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은 해묵은 과제다. 비대한 검찰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았지만 번번이 공리공담에 그쳤다. 정치권이 내세운 검찰권 남용이라는 혐의의 공소 시효는 선거 당일 완성되었다. 일시적 군집의 요구에 검찰은 꿈쩍할 필요조차 없었다.
서초동 대검찰청 입구에는 ‘진실의 눈’이 있다. 언론과 대중은 매끄러운 곡면의 철제 조형물을 지나 조사실로 향하는 거물급 피의자를 주목한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수의 검사들이 날마다 그 앞을 거쳐 사무실로 향한다. 나는 검사들이 ‘이 눈은 내 눈’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염려한다. 그 눈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감독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여기는 검사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저자인 임수빈 변호사는 검사 우병우와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그도 한때는 ‘칼 좀 쓰는’ 검사였다. 그러나 무고한 이에게 칼을 휘두르라는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검찰을 떠났다. 그는 “지금 검찰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공권력 행사는 범죄 조직의 폭력과 다름없다. 다만 행위의 주체와 처벌의 주체가 같아 심판받지 않을 뿐이다.
임 변호사는 검사의 역할이 옳지 아니함을 올바름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칼은 올바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검사는 무관이 아닌 문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검사는 문관이다》는 검찰과 시민 모두에게 전하는 저자의 경험이자 반성이고,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다. ‘검사님’은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을 찾아올지 모른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표적이 될 수도 있고, 과거의 사소한 실수가 ‘타건’이 되어 손발을 옭아맬 수도 있다. 그때 당신은 어떻게 항변할 것인가. 저자는 이제라도 시민이 검찰의 불법적인 수사 행태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알아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의 행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 검찰 수사의 절차와 방법이 적법해야 검찰권에 정당성이 부여되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지금 검찰은 이런 변화의 요구를 외부 세력의 공격으로 오인하고 있다. 아무리 높은 권력도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종국에는 무너진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검찰도 이제 변해야 한다. 없어지라는 것이 아니다. 공익의 대표자이자 인권 옹호 기관으로 거듭나 달라는 말이다. 시대와 시민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서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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