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산악인이 데날리 국립 공원의 루스(Ruth) 빙하에서 빙하천 위를 건너고 있다. ©Aaron Huey
우투키아비크에 있는 동안, 나는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교(University of Alaska Fairbanks)의 지구 물리학자이자 영구 동토층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로마노프스키(Vladimir Romanovsky)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연구실은 매년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온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주로 알래스카와 캐나다, 러시아의 데이터들이다.
로마노프스키 박사는 말한다. “해빙점에 가까워지면 영구 동토층은 불안정해집니다. 영구 동토층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이겁니다. 어떤 온도까지 얼마나 안정적일 것인가?”
그의 연구실이 확보한 데이터의 규모는 독보적이어서 폭넓은 지역에 대한 거의 40년 동안의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그는 온도가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 주는 영구 동토층 온도 모델을 만들었다.
알래스카의 노스슬로프(North Slope)에서 일어났던 영구 동토층의 변화는 세계의 온도가 극적으로 상승한 데 따른 것이었다. 로마노프스키 박사는 이곳에서만 35년째 온도를 측정하고 있는데, 지표면 20미터 아래의 온도가 처음 측정했을 때보다 3도 올랐다고 한다. 지표면 아래 1미터 지점에 있는 영구 동토층 경계면의 평균 온도는 1980년대 중반보다 무려 5도나 상승했다. 이제 조금만 상승해도 영구 동토층의 온도는 0도에 이르게 된다. 그 선을 넘는다는 것은, 이제 영구 동토층이 해빙되기 시작한다는 걸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노스슬로프 지역의 영구 동토층은 안정적이며, 이번 세기 안에 해빙이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어 왔다. 로마노프스키 박사는 말한다. “하지만 기록을 보세요. 지금까지의 추세가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30년 후를 추정해 보면, 늦어도 2050년이나 2060년이면 노스슬로프 영구 동토층의 온도가 0도를 돌파하게 됩니다. 아무도 이걸 예상하지 않았어요. 이런 일이 이렇게 빨리 벌어지게 된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라겠죠.”
셰퍼 박사 또한 영구 동토층의 해빙이 북극권의 사회 시설과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영구 동토층의 해빙은 북극권의 환경과 삶의 방식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어요.” 그에게 알래스카 북부 해안 마을 전체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주민을 이주시켜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영구 동토층이 녹게 되면, 해빙으로 인해 주요 시설들이 파괴될 것입니다. 보수를 하거나 옮겨 가야겠죠. 마을 전체에 피해가 올 수도 있습니다. 바다 바로 옆에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이 녹기 시작한다면 이주를 해야 하겠죠. 이건 알래스카 내륙의 강 주변을 따라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북극권 전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극권의 도로와 철도, 기름과 가스 수송 시설, 공항, 항구, 이 모든 것들은 영구 동토층이 계속 얼어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건설되었다. “영구 동토층은 얼어 있을 때는 단단한 것이었지만, 해빙이 되면 진흙으로 바뀔 겁니다. 그러니 이런 사회 시설들에 많은 피해가 발생할 거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죠.” 셰퍼 박사의 말이다.
메릴랜드 주립 대학교 볼티모어 카운티 물리학과의 선임 연구원이자 지구 시스템 테크놀로지 합동 센터(Joint Center for Earth Systems Technology)에서 일하고 있는 레오니드 유르가노프(Leonid Yurganov) 박사는 북극권 메탄량 원격 측정의 전문가다. 그의 연구팀은 북극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메탄의 양이 장기간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포착했다. 그리고 메탄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오게 된다면 지표면 근처의 기온에 영향을 주고 북극권의 온난화를 가속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구의 대기는 북극과 적도 사이의 온도 차로 인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입니다. 차이가 줄어들게 되면, 서에서 동으로의 공기 이동이 느려지고, 북에서 남으로의 기류가 강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중위도에서는 날씨가 요동을 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기후가 변하게 될 것이다.
서구의 식민주의 문화에서는 ‘권리’를 믿는 반면, 많은 원주민 문화에서는 우리가 태어나서 해야 할 ‘의무’에 대해 가르친다.
우투키아비크를 떠나고 이틀이 지나, 나는 앵커리지에서 시애틀에 있는 집으로 날아왔다. 착륙하기 45분 전 우리가 탄 비행기는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 위의 1만 미터 상공을 날고 있었는데, 발아래의 146군데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비행기는 회갈색 연기구름 속을 통과해야 했다. 그 시각 산불은 2428제곱킬로미터의 면적을 불태웠고, 7000명의 주민들이 대피해야 했다. 시애틀에 착륙할 때에도 도시가 연기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갈색 연기를 뚫고 하강해야 했다.
며칠 후 미국 13개의 연방 기관에 소속된 과학자들이 작성한 보고서 초안이 유출되었는데, 최악의 경우 북극권에서 2071년부터 2100년 사이에 7.78도가 상승하는 온난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북극에서 10년마다 북극해를 뒤덮고 있는 얼음 면적의 3.5퍼센트가 사라지고 있고, 9월의 북극해 얼음 면적은 10년마다 10퍼센트 이상 줄어들었으며, 지표면의 얼음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북극권의 따뜻해진 기온의 영향으로 인해 혹독한 겨울 폭풍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음울한 소식은 끝이 없었다. 알래스카의 노스슬로프에서는 1년 중 눈이 내리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2016년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의 115년 중에서 눈이 덮이지 않는 기간이 가장 길었던 해로 기록되었는데, 이는 지난 40년 동안의 평균보다 45퍼센트 긴 수치였다. 우투키아비크의 10월 기온은 1979년에서 2012년 사이에 7.2도라는 경이적인 수준으로 상승했다.
우리는 대량 멸종의 시대를 이미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열은 그대로 대양으로 흘러 들어가며, 우리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는 매년 400억 톤씩 대기 중으로 분출된다. 지금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맞서야만 하는가?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왔다. 우리 모두는 이제 우리가 초래한 결과에 대해 진실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브라질에 있는 친구인 카리나 미오토(Karina Miotto)와 같은 사람들에게서 용기를 얻는다. 그녀는 생애 전부를 아마존을 지키는 데 헌신해 왔다. 그녀가 사랑하는 밀림에서 삼림 벌채가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그녀는 슬픔에 잠긴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자신과 공동체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의 일부에 대한 애정을 더욱더 키워 나가며,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나는 카리나와 같은 사람들이 수백만 명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지구라는 행성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런 위안을 느낀다.
나는 산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지구와의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나는 20대 초반에 콜로라도로 이주해서 산에 둘러싸여 살았다. 그곳에서 산과의 관계가 깊어졌고, 그들의 목소리가 정말로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밖으로 나가서 산봉우리들 사이에서 몇 시간 동안이고 산을 바라보면서 그냥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일기장에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다. 오늘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깊이 새겨듣는 방법을 배우고, 역시나 그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널리 공유하는 것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다.
서구의 식민주의 문화에서는 ‘권리’를 믿는 반면, 많은 원주민 문화에서는 우리가 태어나서 해야 할 ‘의무’에 대해 가르친다. 우리의 앞에 왔던 사람들, 우리의 뒤를 이을 사람들, 그리고 지구 그 자체에 대한 의무다. 그렇다면 나의 의무는 어떤 것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았는데,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보다 궁극적인 질문이 생겨났다. 이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일생 동안 어떻게 헌신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