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유망/전 세계 경영진 스카우팅 및 리더십 컨설팅 업계의 매출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자료: AESC.
마티유의 회사를 포함한 스카우팅 업계는 전반적으로 비밀스럽고 규모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도 어렵다. 관련 단체인 경영인 스카우팅 컨설팅 협회(AESC)의 추산에 의하면 이 업종은 지난 30년간 강력한 성장세를 누려 왔다. 예외가 있다면 닷컴 버블이 있었던 2000년과 금융 위기를 겪었던 2007~2009년 이후의 침체뿐이다.(표1 참조) AESC는 전 세계 경영인 스카우팅 업종의 매출이 2018년에 12퍼센트 성장했으며, 많은 기업들이 2019년에 가장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분석 중이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기관들의 상당수를 이끌 사람을 결정하는 문제에서 스카우팅 업계의 대기업들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업계 최고의 기업들은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챙긴다고 의뢰인들은 말한다. 하지만 업계는 점점 커지는 검증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스카우팅 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성과와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다.
통상적으로 헤드헌팅이라고 불리는 경영인 스카우팅은 전후 경제 호황기에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노련한 리더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경쟁은 1970년대에 더욱 격렬해졌다. 비즈니스가 국제화되면서 미미한 지류에 불과하던 컨설팅 업종이 주류 전문 업종으로 성장한 것이다. 어느 리크루팅 업체의 전직 대표는 당시 싱가포르에서 시드니까지 30개 사무소를 개설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성장세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이 업종은 개운치 않은 평판을 얻게 되었다. 어느 베테랑 관계자가 인정한 것처럼, 이들은 “골프장에서 아부하는 세일즈맨”이었다. 인재 목록에 있는 후보자들은 계속해서 재활용됐다. 스카우팅 기업인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의 앙헬레스 가르시아-포베다(Angeles Garcia-Poveda)는 당시에는 최종 후보자를 압축하는 기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한다.
50년이 흘렀고, 이들은 기업의 생리 구조 내부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리크루팅 업체는 이제 다국적 기업들 대부분에 없어서는 안 될 영역이다.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Russell Reynolds Associates), 이곤 젠더(Egon Zehnder), 콘 페리(Korn Ferry) 다섯 개 대기업들은 CEO 스카우팅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업계 소식지인 헌트 스캔론 미디어(Hunt Scanlon Media)에 따르면, (앞 글자를 따) “슈렉(Shrek)”이라고 불리는 이들 다섯 기업이 2018년에 벌어들인 수임료는 48억 달러(5조 6688억 원)였는데 이는 직전 해보다 14퍼센트, 2014년에 비해서는 43퍼센트 늘어난 수치다. 스펜서 스튜어트의 대표인 벤 윌리엄스(Ben Williams)는 매일 11명의 기업 대표 혹은 임원에게 일자리를 찾아준다. (이코노미스트 그룹에서도 최근에 CEO 및 회장직을 포함한 중역을 채용하기 위해서 이곤 젠더와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에 의뢰한 바 있다.)
50명 이상의 내부 관계자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종합하면,《포천(Fortune)》 선정 상위 250개 기업 또는 FTSE 지수 상위 100개 기업의 80~90퍼센트가 CEO를 찾기 위해 헤드헌터에게 비용을 지불한다. 자사 내부에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있는 경우에도 그렇다.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규모의 기업들에서는 대략 절반 정도가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교나 스포츠 구단, 공공 기관도 의뢰한다. 작년에 헤드헌팅 업체에 채용을 의뢰한 단체들 가운데는 잉글랜드 축구 프리미어리그 사무국과 국제 장애인 올림픽위원회(IPC)가 있었다.
