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격리 상황/ 부분 혹은 완전 격리 상태의 인구, 10억 명/ 중국 48개 도시 4개 성, 1억 9100만 명의 미국인에게 집에 있을 것을 권고(하늘색 영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요르단, 영국, 인도/ 출처: 프레스 리포트
여기에 사용되는 도구는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첫 번째는 기록이다.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위치와 방문 장소, 혹은 질병 상태가 어떤지 확인한다. 두 번째는 모델링이다. 질병이 어떻게 퍼지는지 설명하는 것을 돕기 위한 정보 수집이다. 세 번째는 접촉자 추적이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식별한다.
기록과 관련된 대응의 대부분은 격리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전화 통화나 가정 방문을 온라인 점검으로 대체한다. 홍콩이 왓츠앱을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격리자가 이탈할 경우 경고음이 발생하고 관료들에게 전송되는 맞춤형 앱을 활용한다. 3월 21일까지 격리됐던 1만 600명 가운데 42퍼센트가 이 앱을 사용했다. 대만은 다르게 접근했는데, 휴대 전화 안테나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격리자의 휴대 전화를 추적한다. 경계를 벗어난 것이 감지되면 격리자에게는 문자가 전송되고, 이탈 사실이 당국에 보고된다. 휴대 전화 없이 격리를 어기면 벌금을 물 수 있다. 한국은 격리 조치를 어겼을 때 무거운 벌금을 매긴다. 징역형에 처해질 가능성도 있다.
휴대 전화는 정부에 정보를 제공해야 할 뿐 아니라, 제3자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다. 중국 지방 정부가 개발해 유비쿼터스 결제 앱인 알리페이(Alipay)와 위챗(Wechat) 포털을 통해 실행되는 중국의 헬스 체크(Health Check) 앱은 방문한 장소와 증상에 대한 자체 보고 데이터를 수집해 색으로 표시되는 QR 코드를 생성한다. 녹색은 자유 이동, 황색은 7일 격리, 그리고 적색은 14일 격리를 뜻한다. 이 시스템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알리페이는 200개가 넘는 도시의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 헬스 체크 앱 상태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무선 생물학
학계, 개발자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공공 보건 관료 등으로 구성된 그룹은 이와 비슷한 WHO 마이헬스(MyHealth) 앱을 개발하고 있다. 감염을 통해 생긴 것이든, 언젠가 개발될 백신을 통해 생긴 것이든 면역에 대해 신뢰할 만한 검사를 할 수 있게 되면 이런 기록 앱은 검사 결과를 전달하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
모델링과 상황 인식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는 풍부하다. 이동 통신사는 모든 고객이 어디서 전화를 사용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또한 광고주들이 맞춤형 광고에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바이트댄스(Bytedance, 틱톡 개발사), 페이스북, 구글, 텐센트(Tencent) 같은 인터넷 기업들은 수십억 명에 이르는 이용자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한다. 모델링을 할 때 이들 기업으로부터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질병 확산에 대한 예측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정보를 이용해 시군구 단위로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독일 도이치텔레콤은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취합된 정보를 정부의 공공 보건 기관인 로베르트 코흐 인스티튜트(Robert Koch Institute)에 제공했다. 영국 정부는 이와 유사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놓고 이동 통신사와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간단하게 정보 접근권을 기업에 요구할 수도 있다. 2016년 제정된 조사 권한 시행령은 영국 정부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목적으로 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부터 어떤 정보든, 비밀리에 취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협상하고 개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개인 정보가 비밀스럽게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국무총리가 말한 ‘모두가 함께 하는’ 싸움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릴 수 있다.
사람들의 위치 정보를 다른 회사보다 월등히 많이 보유한 구글은 집계된 정보를 활용한 모델링 작업을 비롯해 정부를 돕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구글맵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거리나 박물관 등의 혼잡도 데이터를 이용해 보건 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시스템의 데이터를 사용해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전산 사회 과학자들은 이런 종류의 데이터로 역학 모델을 밝히고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코펜하겐대학의 수네 레만(Sune Lehmann) 교수는 현재 모델이 사람들이 섞이고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단일하게 가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길에서 마주치는 친구와 낯선 사람을 동일한 상호 작용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팀은 모바일 사용 기록을 샅샅이 살펴 사람들 간의 관계가 상호 작용을 어떻게 바꾸는지 진단하고 탐색할 수 있는 문자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현재 데이터에 적용하면 커피숍에서 친구를 만나는 상호 작용은 질병 확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택배 배달은 영향을 미친다거나, 그 반대라거나 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신뢰할 만 하다면, 판데믹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정책 입안자들이 경제를 조금이나마 작동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데이터 활용은 모델링을 넘어 확진자가 누구에게서 옮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한 직접 추적에 들어갈 때 무서워질 수 있다. 접촉자 추적은 중요한 공중 보건 수단일 수 있다. 현대 대테러리즘 전술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추적 기술은 이미 존재하고, 전 세계 정부가 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 퍼블릭 디지털(Public Digital)의 파트너이자 영국 정부 디지털 서비스 국장을 지낸 마이크 브라켄(Mike Bracken)은 말한다. 이런 기술에서 어느 정도까지가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위한 것인지는 아무도 밝히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어떤 데이터를 입수하고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를 비밀에 부치는 것은 적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 보건 측면에서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
[2] 중에서는 구조가 복잡한 편에 속하지만, 사람들이 정보를 숨기려 한다고 해서 활동 패턴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적뿐만 아니라 시민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들도 정보를 비밀로 하고 싶어 한다. 브라켄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확보한 권한에 대해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정부가 권한을 매우 빠르게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현상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듯, 이스라엘 정부는 3월 16일 국내 비밀 경호대인 신 베트(Shin Bet)와 경찰이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확진자의 모바일 기기를 추적하고 접근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고등 법원은 처음에는 이런 권한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회의 감시 체계가 세워지고 난 뒤, 권한 승인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한국도 사람이 직접 하는 접촉자 추적 업무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발병 초기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는 경찰을 통해 위치 정보를 요청했고, 경찰은 요청받은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정보 관리 채널을 활용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이 시스템이 너무 느리다고 판단했고, 이제는 접촉자 조사 인력이 ‘스마트 시티’ 상황판을 통해 자동적으로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도록 승인해 정보 요청 과정을 자동화했다. 이런 정보 요청 시스템은 3월 16일부터 가동됐다. 한국 언론들은 24시간 걸리던 접촉자 추적 시간이 10분으로 단축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