 따라 정의된다. 먼저 이동 구간에 따라 규정할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이동하는 퍼스트 마일(first mile), 혹은 대중교통 하차 후 최종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 등의 구간을 마이크로 구간이라 칭한다. 거리에 따라서도 마이크로를 정의한다. 이동 거리가 0.5~4킬로미터로 짧은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기엔 짧고, 도보로 이동하기엔 체력적·심리적 부담이 느껴지는 이동 거리’다. 마지막은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 International)의 기준에 따른 정의다. 차량 중량 227킬로그램, 차량 폭 1.5미터를넘지 않으며 최고 시속이 48킬로미터 이하이고 전기 모터나 내연 엔진 전원을 탑재한다는 네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의 경우 마이크로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분류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퍼스널 모빌리티(PM·Personal Mobility)로도 불린다. 말 그대로 1인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교통수단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대부분의 PM은 1~2인승 소형 개인 이동 수단인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이지만 전동 휠이나 세그웨이(segway)와 같은 디바이스도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