대형 헤드헌팅 업체들이 더욱 거대해지면서, 소규모 업체들은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산업이나 기업 활동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곳들은 번창하고 있다고 낸시 개리슨 젠(Nancy Garrison Jenn)은 말한다. 그는 다국적 기업들에 적절한 헤드헌팅 업체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술 분야에 특화된 기업인 트루 서치(True Search)의 경우에는, 2018년에 매출액이 64퍼센트나 뛰어올랐다. 좀 더 규모를 줄여서 보면,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부문장이나 중간 관리자 같은 다소 평범한 직위에 특화된 리쿠르팅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누군가의 해석처럼 “컴퓨터를 사서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고 스스로를 헤드헌팅 전문가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형 헤드헌팅 업체들은 네 가지 요소가 맞물리면서 수혜를 입고 있다. 첫째는 기업 이사회가 이전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갖춘 CEO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수장이라면 가혹한 업무량을 버텨 낼 수 있도록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하고, 미디어를 능숙하게 상대해야 하며, 그리고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애플이나 아마존이 소비재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 기업인 동시에 테크 기업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대형 기업들은 더욱 거대해지면서 동시에 융합되고 있다. CEO들은 그에 따른 복잡한 상황과 씨름해야 한다. 그리고 사이버 범죄와 같은 새로운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
둘째는 성장한 사모 펀드가 인수 대상 기업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사모 펀드의 지원을 받는 기업의 수는 8000개 정도인데, 이는 2006년에 비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헤드헌터들은 사모 펀드가 투자한 기업 전체에 CEO를 소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기업 인수 분야의 대형 펀드 관계자는 한 번에 세 곳 정도의 헤드헌터에게 채용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야 VIP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헤드헌팅 업종이 성장하는 세 번째 이유는 신흥 시장 덕분이다. 오랜 역사의 스카우팅 기업인 보이든(Boyden)의 디네쉬 미르찬다니(Dinesh Mirchandani)는 인도 같은 지역에 많은 기업 가문의 젊은 자손들은 전문 경영인에게 자회사를 맡기고 싶어 한다고 전한다. 차량 호출 스타트업인 올라(Ola)는 외국 시장 정복을 도와줄 수 있는 임원들을 물색하는 중이다. 중국에서도 해외로 확장하는 것을 원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국제적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와 규제 당국은 기업들에게 몇 년 앞당겨 후계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전처럼 대표가 버스에 치일 경우에나 열어 볼 수 있는 봉투에 적힌 후계자의 이름에만 의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1] 헤드헌터들은 잠재적 후보인 외부 인사가 아닌 기업 내부의 스타들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를 도와주고 있다. 사전 계획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리더십 개발부터 이사회 효율성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른 관련 서비스 분야들도 모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슈렉 중에서도 가장 큰 기업인 콘 페리의 매출에서 4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수요의 증가는 헤드헌팅 업계의 공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헤드헌터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지금 이 직업은 점점 다변화되고 있다. 기술자나 올림픽 체조 선수, 신경 과학자 출신도 이 분야에서 일한다. 5대 헤드헌팅 업체들은 맥킨지 출신의 컨설턴트들이 주로 이직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새로 업계에 들어온 이들은 이곳의 빠른 업무 속도, 늘어난 임원들과의 접촉 기회를 반긴다.
더 많은 수입도 매력이다. 업계의 고참들에 따르면, 5대 슈렉 기업의 파트너들은 보통 1년에 60만 달러(7억 860만 원)를 번다. 최상위 1퍼센트는 300~400만 달러(35억 4300만~47억 2400만 원)를 버는데, 대부분은 보너스다. 금융 분야 채용을 돕는 헤드헌터가 대체로 가장 많이 번다.
일곱 자리 연봉
후한 보수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높은 수수료에서 나온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헤드헌터들은 자신들이 뽑아 준 지원자가 첫해에 받는 보상금의 3분의 1을 가져갔다.(보너스 포함) CEO들의 연봉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가면서 수수료가 100만 달러(11억 8100만 원)를 초과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그러자 고객들이 거부감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에는 수수료에 상한선을 두는 경우가 늘었다. 현재 최상위 직위의 채용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50만~100만 달러 한도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채용 이외의 관련 서비스가 크게 늘면서 업계의 전반적인 매출액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CEO를 구하는 작업은 어느 업체에서든 90일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사회는 선임 절차를 감독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이 작업에도 헤드헌터가 도움을 준다. 그다음 이윤 증대나 신규 시장 확대와 같은 신임 CEO가 달성하기 바라는 목표들을 확정하는 작업과 후보자들에게 필요한 역량의 목록을 작성하는 일을 돕는다.
실제 구인 작업이 시작되면, 헤드헌터들은 수백만 명의 프로필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조사하기 위해 연구원 부대를 고용한다. 지금은 수많은 이력서나 IBM과 같은 초특급 기업들의 조직도가 캐비닛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시절이 아니다. 서류상으로 괜찮아 보이는 후보자들을 추려 내면, 그다음에는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나 중간 관리자 같은 정보원들을 통해서 얻은 조언과 대조한다.
15명 이상의 1차 후보자들을 걸러 내기 위해서 컨설턴트는 후보자의 출신 회사, 고객사, 전임 상사, 부하 직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직원들이 회사 대표를 평가하는 웹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를 통해 평판을 확인한다. 전화 통화도 괜찮지만, 찾아가 보는 것이 더 좋다. 미팅의 마지막 순간이나 엘리베이터로 가는 도중에 귀중한 정보가 수집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