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들어 극심했던 가뭄은 2005년, 2010년, 2015년 세 차례 발생했다. 2015년의 가뭄은 엘니뇨 현상과 함께 나타났다. 엘니뇨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일어난 대기와 바닷물 사이의 에너지 교환이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회귀선과 그 너머의 이상 기후 패턴을 유발한다(표2 참조). 태평양 동남부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엘니뇨 현상과 아마존 가뭄의 연관성은 인간의 개입이 있기 전부터 존재해 왔다. 하지만 전 지구적 수준에서 증가하고 있는 인간의 개입은 엘니뇨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증폭시켜 온 것으로 보인다. 지역 단위에서는 가뭄이 유발하는 피해를 악화시키고 있다.
2015년의 엘니뇨 가뭄은 특히나 심각했다. 베아트리즈 마리몽과 벤 우르 마리몽이 연구해 온 노바 샤반티나의 지역에서는 전체 나무의 3분의 1 이상이 죽었다. 아마존 북쪽 깊은 곳에 위치한 도시 산타렝(Santarém) 주변 지역에서는 숲 일대에 건물 높이의 커다란 불길이 번졌고, 수목 윗부분을 두터운 검은 연기가 수 킬로미터에 걸쳐 뒤덮으면서 태양 빛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불길은 몇 달이 지나서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숲의 바닥에는 아직도 잔불이 남아 있었다. 수백 년 된 나무들은 말라서 죽어 버렸다.
거의 4년이 지났지만, 이곳의 숲은 여전히 회복 중이다. 전체 면적의 11퍼센트에 해당하는 580제곱킬로미터가 불에 타버린 타파호스(Tapajós) 국립 삼림 보호 지역의 한쪽에서는 거대한 조상 나무들의 잿더미를 뚫고 어린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열대 우림의 지붕을 형성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017년에 발생한 또 한 차례의 산불은 또 다른 보호 지역의 약 4분의 1을 태웠다. 이 지역은 강변을 따라서 늘어선 75개의 마을 주민들이 물고기를 잡고 사냥을 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다.
아마존에서 산불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산불은 악순환을 낳는다. 나무들이 죽어 밀림의 지붕에 구멍이 뚫리고, 숲의 바닥으로 더 많은 빛과 바람이 들어오면 지표면은 더 뜨겁고 건조해진다. 그리고 화재에 취약해진다. 올해는 약한 엘니뇨가 예상되고 있다. 산타렝 지역의 기온은 더 높아지고, 강우량은 더 줄어든다는 의미다. 불길은 또 다시 격렬하게 타오를 수 있다. 브라질 농업 연구 조합(Brazilian Agricultural Research Corporation)의 생물학자인 조이스 페레이라(Joice Ferreira)에 따르면, 이전의 산불로 타고 남은 잔해들은 새로 발생하는 산불의 연료가 될 것이다. “결국, 살아남는 나무들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의 말이다.
