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에는 큰돈이 걸려 있다. 결혼을 하고 취업을 하는 것과 더불어 집을 사거나 파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결정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그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미국 전체의 주거용 부동산의 가치는 모두 34조 달러(4경 1480조 원)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내 상장 기업 전체의 가치에 맞먹는 수치다. 지난해 부동산 거래액은 1조 5000만 달러(1192조 7596억 원)였다. 다른 산업 분야 및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미국에서 부동산을 매매하는 것은 지나치게 번거롭고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든다. 기술 혁신을 갈구하는 이 산업에서 지난 10년 동안 유일하게 일어난 혁명적인 변화는 〈밀리언 달러 리스팅(Million Dollar Listing)〉이나 〈플립 오어 플랍(Flip or Flop)〉과 같은 TV 부동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스타 중개인들이 생겨났다는 것뿐이다.
미국에서 부동산 업계가 벌어들이는 수수료의 규모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수수료는 부동산 가격의 5~6퍼센트 정도에서 책정되는데, 다른 선진국들의 평균에 비해 세 배나 높다.
(2화 참조) 지난해 부동산 거래 수수료 총액은 750억 달러(89조 4525억 원)에 달했다. GDP의 0.4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주식, 식료품 소매, 광고, 연애까지 다른 시장들은 모두 기술 발전으로 달라졌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낡은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에는 아직도 200만 명의 부동산 중개인이 있다.
질로우(Zillow)나 레드핀(Redfin)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일부 진출해서 구매자들이 스스로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수수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이러한 비효율성은 경제에도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1950년대에는 매년 20퍼센트의 가정이 이사를 했다. 오늘날에는 매년 9퍼센트만 이사한다. 노동 이동성(labour mobility)의 둔화가 이런 감소세의 상당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에서 높은 수수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을 사고파는 사람들보다는 업계 내부 관계자들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보이는 낡은 관행이 매듭처럼 얽혀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통상적으로 부동산을 매각하는 쪽에서 자신의 수수료는 물론이고 구매자의 수수료까지도 지급한다. 따라서 구매자 측 중개인들은 수수료가 낮은 부동산을 피하는 것이 이익이다. 한 연구는 수수료가 낮은 주택이 (수수료가 높은 주택에 비해) 거래될 가능성이 5퍼센트 더 낮다는 점을 밝혀냈다. 건전한 시장에서 기대되는 일의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거래는 다중 매물 등록 서비스(MLS)라고 하는 800여 개의 공동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다. 미국 정부는 MLS의 규칙과 암묵적인 행동 규범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개인들이 수수료가 높은 주택을 찾는 것을 독려하거나, 데이터의 유통이나 판매 또는 인가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비 단체인 전국부동산협회(NAR)는 업계가 경쟁력을 갖고 있고, MLS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의 독점금지법 위반 단속관들이 부동산 업계를 깊이 들여다본 것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는 이들이 MLS를 인터넷 기반의 기업들에게 공개하기 위해서 노력하던 때였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수수료가 실질적으로 떨어지지 않자, 당국은 다시 한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MLS를 운영하는 중개인들이 수수료를 부풀리는지, 혹은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부동산으로 고객들을 유인했는지, 그리고 MLS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불공정하게 제한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MLS의 운영을 지원하는 민간 기업 일부를 소환 조사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를 상대로 한 두 개의 대형 집단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경쟁을 촉진하는 일은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독점 금지 단속관들이 개입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들은 두 가지 원칙을 집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첫째로 중개인들이 수수료를 낮추게 하거나, 매도인이 양측의 수수료를 모두 지불하는 관행을 없앰으로써 진정으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 업계의 데이터에 접근하고자 하는 기업은 누구든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수수료가 다른 선진국들 수준으로 떨어지는가,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이들의 점유율이 오르는가 하는 질문은 규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척도다.
수많은 사업가들이 이 시장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2019년에는 60억 달러(7조 1562억 원)에 달하는 벤처 캐피털 자금이 ‘프롭테크(prop tech·부동산과 테크의 합성어)’ 기업들로 유입되었다. 오픈도어(Opendoor), 질로우 같은 플랫폼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주택의 가치를 평가하는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으며, 매도인 측에 수일 내에 매매 대금이 전액 현금으로 지불되는 ‘인스턴트 오퍼(instant offer)’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매물 확인 자동 예약 시스템 등 중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경쟁은 미국 부동산 시장을 더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 규제 당국이 진입 장벽을 낮춘다면, 신규 사업자들은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