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주한다고 해도,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단지 사유 재산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0월 키엘대학의 레나 라이만(Lena Reimann)은 지중해 연안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유적지 49곳 중 37곳에서 적어도 한 세기에 한 번 이상 홍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곱 곳을 제외한 모든 유적지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지반 침식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지역만 문제가 아니다. 홍수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착시킨 피지의 첫 번째 지역 공동체 책임자는 묘지를 바다에 버려 두고 왔다는 사실을 한탄한다.
우리는 카누트[4]가 아니다
기후 시스템의 관성은 급격한 탄소 배출량 감소로도, 지구 공학적 수단을 활용한 태양광의 조절로도 해수면 상승의 경향을 멈출 수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필요한 것은 적응이다. 그러나 비용을 지불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구 과학자들이 예상하는 가파른 상승 폭은 대부분의 산업계에서 준비하고 있는 예상치를 훨씬 넘어선다. 심지어 공익 사업들조차 한 세기 단위의 장기 전망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 정부는 국내와 해외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있을 때마다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를 찾아내곤 한다. 전 세계의 연간 기후 변화 원조액 700억 달러(84조 7980억 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 해수면 상승을 비롯한 기후 변화의 영향에 놓인 가난한 나라를 돕는 데에 쓰인다.
대응이 부족한 것은 극적인 상황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올해 혹은 지난 10년간 발생한 최악의 홍수는 다른 지역의 문제다. 바다는 어떤 성서적 보복이나 할리우드 영화의 쓰나미처럼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의 모든 해안을 파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바다는 파도처럼 천천히 떠오를 것이다. 멈출 수 없는 이 잠식은 매 순간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도와는 달리, 방향을 돌릴 수는 없다. 일단 떠오르면, 바다는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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