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좌석 배치/ 2020 미국 상원 선거 지역구와 현역 의원/ 탄핵 지지율 추정치, 단위: %포인트/ 탄핵 지지 성향의 주/ 탄핵 반대 성향의 주/ 파란색: 클린턴 지지 성향, 빨간색: 트럼프 지지 성향/ 출처: 미국 인구 조사국, 유고브,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가 유고브의 데이터를 주별로 분석한 결과, 50개 주 가운데 29개 주에서 탄핵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0년 선거에서 경쟁이 벌어지는 상원 35석 가운데 23석은 현재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 20곳의 상원의원들이 재선에 도전할 계획이다.(표 참조) 이들은 만일 대중의 여론이 급격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 경선 도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재선의 기회를 앗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반면 탄핵을 지지하는 주에서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단 두 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들의 선거구인 주는 탄핵에 대한 지지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 찬성과 반대 의견의 격차는 오차 범위를 넘지 않는다. 2022년 또는 2024년까지는 예정된 선거가 없고, 대통령에 대해서 확고부동한 충성심이 있는 것도 아닌 상원의원들은 급박함이라는 요소만 뺀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가지 않은 길
이처럼 극명하게 갈린 선거인단의 숫자는 이번 탄핵 국면의 독특한 지점이다. 지금처럼 뚜렷한 당파성은 역사적으로도 흔치 않았다. 그러나 하원이 탄핵하기로 한 대통령에 대해 상원이 무죄를 선고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는 상황은 드문 것이 아니다. 19세기에도 하원은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을 고려했다가 철회했다. 상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1868년 앤드루 존슨(Andrew Johnson)의 탄핵이었다. 그러나 무죄 선고가 곧바로 뒤따라왔다. 20세기에는 단 한 번 탄핵이 있었다. 모니카 르윈스키(Monica Lewinsky)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빌 클린턴(Bill Clinton)의 위증죄와 사법 방해 혐의 역시 같은 방식으로 끝났다.
탄핵은 어려워야 하고 탄핵당한 대통령에 대한 심판은 더 어려워야 한다. 이는 헌법을 설계한 사람들의 바람과도 일치하는 듯하다. 탄핵 조항은 단순히 일을 못하거나, 재앙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거나, 혹은 의회를 해산하거나 심지어 반헌법적인 행위(이것은 대법원이 바로잡을 수 있다)를 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탄핵은 공화국에 위협이 되는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러한 위협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 지명 이후 ‘능력(capacity)’을 잃을 가능성이다. 1967년 비준된 수정 헌법 제25조
[1]는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대통령의 질환과 장애에 대처하기 위한 별도의 과정을 포함해 이러한 우려를 덜었다. 그러나 공화국에 대한 더욱 큰 위협은 대통령이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것이다.
18세기 말 미국 정치인들은 부정부패(corruption)에 얽혀 있었다. 부정부패라는 단어는 단순히 뇌물을 취하거나 장려금을 받는 것 이상으로 나쁜 행동을 광범위하게 묘사하는 데 쓰였다. 대통령이 국가에 반해서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든 행위를 내포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이런 행동을 그대로 두면 정치적 통일체, 즉 국가를 죽이는 종양이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유권자들이 부패를 알아차리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믿는 대신 탄핵을 통해 이를 다스리려고 하는 한 가지 이유는 부패한 대통령이 선거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2020년 대선에서 우위를 점하게 해줄 것으로 보이는 부탁을 한 것과 탄핵 절차가 존재하는 이유 사이에서도 이런 우려를 확인할 수 있다.
탄핵이 극히 이례적이라는 사실이 곧 행정부가 잘해 왔다는 의미는 아니다. 1974년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 탄핵 심문에서 변호인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으로 시작되는 모든 대통령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이 연구는 행정부들이 대대로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를 모은 사례집의 형태가 되었다. 여기에는 숱한 회피 전략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예일대 역사학자 C. 밴 우드워드(C. Vann Woodward)는 편집자의 글에서 “지금까지는 그 어떤 대통령도 고의적인 행위나 계획으로 행정부에 반하는 범죄와 비행을 주도해서 공모한 혐의가 없다”며 “지금까지 발생한 범법 행위와 경범죄는 명백한 이데올로기적인 의도가 없었고, 헌법적으로 불온한 목적도 없었다”고 썼다.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부패는 숨기기가 어렵다. 율리시스 S. 그랜트(Ulysses S. Grant) 행정부에서는 미 재무부가 금 시장에 개입할 때 대통령의 친구가 투기 목적으로 정보 접근권을 남용한 일이 있었다. 워런 하딩(Warren Harding) 행정부에서 만연했던 사기 행각에는 대통령 측근도 연루돼 있었지만, 하딩 대통령 본인이 실태를 알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었다.
권력 남용과 관련한 역사도 있다. FBI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개로(David Garrow)는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바탕으로 볼 때, 최소한 LBJ(린든 B. 존슨 대통령)가 배리 골드워터(Barry Goldwater)
[2]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파일을 읽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린든 존슨 대통령이 1964년 대선 캠페인 당시 경쟁자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정보들을 이용했다는 증거는 없다.
세상을 바꾸는 영향력
닉슨 대통령은 유죄 판결을 받기는커녕 탄핵되지도 않았다. 그는 스스로 물러나면서 절차를 단축시켰다. 그러나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과거 우드워드가 조사했던 앞선 대통령들의 비행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1972년 그해 선거 캠페인에 사용할 목적으로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심으려던 (닉슨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사실을 은폐하려는 백악관의 개입은 대통령 본인이 요구하고 지시한 것이었다. 게다가 여기엔 금전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다. 의회가 요구한 증거를 조작하고 제출하지 않는 방식의 사법 방해에 대통령 본인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도 있었다. 하원 사법위원회가 채택한 세 가지 탄핵 사유는 대통령의 사법 방해, 권력 남용 그리고 의회 모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