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의 위험은 신용 부족이다. 공급망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생산물이 실제 판매되기 이전에도 단기 대출을 통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 과정이 느려지면서 대출 만기가 연장되었고, 다른 곳에 빌려줄 수 있었을 현금은 묶이게 되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에서 무역 금융 부문 사장을 지낸 존 맥나마라(John MacNamara)에 따르면 은행들은 원자재 거래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꺼린다. 변덕스럽게 요동치는 통화, 붕괴되고 있는 석유 시장, 그리고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담보로 제공하던 곡물의 가치 하락으로 은행들이 겁을 먹게 된 것이다. 다자간 기구들은 할 일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제공한 4억 3500만 달러(5324억 원)에 달하는 긴급 무역 자금의 5분의 1 이상이 식량 안보와 관련된 거래에서 쓰였다. 하지만 주요 은행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러한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세 번째 위험은 정부가 평정심을 잃는 것이다. 2007~2008년에는 33개국이 수출 규제를 선언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수출 규제로 쌀 가격은 116퍼센트 상승했다. 이번에는 현재까지 19개국이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그 영향은 훨씬 작다. 2007~2008년의 통제는 세계 칼로리 교역의 19퍼센트에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는 5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비교적 경미한 조치라 하더라도 거래량이 적은 시장에서는 가격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 쌀 무역 분야 세계 2위 업체인 올람 인터내셔널의 서니 버기스(Sunny Verghese)는 자국에서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쌀을 재배하는 나라는 겨우 4~5개국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최근에 베트남이 쌀 수출 제한조치를 취한 뒤 쌀 가격이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 통제는 구매상들의 재고 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을 촉발시키게 된다. 수입에 의존하는 많은 국가들은 “전략적” 곡물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3개월분의 공급량을 의미한다. 호주 찰스다윈대학교의 조나탄 라싸(Jonatan Lassa)는 한 달분의 비축량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출 통제와 재고 비축의 결합은 가난한 나라들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많은 나라들이 자국 통화의 가치가 폭락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미 식량 수입에 이전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주식을 얻기 위해 이용했던 사람들로 붐비던 시장들이 폐쇄되면서 빈곤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7~2008년 같은 식량 인플레이션이 닥치기라도 한다면 인도주의적인 대참사가 될 것이다.
지구촌의 협력은 벼랑 끝의 비극을 막아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 농산물 수출의 6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22개 회원국들은 지난달 무역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좋은 징조다. 전략적 비축량에 대한 투명성이 보다 높아진다면 긴장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GODAN의 안드레 라페리에르는 공동의 협력이 지역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슈퍼마켓들이 협력해서 상품 부족에 직면했을 때 제품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상호 거래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공동 협력과 상호 연결성이 잘 유지될 수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굶주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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