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의 대통령은 뭘 좀 아는 정치인이다. 9월에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
[1]은 연단에 올라 자기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멈춰 섰다. 그는 “일단 내가 셀카를 공유하면 이 연설을 들을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진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뉴에이지 타입의 후보 마리안 윌리엄슨(Marianne Williamson)도 뭘 좀 안다. 그녀는 7월에 열린 후보자 토론이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나중에 밈(meme·인터넷 상에서 유행하는 행동, 이미지나 영상)을 봐야” 결과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 후보 앤드류 양(Andrew Yang)도 마찬가지다. 그의 첫 번째 주요 인터뷰는 유튜브 구독자 수가 696만 명인 인터넷 유명 코미디언 조 로건(Joe Rogan)과 가진 것이었다. 이틀 동안 10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후, 앤드류 양은 자신의 선거 캠페인이 “로건과의 인터뷰 전과 후”로 나뉜다고 썼다.
이들 군소 정치인들은 오늘날 10대와 20대 초반 젊은 층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법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거의 모든 뉴스는 소셜 미디어에 있다. 뉴스는 거의 완전히 시각적이다. 그리고 “유엔에서 연설하는 대통령”이라는 뉴스 내용은 포장되는 방법보다 중요하지 않다. 뉴스는 종종 유머나 댓글이라는 필터를 거친다. 또는 흔히 그렇듯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추종자들을 몰고 다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유명인의 영향을 받는다.
세부적인 부분과 플랫폼은 다르더라도, 이런 법칙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주로 부유한 나라들로 구성된 OECD 국가의 15, 16세 성적 순위표인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에 따르면, 2009년과 2018년 사이에 신문을 읽는 청소년의 비율은 약 60퍼센트에서 거의 20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젊은 인도인이 인도에서 가장 큰 영어 뉴스 사이트인 타임스오브인디아닷컴(timesofindia.com)을 방문할 가능성은 나이 든 사람들의 절반 수준이다. 인도 젊은이들은 비디오와 발리우드 뉴스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영국의 10대 초반 청소년들은 BBC라는 브랜드보다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훨씬 더 친숙하다. 영국 언론 규제 위원회인 오프컴(ofcom)에 따르면, 공영 방송은 “젊은 사람들을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하면, 미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18세에서 24세 아랍인의 약 80퍼센트가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접하고 있다. 2015년의 25퍼센트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선호하지만, 걸프 지역,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젊은이들은 스냅챗에 사로잡혀 있다. 한국 청소년의 3분의 2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며, 그들 중 97퍼센트는 포털 검색 엔진 네이버에 의존한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미국 10대들의 95퍼센트가 스마트폰에 접속하고 45퍼센트는 “거의 끊임없이”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다. 옥스포드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의뢰한 미국과 영국 10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뉴스에 관한 한 젊은이들은 “사회 전체보다 개인적으로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10대의 뉴스 소비 습관을 무시하고 싶을 수 있다. 10대들 대부분은 투표할 수 없고, 소비력도 제한적이다. 그리고 아마도 지도에서 엘살바도르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지구의 3분의 1은 20세 미만이다. 세계의 절반 이상이 현재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고, 젊은이들은 미래를 대표한다. 2012년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와 이듬해 스냅챗 인수 실패 등 10대들의 습관이 수십억 달러짜리 결정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업계라면 더욱 그렇다.
10대들은 기술로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스웨덴의 10대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이제는 150개국까지 확산된 세계적인 환경 운동 “기후 학교 파업”을 시작했다. 고등학생들이 포함된 학생 주도 시위는 홍콩에서 칠레까지 전 세계적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정치인들, 정책 입안자들, 언론사 임원들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날 10대들이 뉴스를 만들고, 확산하고, 소비하는 방법은 미래의 국가와 산업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결정할 것이다. 어느 13세 청소년이 미국의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에게 “저는 아직 투표할 나이는 안 됐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당신을 팔로우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봐야 한다.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미디어 생태계가 있다. 인스타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유튜브, 스냅챗 등 전 세계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플랫폼 대부분의 본거지가 미국이다(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글로벌 동영상 앱 틱톡은 중국 기업이 만들었다. 정치적 내용은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광범위하게 모방된다.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다. 버즈피드 같은 웹사이트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수십 개국 사이트들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정치, 문화적 어휘는 곳곳에 퍼져 있다. 여기서 시작되는 밈은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밈의 무대는 바뀌고 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페이스북이 (선거) 뉴스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서구의 10대 다수에게 페이스북은 이제 완전히 촌스러운 것이 되었다. 페이스북은 나이 든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다. 이들은 언론인과 정치인(과 도널드 트럼프)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과 정치 영역에서 과도한 역할을 하고 있는 트위터도 거의 쓰지 않는다. 젊은 층에 초점을 맞춘 버즈피드 같은 웹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켄터키에 사는 16세 빅토리아(Victoria)는 “젊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어른들”이라고 말한다. 10대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래의 거물이 될 것이라 칭송받았던 매체를 비웃는다. 중국 우시(無錫) 출신의 16세 그리핀(Griffin)은 성인들을 겨냥한 클릭 유도로 일일 이용자 1억 2000만 명을 끌어모은 중국의 최고 인기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를 외면한다.
밈의 무대는 각각 10억 명이 훨씬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소유), 왓츠앱(페이스북 소유), 유튜브(구글 소유)로 옮겨 갔다(스냅챗은 미국에선 인기가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퓨 리서치는 미국 청소년의 85퍼센트가 유튜브를 사용하고 70퍼센트 이상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고 보고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 커먼센스는 최근 연구에서 미국 10대들의 69퍼센트가 주로 유튜브에서 매일 온라인 비디오를 시청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하루에 거의 7시간 30분을 모든 종류의 화면을 보는 데 쓴다.
인스타그램은 뉴스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적절치 않은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은 보통 예쁜 사진들을 자신의 계정 “그리드(grid)”에 게시한다. 이 앱은 계정당 하나의 프로필 링크만 허용하고, 공식적인 리포스팅 기능이 없다. 그러나 2016년에 “스토리”를 도입해 사용자가 설명을 붙여 금세 사라지는 이미지를 게시하고, 주로 시각적인 플랫폼에 텍스트를 추가하여 공유와 리포스팅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성장을 가속화했다. 1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사용자는 스토리 기능을 통해 다른 콘텐츠로 연결되는 링크를 공유할 수도 있다. 사용자들이 몰리자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는 광고주, 마케터, 정치인, 운동가, 그 밖의 잡다한 재미있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두 인스타그램으로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