지난 50년 동안 우림의 17퍼센트가 사라졌다. 2007년에 제시된 임계점 40퍼센트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립 우주 연구소의 카를로스 노브레와 조지메이슨대학교의 토머스 러브조이(Thomas Lovejoy)는 삼림 파괴는 물론 기후 변화와 산불까지 고려해 계산한 결과를 바탕으로 임계점을 20~25퍼센트로 수정했다. 새로운 임계점은 현재의 삼림 파괴 수준에 매우 근접해 있다. 노브레는 최근의 가뭄과 홍수가 비가역적 변화로 들어가는 “첫 번째 신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연구 기관들의 연합체인 브라질 기후 관측 기구(Brazilian Climate Observatory)의 카를로스 히틀(Carlos Rittl)은 보우소나루 재임 기간에 삼림 파괴 비율이 20퍼센트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러브조이와 노브레의 계산이 맞다면,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 임계점을 한 번 넘어서면 아마존 숲의 나머지 대부분은 불과 수십 년 안에 줄줄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황폐한 야생의 그늘[4]
아마존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통로로 기능하면서 세계에 베풀고 있는 혜택은 현재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사이먼 루이스(Simon Lewis)와 동료들은 아마존 유역의 321개 지점을 관측, 분석했다. 그들은 아마존 1차 우림의 평균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990년대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 냈다. 나무들의 폐사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201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루이스는 2005년과 2010년의 가뭄 당시 죽은 나무들과 산불로 인해 대기로 방출된 탄소의 양은 아마존 우림이 거의 10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모든 이들의 전망이 우울한 것은 아니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의 키르스텐 토니크(Kirsten Thonicke)는 아마존처럼 종 다양성을 가진 숲에서는 가뭄에 취약한 종들이 사라지더라도 가뭄에 내성을 가진 종들이 그 틈을 메울 수 있기 때문에 거대 생물 집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분석한다. 2차 삼림(secondary forest)들은 1차 삼림들에 비하면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막대한 양의 탄소를 흡수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2차 삼림은 매년 1차 삼림의 1.2퍼센트에 해당하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20년이 지나면 2차 삼림이 1차 삼림 탄소 흡수량의 약 25퍼센트를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벌채와 목축으로 인한 생물군 손실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어떤 나무들을 잘라 내고 어떤 나무들로 재조림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검토해 보는 것이다. 파리 협정에서 브라질은 2030년까지 불법 삼림 파괴를 근절하는 한편 12만 제곱킬로미터 면적을 재조림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의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지난 6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농업인들이 불법으로 개간한 대지에 대한 경작 허용 기한을 2019년에서 무기한으로 연장하는 훈령을 발표했다. 이것은 재조림의 기회를 없애는 일일 뿐 아니라, 앞으로 더한 일이 벌어져도 브라질 정부가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의 아들이 제출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150만 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삼림이 합법적으로 파괴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거의 650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것이다. 이는 지난 27년 동안 브라질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총합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7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삼림 파괴와 관련한 데이터들을 “거짓”이라고 말하면서 자료들이 공개되기 전에 직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미우통 모랑(Hamilton Mourão) 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아마존에 매장된 귀중한 광물 자원들에 대한 “탐욕”을 감추기 위해 우려를 내세운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살레스 장관은 브라질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한다. 자기네 숲은 다 베어 없애 버린 선진국들이 보상금을 지불한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서 브라질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살레스는 이렇게 주장한다.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으면서 브라질에게 세계의 허파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잎이 남아 있지 않은 나무[5]
탄소를 대량으로 방출하는 국가들이 그것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브라질에게 보상금을 주어야 한다는 살레스 장관의 말은 맞다. 그 대가로 브라질은 우림을 파괴하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 지난 6월에 유럽 연합(EU)과 메르코수르(Mercosur) 회원국들(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사이에 체결된 무역 협정이 G20 정상 회의에서 발표되었는데, 여기에는 파리 기후 협정의 이행에 대한 약속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비준은 되지 않고 있다. 이 협정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기간 시설 구축 계획과 자극적인 언사를 억제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이러한 기후 정책이 브라질의 국제적 평판에 악영향을 주면 브라질 시민들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환경적인 입장에 저항할 수도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두려움 자체가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숲이 강우 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53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대두 밭과 목축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업 기업에서 지속 가능성 부문 이사를 맡고 있는 아르테미치아 모이타(Artemizia Moita)의 말이다. 그녀는 묻는다. “계속해서 삼림을 파괴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생산을 지속할 수 있겠습니까?” 다른 농업인들과는 달리, 그녀는 기후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꾼다 해도 너무 늦은 일일 수 있다. 마그달레나(Magdalena)는 아마존 우림 보존 지구의 강가에서 평생을 거주한 노령의 여성이다. 그녀는 사슴과 아르마딜로를 사냥해 생계를 유지해 왔다. 이제는 소고기를 구입하기 위해 마을에서 13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한다. “사냥감이 모두 사라졌어요.” 그녀의 뒤늦은 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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