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년 동안 탄핵 절차는 미국 건국 당시의 설계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워터게이트 조사는 그 이후 탄핵에 더욱 힘을 실어 주는 근거가 됐다. 사법부는 대통령 휘하에서 일하는 행정부 관료가 임기 중인 대통령을 기소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기소당하지 않는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대안이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은 건국의 아버지를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자명하다.
탄핵이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전 FBI 국장 로버트 뮬러(Robert Mueller)가 이끈 트럼프 선거 캠페인 특검의 핵심 변수가 됐다. 그의 보고서는 러시아가 실제 선거 캠프를 도왔다는 초기 수사 결과를 인정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원했던 대로, 러시아 해커들이 불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을 심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연계가 해킹 활동 공모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또 트럼프가 조사를 피하려 하면서, 결국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는 워터게이트 사건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해 사례를 충분히 제시하면서 “의회는 대통령의 부정부패한 권력 행사에 대해 방해 법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사법부는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트럼프의 백악관 스캔들 사이에 벌어진 두 건의 또 다른 스캔들은 특수한 상황에서의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란-콘트라(Contra) 스캔들
[3] 당시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의 백악관은 미국과 외교 관계가 없는 정권에 불법으로 무기를 팔고 그 이익으로 콘트라 반군에 은밀히 자금을 지원했다. 이어진 재판에서 이 일에 개입된 일부 관료들은 레이건 대통령이 모든 세부 사항까지 알지는 못했더라도 계획의 전반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완전히 부인했다. 그리고 이 계획은 민주당을 누르기 위한 정당 정치가 아니라 냉전을 이어가기 위한 지정학적 목적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의 탄핵은 여러 면에서 워터게이트 스캔들과 다르다. 대통령 본인이 위증을 했다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정치적 술수로 행한 일은 아니며, 창피하고 부적절한, 합의된 성관계에 대한 변명이었다. 이것이 공화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이 벌어지는 동안 포르노 스타들에게 지불한 보상금 문제보다 더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준 돈 역시 선거 캠프 재정법을 위반하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가 탄핵의 수위를 높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였다면 그들은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압력은 탄핵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목표는 정치적 경쟁자를 무력화하는 것이었다. 그 목표가 달성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우크라이나는 수사하지 않을 것이고, 두 대통령이 수사 발표를 논의하고 있던 사이 중단됐던 군사 지원금은 결국 거의 다 지급됐다. 지원금이 보류된 동기와 관련한 직접적인 증언이 없는 상황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달성된 후에 군사 지원금이 지급됐는지를 확인해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이 쉬운 방법이다. 의화와 대중이 내막을 파헤치는 것보다는 쉽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정보 절도 사건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범죄인 것처럼,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면 그 목적을 끝내 이루지 못했더라도 권력 남용에 해당한다. 하원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미국의 외교 정책을 왜곡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그리고 트럼프는 왜곡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조사하려는 의회를 방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이 모든 조사는 헌법이 허락한 권한인데도 말이다.
탄핵에는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의 심각한 부정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유권자의 대응을 기다리는 것은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역할을 저버리고, 다음 선거의 도덕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정부 권력을 이용해 정치적 경쟁자를 무너뜨리거나 의회의 감독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미래 대통령들은 이번 탄핵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처벌을 모면할 수 있는지 배우게 될 것이다.
미래의 대통령들이 C. 밴 우드워드처럼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하든 우호적인 상원은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원했던 공화국에 못 미치는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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