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양비는 어느 수준일지, 통계청 데이터
[1]를 통해 OECD 국가의 부양비를 분석했습니다. OECD 국가의 평균 부양비를 그리면 위의 그래프가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부양비 그래프와 모양이 많이 다르죠?
비슷한 부분이라면 역시 OECD 부양비도 과거에는 노년 부양비보다 유소년 부양비가 높았지만, 어느 시점(2020년)에 다다르면 역전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해 노년 부양비의 비율이 적게 늘어나는 게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OECD 평균 노년 부양비의 최대치는 53.5명, 우리나라의 거의 절반 수준이죠.
개혁이 필요한 국민연금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상황은 어떨까요? 2022년 기준, 우리는 소득의 9퍼센트를 국민연금에 내고,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소득의 43퍼센트를 연금으로 받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에는 무려 924조 원의 기금이 쌓여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 자체가 내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구조다 보니 국민연금 곳간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죠.
부양비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앞으로 연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연금에 돈을 넣을 사람은 줄어드는 상황이 올 겁니다. 연금 재정이 고갈되는 속도는 빨라질 겁니다. 2017~2021년, 5년간 국민연금 가입자는 0.7퍼센트 증가했지만,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6.4퍼센트 증가했거든요. 속도가 다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차이는 더 벌어지겠죠.
이런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연금의 재정 상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법으로 정해 두고 5년마다 연금 재정을 계산해서 발표하는데요, 처음으로 연금 재정을계산한 2003년에 이렇게 예측했습니다. 2036년에 국민연금이 적자로 돌아서고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요. 나머지 계산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2003년 1차 계산: 2036년 적자, 2047년 고갈
2008년 2차 계산: 2044년 적자, 2060년 고갈
2013년 3차 계산: 2044년 적자, 2060년 고갈
2018년 4차 계산: 2042년 적자, 2057년 고갈
2차 계산에선 1차보다 적자와 고갈 시점이 미뤄졌고, 4차 계산에선 3차보다 그 시점이 앞당겨진 걸 알 수 있습니다. 2003년에 처음으로 연금 곳간 상황을 계산해 보니, 생각보다 좋지 않았던 겁니다. 정부 입장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 당시 노무현 정부는 연금 곳간을 더 채우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을 했습니다. 핵심은 소득대체율을 인하하는 것, 즉 연금을 덜 받는 방향으로 정책을 손을 본 겁니다.
2차, 3차, 4차 계산 결과가 나올 당시, 정부는 연금 개혁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 반발이 심할 게 뻔히 보이니 쉽게 손대지 못한 거죠. 그래서 2차와 3차 사이에는 정책 변화가 없었고, 계산 결과가 동일하게 나온 겁니다. 4차 역시 정책 변화는 없었지만 출산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기대 수명이 늘어난 영향으로 시점이 앞당겨졌습니다.
정말 90년생부터는 한 푼도 못 받나
국민연금 고갈의 영향은 1990년생부터 받게 되는 걸까요? 우선 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단 한 푼도 못 받는다는 말이 왜 나오게 됐는지 살펴봅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나 연구소도 국민연금이 언제 고갈될지 예측하는 논문이나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가 국민연금 재정을 전망한 결과
[2], 적자 시점은 2039년, 고갈 시점은 2055년이었습니다. 2018년 정부의 계산 결과보다 2~3년 더 단축된 시점입니다.
2022년 초 한국경제연구원은 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보도 자료
[3]를 하나 냅니다. 고갈 시점으로 예측된 2055년부터 연금 수령 조건을 충족하는 1990년생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기사들이 쏟아진 겁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사실일까요?
그렇진 않아 보입니다. 국민연금 곳간이 고갈되더라도 연금은 여전히 지급할 수 있거든요. 쌓아 둔 돈에서 연금을 주는 적립식이 아니라 그해에 거둔 금액을 바로 연금으로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바꾸면 해결되죠. 다만 그러기 위해선 연금이 고갈된 이후의 미래 세대가 국민연금에 더 많은 돈을 내야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도 자료도 2055년 이후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확 올려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그렇다면 보험료율은 얼마나 올려야 할까요? 아래 그래프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