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사람
1화

성공적인 전략인가, 엄청난 실수인가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의 성패

1월 3일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거셈 솔레이마니(Qassem Suleimani)가 사망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은 1979년 이란의 미 대사관 인질극[1]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이란 혁명수비대[2] 정예군 쿠드스(Quds·아랍어로 ‘신성한 곳’이라는 뜻)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은 권력을 잃은 이란을 동요하게 만들었다. 추도식에 참석한 수백만 명의 이란인들은 정권에 대한 반감은 잠시 미뤄 두고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을 추모했다. 중동 지역은 피비린내 나는 파괴의 위협을 선포했고, 서방 전문가들은 대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5일 뒤, 이란은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 두 곳에 보복성 미사일 공격을 가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이란이 위기를 타개할 목적으로 체면만 살리는 수준의 공격을 한 것으로 보였다.

이것이 끝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1월 8일 주장대로 미국의 일격은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해악을 끼치는 인물을 몰아내고, 이란이 스스로 공격성을 억제하도록 만들었다면 분명 가치 있는 공격이다. 그러나 이 공격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수개월이 지나야 확실해질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그 누구도 성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두 가지 시험의 결과가 솔레이마니 사살 전략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다. 바로 핵 억지력과 이란의 중동 지역 영향력에 미치는 효과다. 지난해 이란과 관련 세력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두 대의 미국 드론,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 이라크 미군 기지를 공격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방관했다. 대응할 가치도 없다는 미국의 태도에 이란은 더욱 뻔뻔해지고 적대적으로 변했다. 1월 3일 드론 공격의 긍정적인 효과는 미국에 반격의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천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란의 자제는 미국의 공습에 정면 대응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였다. 현재로서는 이란의 추가 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일주일 전보다 줄었다.[3]

그러나 복수를 향한 이란의 갈증은 확실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란이 명백한 공격의 형태를 피하더라도 혁명수비대는 사이버 공격, 관련 세력의 자살 폭탄 테러, 미국 관료의 암살 그리고 수년 이상 연마해 온 수단들의 총집합을 포함한 다른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복수의 계획은 실현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의 여파가 약해질 때쯤 이란은 미국이 무력을 사용할 의지가 있는지 다시 한번 시험해 보려 할 것이다. 불균형의 세계에서 무력 경쟁을 할 때 힘이 약한 쪽은 복수를 위해 후퇴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먼 곳에 있는 초강대국에 비해 인내심이 강하다. 고통을 견디는 힘은 훨씬 더 강하다.

두 번째 시험은 미국의 공격이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통제력을 약화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이란은 지중해부터 아라비아해에 걸쳐 쿠드스군을 돕는 민병대, 관련 세력, 그리고 전진 기지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세력들은 이란의 힘을 보여 준다. 이런 네트워크는 자기 나라 국민에게 신경 가스를 살포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 같은 관계 세력이 저지른 만행에 이란이 한 마디도 불평할 수 없었던 것과는 무관한 종류의 영향력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은 이와 같은 어둠의 네트워크가 설계자와 조정자를 잃었다는 의미다. 그의 빈자리를 채울 누군가의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그의 명성대로 뛰어난 인물이었다면(2화 참조) 그의 빈자리는 클 것이다. 이란은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일반적인 이란인들은 총이나 박격포에 지출되는 자금이 학교나 병원에 사용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복잡하다.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 이란은 미국을 중동 지역에서 밀어내려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을 노련하게 압도했던 이라크에서 시작될 것이다. 바그다드의 이라크 정부는 이란에 좌우되는 시아파가 주도하고 있다. 1월 5일 이라크는 의회는 5000명 안팎의 미군을 포함한 외국 군대를 철수시킨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의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많은 이라크인들은 (이런 결의안이 통과되는 데에 미친) 이란의 영향력에 분개하고 있다. 이라크에게 미국의 자금과 무기는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주둔 외국 군대의 철군은 점점 더 시기의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2015년 미국을 포함한 6개 강대국과 함께 서명한 핵 합의에서 손을 뗐다. 이란 핵 합의는 이란의 핵폭탄 제조 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 회견에서 거듭해 주장한 대로 이란의 역내 비핵화를 유도하는 내용의 더 나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여름에는 이란이 새로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감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협상의 여지는 없다. 이런 분위기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1월 5일 우라늄 농축 규제 기준을 더 이상 준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으로선 핵을 무기로 벼랑 끝 전술을 펼 이유가 수없이 많다. 우선 미국과의 협상에서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란이 핵폭탄을 보유하게 되면,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한 무력 사용 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미국의 협상 전략 부재는 곧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이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극단적인 제재 일변도로 몰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란 정권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경우의 선택지가 대규모 보복 공격 위협 같은 정교하지 않은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제재로 이란을 굴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제재를 받은 다른 정권들은 이란보다 더 오랜 기간을 버텼다.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이 희망했던 평화로 가는 길은 불명확하다. 실제로 미국의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으로 치달을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재의 효과와 핵 억지력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미국이 이런 접근 방식을 고수하고 싶다면, 그 대가는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는 빈틈없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일련의 제재 공방이 될 것이다. 만약 이란이 핵폭탄을 사용하려 한다면 공습 작전까지 각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되어 있을까? 그의 뒤를 이을 대통령은 어떨까?

