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를 찾아가는 식품 가격/ 식품 가격, 2000년=100 기준, 단위: 달러/ 출처: 블룸버그, 레피니티브 데이터스트림, 파이낸셜타임스, 라이브라이스인덱스
이 시스템의 복잡한 구조는 그 안에 많은 잠재적인 병목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단절되면서 병목 현상들은 꽤 많이 확인되고 있다. 일부는 상당히 잘 처리되어 왔다. 지난 3월에는 수많은 화물 차량들의 행렬이 중부 유럽에서 목격됐다.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신속한 조치로 도로 정체 현상은 대부분 해소되었다.
[1] 도축장 폐쇄로 발생한 미국의 육류 가공 분야 생산력 저하처럼 아직까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분야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스템의 병목 현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소득이 줄어들거나 사라진 거의 10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있다. 유엔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심각한 굶주림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는 올 한 해 두 배 늘어난 2억 65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푸드뱅크 앞에 몇 킬로미터씩 줄을 서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식품 시스템의 아주 작은 혼란이 가격 상승을 일으켜 더 거대한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계속해 다오
농장은 선천적으로 지역적인 것이지만, 식품 산업의 대부분은 세계적이다. 농부들이 필요로 하는 종자, 비료, 기계, 연료는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부터 공급된다. 미국의 ADM이나 번기(Bunge), 카길, 그리고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올람 인터내셔널(Olam International) 등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중개 대기업들은 모두 세계 전역을 무대로 사업하고 있다. 이들은 크래프트(Kraft)나 유니레버(Unilever) 같은 식품 제조업체를 위해 농산물 원자재를 조달하고, 저장하고, 운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엄청난 사업 규모와 전 지구적인 범위는 수익률이 낮은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다. 그들은 한 곳의 공급원과 다른 곳을 빠르게 교환해서 수요나 공급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시스템을 유연하게 유지한다.
지난 20년간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면서 식품 산업의 소유권 집중은 더 심각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가금류 시장의 절반이 현재 단 네 곳의 기업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2010년대의 대규모 인수합병 여섯 건 중의 두 건이 식품 및 음료 분야 기업들 사이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식습관의 변화와 도시화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신흥 시장은 독자적인 거대 기업을 낳았다. 브라질의 JBS는 세계 최대의 식육 가공 업체다. 중국 최대의 식품 제조사인 중량그룹(COFCO)은 끊임없이 베이징으로 곡물을 보내면서 기존의 수많은 중개업체들을 먹어 치웠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 규모의 경제로 고정 비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이 시스템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세계의 곡창 지대는 점점 더 자본 집약적으로 변하고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가 거대한 들판을 배회하고, 기계가 화물을 처리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렌즈로 관찰하는 위성 이미지는 계절별 수확량 추정치뿐 아니라, 선박의 운항과 폭풍의 경로까지도 주시하고 있다.
이젠 질렸어
이러한 정교화는 생산 네트워크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식품은 이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그 부품의 출처가 어디든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조립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산 밀이 터키에서 밀가루로 제분된 다음 중국에서 국수로 변신할 수도 있다. 카길에서 식재료 및 바이오 산업 단위를 책임지고 있는 프랑크 판 리에르데(Frank van Lierde)는 카길이 20년 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발자국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내년에 카길은 브라질에서 펙틴(pectin)을 만드는 공장을 열 예정이다. 펙틴은 오렌지 껍질 추출물로 잼과 요구르트의 점도를 높인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펙틴은 전 세계에서 판매될 것이다.
식품의 세계화는 많은 나라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요제프 슈미트후버(Josef Schmidhuber)와 빙 차오(Bing Qiao)가 《이코노미스트》를 위해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20년 전에 비해 식품 수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지도 참조).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초래된 혼란이 2007~2008년 당시와 같은 식량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시에는 겁에 질린 각국 정부들 때문에 가격 폭등세가 더 악화됐다. 약 7500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의 한계선 밑으로 내몰리면서, 방글라데시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모리타니와 멕시코에 이르는 지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시리아 내전이 벌어진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