 

잘못된 타이밍, 잘못된 장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혼돈에 자원과 집중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의 힘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는 편이 나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협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를 괴롭히는 자기만의 방식을 시도했지만 역시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대이란 전략은 결국 현재 중동 지역에서 이란을 저지하고 억지력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의 존재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극적인 암살은 단기적으로 보면 성공한 도박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국의 이란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타임라인] 솔레이마니 암살 이후[4]


1월 3일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로 폭격해 사살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군부 실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라크 내 미군 기지가 포격을 당한 것이 솔레이마니의 지시로 이뤄졌다며 이번 공격이 “전쟁을 멈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할 경우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공격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사석에서 “이스라엘은 이 문제에 관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1월 5일 이란이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와 체결한 핵 합의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합의는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유럽 연합, 유엔이 대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18년 5월 미국이 핵 합의를 탈퇴하고 이란 제재를 재개하자 이란은 핵 합의 이행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왔다.

1월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졌다. 7일에는 솔레이마니의 고향인 이란 케르만주에서 장례식이 열렸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50명 이상이 압사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미국이 아끼는 곳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1월 8일 01:30 이란 각지에서 열린 나흘간의 장례식이 끝난 직후,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두 곳에 1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작전명은 ‘순교자 솔레이마니’였다. 이란 국영 방송은 최소 80명의 미국인이 숨졌다고 보도했지만, 미국은 사상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1월 8일 06:14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 영공에서 추락해 탑승객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를 공격하고 몇 시간 뒤 벌어진 일이어서 이란의 미사일 격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사고 원인을 기체 결함이라고 주장하면서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미국에 블랙박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탑승객 대부분은 이란인과 캐나다인이었다. 미국인은 없었다.

1월 8일 11:00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란에 핵 개발과 테러 지원 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 방침도 밝혔다. 미국이 이란의 반격에 군사적 대응이 아닌 경제 제재를 택하면서 양국 갈등이 완화될 조짐이다.

1월 9일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 전에 미국에게 통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란이 이라크를 통해 미국에 보복 계획을 전달해 미군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미사일도 고의로 빗맞혔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확전을 피하기 위해 미국인 사상자를 내지 않고 체면을 세우는 선에서 반격했다는 것이다.

1월 11일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대공 사령관이 국영TV 방송을 통해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기계적 결함이 아닌 혁명수비대의 미사일 오발로 격추됐다고 시인했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로 죽고 싶었다. 차라리 죽었으면 했고 이게 현실이 아니었기를 바랐다”면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여객기 격추 사건으로 큰 피해를 입은 캐나다와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공식 사과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여객기 격추 사건 희생자 추모 집회는 반정부 시위로 변했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1월 14일 이란 사법 당국은 여객기 격추에 관련된 책임자 일부를 체포하고 특별 재판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1]
1979년 11월부터 1981년 1월까지 미국인 50여 명이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인질로 억류돼 있었던 사건.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2]
이란 정규군과 함께 양대 조직을 형성하고 있는 최정예 부대. 대통령이 아닌 최고 지도자(현재는 하메네이)의 직속 관할 군사 조직으로 이란의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한다.
[3]
이란 혁명수비대는 1월 8일 이란 테헤란 공항에서 이륙한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를 격추했다. 이란 측은 오인 사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
타임라인은 북저널리즘이 1월 10일 발행한 World Wide Weekly의 일부를 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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